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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만 신동빈 회장의 글로벌 롯데 만들기
입력 : 2011.10.27 09: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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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내 200조 매출 토요타 규모로 키운다 글로벌 위기기 지속되는 와중에 롯데그룹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6월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유동성 확보’를 강조했던 신동빈 회장이 지금은 공격경영을 외치고 있다. 외환위기 때 M&A로 한 단계 올라섰던 그룹이 이제 글로벌 위기를 맞아 국제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태세다.
당연히 사령탑인 신동빈 회장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인근 중국은 물론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 신 회장의 모습이 수시로 나타난다. 투자한 나라의 현장을 직접 챙기면서 동시에 추가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은 이미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월 하순 일본 경제주간지 '니케이 비즈니스'에는 ‘저신뢰성 사회를 공략한다’는 제목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배턴 터치를 한 신 회장이 국제적 금융센스를 살려 M&A로 성장의 키(Key)를 쥐었다고 소개했다. 그 기사가 나갈 즈음 롯데그룹 임원들은 또 다른 이유로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다. 쓰나미 이후 한국에 머물다가 최근 일본으로 나간 신격호 총괄회장이 연일 각 계열사의 보고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에는 이처럼 두 오너의 모습이 상존한다. 젊은(?) 신동빈 회장이 명실상부한 롯데의 사령탑이 되어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여전히 그룹 전반을 체크하며 ‘다지기’를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글로벌 강자로의 도약을 선언한 롯데그룹의 진면목이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은 지난 2009년 3월 글로벌 선도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2018 아시아 TOP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와 관련해 핵심 사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을 강화해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18년 그룹 매출 200조 목표65층 규모로 건설 중인 롯데센터 하노이 조감도
신 회장은 앞으로 10년에서 20년 뒤에는 아시아가 세계경제 성장의 70%를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또 성장하는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면 자연히 세계적 기업이 될 것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비전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매출과 관련해선 목표를 세울 당시인 2008년 상반기에 일본 최대 기업인 토요타의 연간 매출이 20조엔 정도였는데 당시 엔·원 환율이 10대 1 정도였기에 토요타가 올리는 정도의 매출을 목표로 잡다보니 그런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어쨌든 겉으로 드러난 목표나 사용하는 단어만 본다면 롯데는 이미 상당히 글로벌화가 되었고 앞으로 더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롯데는 비전 선포를 전후해 대규모 M&A에 나섰는데 특히 최근 들어선 외국에서 다수의 기업을 사들였다. 1조5000억원이나 투입해 말레이시아 석유화학업체 타이탄 케미컬을 인수해 단숨에 해당 부문에서 국내 1위 아시아 2위로 올라선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유통업체 마크로와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를 인수하는 등 해당 국가에서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두드러진다. 롯데는 내년에는 인도 뭄바이에 현금도매사업을 벌이는 등 2018년까지 유통 부문에서 글로벌 톱5에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사람 많은 나라에 집중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롯데는 글로벌 전략을 세우면서 전 세계로 무작정 나가기보다는 아시아, 그중에서도 인구가 많은 나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업을 벌일 때도 서울 소공동이나 잠실 일대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거대한 ‘롯데타운’을 형성한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될 만한 곳에 집중 투자해 또 다른 개념의 롯데타운을 형성하는 것이다.
한때 롯데는 진출하는 나라들을 ‘브릭스’란 단어로 소개했다. 영문으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BRICs’가 아니라 ‘VRICs’다. 멀리 떨어진 브라질 대신 베트남을 대신 넣은 것이다. 최근엔 여기에 인도네시아를 추가해 ‘VRICI’라고 한다.
이들 나라의 특성은 한마디로 인구강국으로 요약된다. 중국과 인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인도네시아의 인구도 2억5000만 명이나 된다. 인구 규모로 세계 13위인 베트남도 현재 9000만 명을 넘어 조만간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관심을 두고 있는 나라는 파키스탄이다. 롯데는 2009년 파키스탄에서 PTA를 인수한데 이어 2010년 콜손이란 회사를 또 인수했는데 이 나라 인구는 1억7700만 명이나 된다. 지금 경제력이 약하다고 무시할 나라가 아니다.
신동빈 회장은 이와 관련해 “인구가 (빠르게)성장하거나 젊은 나라를 주목하고 있다”며 VRICI를 이을 나라가 얼마나 될 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은 인구가 작기 때문에 롯데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그룹 전체가 급속도로 변하고 또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돌다리 두드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롯데정책본부 이강훈 부장은 “비전을 완수하려면 주력 부문에서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 2018년이 될 때까지 글로벌화와 M&A가 이어지더라도 주력 부문 매출이 70~80%를 차지할 것이며 글로벌 매출은 20~3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향후 롯데그룹의 행보가 어떻게 될 지를 가늠해 볼 단서가 된다.
