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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시스템 경영으로 Excellence in Flight
입력 : 2011.09.28 17: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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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남아공 더반 IOC총회에서 프리젠테이션 중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제24회 하계올림픽 개최지 발표 D-데이는 9월30일. 장소는 독일 바덴바덴의 IOC총회. 프랑스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바덴바덴에서 유치단과 합류한 조 회장은 짐도 풀지 못하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아타라불시 리비아 IOC위원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아타라불시 위원의 입장은 강경했다. 그를 설득하기 위해 조회장이 내세운 논리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리비아 같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을 돕지 않는다면 올림픽은 선진국만의 잔치가 되고 말 것”이란 호소는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다음날 아타라불시 위원이 “개발도상국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개최지 발표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일본의 나고야를 꼽던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결과는 서울 52표, 나고야 27표. 이름하야 ‘바덴바덴의 기적’은 이렇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리 없는 지원이 더해지며 가능했다.
서울올림픽 유치추진위원장이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당시의 비화를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바덴바덴에서 조중훈 회장과 김우중 회장, 최원석 회장 등 기업인들은 너덜너덜해진 명함을 고무줄로 동여맨 채 죽도록 발로 뛰고 머리로 뛰었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 후 훈장은 별로 한 일도 없는 장관들에게 모조리 수여됐다. 자기 돈과 시간을 쓰면서 몇 날 며칠 독일 거리를 누볐던 기업인들 중 훈장을 탄 것은 나 한 사람뿐이었다.”
1981년의 감격이 여운으로 남은 2011년 7월6일 밤 12시. 한 세대를 훌쩍 뛰어넘은 대한민국의 시선은 온통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으로 몰렸다. 제123차 IOC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의 손에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가 아닌 대한민국 평창이 들려 있길 간절히 기도했다. 결과는 평창(63표), 뮌헨(25표), 안시(7표) 순. 말 그대로 압도적인 승리였다. 30년 전 바덴바덴에서 하계올림픽의 염원을 이뤘다면 더반에선 동계올림픽의 희망이 피어올랐다.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얻은 쾌거이기에 기쁨은 더 했다. 드라마틱한 사실이지만 30년이 지난 IOC총회 현장엔 또 한 명의 조 회장이 있었다. 이번엔 올림픽유치단을 진두지휘하며 총회가 진행된 연단 중앙에서 감사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버지는 삼고초려… 아들은 지구 16바퀴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 유치활동 중인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세 번째)
직접 사진도 찍었다. 양양·강릉공항과 선수단이 묵게 될 숙소 상공을 날며 교통과 숙박 등 인프라를 기록했다. 김포공항에서 평창 상공을 둘러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4시간30분. 당시 수행했던 유치위 측 관계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남들 같으면 3~4일 걸릴 업무를 몇 시간 만에 처리했다고 놀라는 눈치였다”며 “항공사 CEO였기에 가능한 기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대한항공이 보유한 비즈니스 전세기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전용기나 다름없었다. 조 회장이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소화한 해외 행사만 총 34개, 총 이동거리는 50만9133km였다. 지구를 무려 16바퀴나 돌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날, 저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자과정을 연수중이었습니다. 그 때 아버님이 바덴바덴에서 전화를 걸어왔어요. ‘서울이 됐다’고 알려주시더군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가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뛴 끝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가슴이… 뿌듯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조 회장의 소회다.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회장이지만 아버지는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고 아들은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아버지 조중훈 회장이 에어버스 항공기를 처음 구매하며 프랑스 일등공훈국가훈장을 받아 유치활동에 활용했다면 아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이 주력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전 세계 항공사 동맹체 ‘스카이팀’의 친분을 활용했다. 멕시코 항공사인 아에로 멕시코의 CEO를 통해 멕시코 IOC위원을 소개받아 남미 스포츠 인맥을 넓혔고 중동지역의 IOC위원들에게 다가설 땐 한진그룹이 2대 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30년의 세월을 사이에 둔 부자의 올림픽 유치 노력은 일본의 야심을 두 번이나 꺾어 놓기도 했다. 1981년 조중훈 회장이 일본 나고야를 꺾고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성공시켰다면 2011년 조양호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며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일본의 장밋빛 꿈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스템 경영이 완성한 그룹&유치위 전략2011년 현재 대한항공은 전 세계 39개국 114개 도시에 취항 중이다.
한진그룹은 비단 항공뿐만 아니라 해운, 물류 등 탁월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종합물류그룹으로 자리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실어 나른 여행객 수는 2274만4000명, 화물은 180만5000톤에 달한다. 적극적인 노선 개발을 통해 8년 후인 2019년엔 취항도시를 140개로 늘릴 계획이다.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국내 최대 해운기업 한진해운은 자산 8조원, 매출 9조원 규모의 세계적인 선사로 자리했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200여 척의 보유 선박으로 전 세계 60여 개 정기항로와 부정기항로를 운행하고 있다. 해외 부문 사업 자회사인 한진로지스틱스 또한 세계 25개국에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항공, 해상포워딩, 재고 최적화 관리, 창고 서비스, 수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한진그룹 발전행보의 근원으로 ‘탁월한 시스템 경영 정착’을 꼽는다. 시스템 경영이란 최고경영자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회사를 경영한다는 논리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에 대한 조 회장의 생각은 몇몇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는 시스템을 잘 만들고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이 각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에 견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인드가 바탕이 된 시스템 경영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보탰다. 회장이 해외 