롯데마트 글로벌 200호점인 중국 뤼위안점을 둘러보는 신동빈 회장
이러한 전략은 수출을 주축으로 국내 선두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이나 현대·기아차그룹 등과는 차별화된다. 두 그룹이 기술로 승부를 펼치고 있다면 롯데는 서비스로 나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롯데그룹의 수출상품은 마트와 서비스인 셈이다.
롯데의 재산은 사람이다 전통 부문에 주력하는 만큼 롯데는 사람을 중시한다. 하나는 고객으로서, 또 하나는 회사의 자산으로서다. 진출 대상이 모두 인구가 많은 국가인 게 첫 번째다. 그곳에서도 롯데는 또 인구가 많은 특정 지역 또는 도시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넓은 지역에 분산시켰던 신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전략이다.
한편 롯데는 과거 땅에 투자했던 것처럼 지금은 인재에 투자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만큼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특히 롯데는 직원들을 ‘식구(食口)’라고 강조한다. 일단 뽑은 직원들은 함부로 내치지 않는다. 게다가 국가를 차별하지 않고 사람을 쓰고 있다. 한국롯데 출범 초기 한국 직원들을 일본에 데려다 가르쳤던 것처럼 최근엔 진출국 직원들을 교육시켜 기용하고 있다. 중국 법인은 중국인,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사람에게 맡기는 롯데의 글로벌화가 그래서 관심이 간다.
Part 2
런던서 국제금융 배운 신동빈 회장, 잇단 대형 M&A에서 숨은 실력 발휘롯데가 1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말레이시아 타이탄 케미컬
그 딜의 맨 위에는 신동빈 회장이 있다. 신 회장은 롯데가의 황태자이기 이전에 국제금융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서 투자은행 업무를 배운 IB 전문가이기도 하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에서 무려 8년여를 근무하며 투자은행 업무와 국제금융 및 국제경제를 익힌 그다. 신 회장 스스로도 “내가 노무라증권 런던 지점에서 근무하던 1980년대 중반은 영국에서 ‘빅뱅’으로 알려진 구조개혁을 단행하던 시기이다. 선진 기업들의 재무관리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피부로 접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은 국내 대기업 오너 중 거의 유일하다.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이 증권사에서 잔뼈가 굵고 그를 통해 그룹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국내 업무를 주로 했기에 국제 감각을 익힌 신 회장과는 차이가 있다. 신 회장이 예의바르고 겸손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도 영국에서 익힌 비즈니스 매너가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신 회장은 최고의 경영 구루인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직접 경영수업까지 받았다. 외환위기가 한창인 지난 1997년 부회장에 취임했던 신 회장은 지난 2월 초 회장에 취임했다. 14년 동안 돌다리 두드리는 법부터 베팅 타이밍 잡는 법까지 완벽하게 익혀 총괄회장으로부터 ‘이제 됐다’는 인정을 받은 셈이다. 그 진가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자금흐름을 아는 경영자의 M&A 전략 신동빈 회장은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아는 경영인이다. 특히 자금 움직임에선 더욱 그렇다.
“총괄회장도 오래 전 은행거래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그래서 나 역시 거의 차입에 의존하지 않으려 한다. 그룹 내 몇몇 상장하지 않은 회사가 있기에 지금은 이 회사들의 상장 등을 포함해서 검토하고 있다.” 신 회장이 최근 '니케이 비즈니스'를 통해 밝힌 얘기다. 평소엔 부채에 의존하지 않는 경영을 하다가 필요한 시기에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만 자금을 차입하는 게 그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홍콩에서 전환사채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도 추가로 전 계열사에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를 지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 회장은 6월23일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상반기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상반기 그룹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하반기 국내외 경기상황이 쉽지 않은 만큼 위기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유동성 확보를 강조했다. 이후 사별로 준비가 끝나자 신 회장은 10월 들어 계열사 사장들에게 위기를 적극 활용하라며 공격경영을 주문했다. 남들에게는 위기지만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고 기다리는 입장에서 보면 더없는 호기인 셈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10월 말 롯데는 인도네시아의 마크로를 3900억원이나 투입해 매수했다. 당시는 리만사태가 터진 지 갓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모두가 위기라며 자금을 끌어안으려고만 할 때 베팅에 나선 롯데를 향해 일각에선 “정신 나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았지만 결국 최적의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인 지난해 7월 롯데는 더 큰 일을 벌였다. 말레이시아 석유화학회사인 타이탄 케미컬을 1조5000억원에 사들인 것. 이 베팅으로 롯데는 단숨에 국내 1위, 아시아 2위의 에틸렌 제조회사로 부상했다. 투자금액이 컸지만 연간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롯데그룹으로선 충분히 감당할 정도였던 것이다.
롯데그룹은 이러한 공격적 M&A를 모두 신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2002년 동양카드를 인수해 롯데카드로 키운 것을 시작으로 이후 그룹의 M&A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4년 정책본부장을 맡은 이후 정책본부 내 국제실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금조달과 M&A를 펼치고 있는데, 덕분에 롯데그룹의 두뇌라고 할 정책본부 내에서도 국제실 사람들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2004년 KP케미칼(1785억원) 인수를 주도한 신 회장은 2006년엔 롯데쇼핑 상장을 진두지휘하며 본격적으로 M&A를 위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최근 들어선 그룹의 순이익이 3조원대로 커지면서 M&A를 할 여력이 대폭 확대됐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은 최근 공격적이라고 할 만큼 과감하게 세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선 2009년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를 5030억원에 인수하며 M&A에 시동을 걸었고 그해 12월엔 중국에서 7300억원을 투입해 65개 점포를 가진 대형마트 타임스를 인수했고 AK면세점을 800억원에 사들였다.
2010년과 올해 롯데의 M&A는 더욱 힘을 받고 있다. 1조3000억원에 GS마트와 GS백화점을 사들였다. 해외에선 말레이시아 타이탄, 중국의 럭키파이, 필리핀의 펩시, 파키스탄의 콜슨 등을 사들이며 국제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잠룡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Part 3
롯데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워런 버핏 스타일?
그러나 유통사가 회전시키는 자금은 일시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투자할 돈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그룹 전체에서 안정적으로 내는 이익이야말로 진짜 롯데가 M&A를 나서는 든든한 뒷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2조원대, 2009년 이후엔 3조원대의 순이익을 매년 내고 있다. 올해는 경상이익 기준으로 4조3000억원 정도 이익을 낼 것으로 그룹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일정한 규모의 이익이 계속 들어오고, 또 매년 조금씩이나마 늘어난다는 믿음은 롯데가 공격적 M&A를 할 수 있는 확실한 힘이 된다. 1조원 이상의 투자를 하더라도 몇 달 장사해서 충분히 보충할 실력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롯데그룹은 어떻게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여기엔 롯데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롯데그룹엔 소위 첨단산업이라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업은 없다. 연평균 성장률이 몇백 %에 이르는 산업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 그보다는 생활밀접형 사업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컨설팅을 오래 하고 최근 <3무 경영>이란 책을 낸 하지해 헤이그룹코리아 대표는 “롯데그룹의 주축은 유통과 중화학, 제과 등인데 알던 사업 위주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예전에 놔두면 외국인이 먹는다며 먹거리나 생활편익 관련 사업을 많이 시작했는데, 하던 사업을 접는 걸 아주 싫어하기에 자연히 그런 사업이 주축이 된 것 같다”면서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슬럼프가 없는 성장엔진을 달았다. 남들은 어둡게 보는 그런 산업에서조차 롯데는 창의력으로 고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그룹의 주력은 유통과 화학이며 이 외의 식품과 관광·서비스, 건설·제조, 금융 등이 부수적 성장축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보면 ‘바보라도 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라’는 워런 버핏이 좋아하는 업종의 회사들이다.
캐시카우 많아 투자자금 넉넉 지난 2008년 말 기준으로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식품이나 소비재 회사(코카콜라·크래푸트 푸드·P&G 등)와 유통(월마트·코스트코), 금융(웰스파고·US뱅코프 등), 에너지(코노코필립스), 운송(벌링턴노던산타페), 제약(존슨앤존슨·사노피아벤티스 등)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굴뚝산업에서 고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롯데 역시 비슷하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주축인 유통에서 롯데는 M&A나 신규 진출 등의 전략을 가미해 10% 이상 매출을 늘리며 고수익을 올린다. 롯데쇼핑의 순이익은 2009년 7164억원에서 지난해 1조101억원으로 늘었다.
다음 주력산업인 석유화학에서 이룬 롯데의 성장세는 더 놀랍다. 호남석유화학의 매출은 2008년 3조982억원에서 2009년 5조9697억원, 2010년엔 7조1890억원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70%의 신장했다. 특히 이 회사는 2009년 7967억원에 이어 지난해 7842억원(연결 기준 894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등 그룹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학계열사에는 이 밖에도 1809억원의 이익을 낸 케이피케미칼과 690억원의 이익을 낸 대산엠엠에이 등이 있다.
이밖에 롯데카드가 1380억원, 롯데미도파 591억원, 롯데리아 203억원 등의 이익을 2010년에 올렸다. 최근 해외 진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롯데그룹은 2010년 전년 대비 30% 가까이 성장한 61조원의 그룹 매출(단순합산)을 올렸으며 해외 사업에선 전년 대비 200% 성장한 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해외 성장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전체 매출에서 11% 정도이다. 결국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국내 전통산업에서 번 이익이 롯데의 글로벌 신장의 초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Part 4
백화점·호텔도 장치산업처럼 선점 노린다석촌호수를 끼고 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
남들보다 빨리 목 좋은 곳 모두 사들인다 유통업의 특성상 매장을 위한 용지를 확보해야 하다 보니 롯데는 남들보다 빨리 부동산 투자에 눈을 떴다. 전략 역시 남달랐다.
롯데는 여기저기 분산해 땅을 매입하는 대신 특정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거점으로 정한 곳을 중심으로 영역을 조금씩 넓혀나가면서 그 지역을 ‘롯데타운’화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부동산 지존’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전문가들은 특히 롯데는 백화점·호텔 등을 장치산업으로 보고 지역을 선점함으로써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가 서울에서 공략한 핵심 거점은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중구 소공동, 영등포, 잠실 3개 지역이다. 롯데그룹 본사가 있는 중구 소공동은 롯데타운의 핵심 포스트. 처음에 백화점과 호텔이 터를 잡았다. 2003년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해 그 자리에 영플라자를 오픈했다. 2005년에는 롯데백화점 인근 건물을 매입해 명품관 에비뉴엘을 건립하면서 소공동을 확실히 ‘롯데 공화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영등포에는 롯데그룹 모체인 롯데제과와 롯데홈쇼핑,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둥지를 틀고 있다.
1988년 롯데월드를 개점하면서 깃발을 꽂은 송파구 잠실 역시 롯데가 주름잡고 있는 동네다. 잠실역 일대는 롯데캐슬,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마트 월드점, 롯데호텔월드 등 롯데 간판을 보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다. 특히 16여 년을 끌어온 ‘롯데월드타워’가 올해 건립 허가가 나면서 잠실의 롯데타운화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회장의 ‘필생의 꿈’으로 123층 건물이 완성될 경우 잠실 일대 부동산 자산 평가액은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뽕밭이었던 잠실에 투자한 것만 봐도 신 회장은 부동산에 관한한 ‘동물적인 감각’을 갖고 있다”며 “국내 최고층인 123층 제2의 롯데월드는 잠실의 대표 얼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롯데의 부동산 개발 사업이 경기권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짓는 사업이 진행 중인 화성과 복합쇼핑타운을 조성하는 송도는 롯데가 개발 가능성을 보고 일찍이 점찍은 곳이다.
특히 오는 2016년 개장을 목표로 진행 중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USKR) 프로젝트는 공사비만 3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휴양형 테마리조트 복합개발 사업이다. 송도국제업무단지에 들어서는 복합쇼핑타운에는 1조원 정도가 투자된다.
여기에다 오는 11월 파주에 문을 여는 프리미엄 아울렛, 12월 김포에 오픈하는 롯데몰 김포공항점을 포함하면 롯데의 경기도 일대 부동산 공략은 착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업에도 롯데의 ‘부동산 개발 촉수’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롯데가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네시아 4개국을 축으로 한 ‘브릭스(VRICs) 벨트’다.
대형 프로젝트, 롯데자산개발 주도롯데월드타워 조감도
부동산 사업만 담당하는 회사를 설립한 것만 봐도 롯데가 부동산 개발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얼마나 무게를 두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이전에는 계열사별로 유통 매장이나 공장 부지를 물색했지만 롯데자산개발이 설립된 후에는 전국적인 부동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종합적으로 부동산 사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롯데자산개발 김창권 대표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스, 삼정 KPMG 등을 거친 부동산자산관리·유동화 전문가다.
수원 KCC부지 쇼핑몰 건립 사업, 송도 복합쇼핑몰 사업, 화성 유니버설 스튜디오 리조트, 서초동 롯데칠성부지 복합 개발, 부여·제주 대형 리조트 건설 등 크고 작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모두 롯데자산개발이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별로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것보다 그룹에서 부동산 사업을 총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 하에 롯데자산개발이 설립됐다”며 “부동산 개발도 중요하지만 자산유동화도 중요해진 만큼 구심점 역할을 하는 조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자산개발은 대형 복합 유통시설 개발 및 시행 사업, 자산관리 및 금융 컨설팅 사업, 부동산 컨설팅 및 해외 개발사업 등 다양한 업무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올해 12월 오픈 예정인 롯데몰 김포공항점 사업을 필두로 국내·외 다양한 개발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첨단 유통 및 위락시설을 구현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2018년까지 최소 20개 이상의 국내외 대형 복합쇼핑센터를 개발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종합자산개발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4호(201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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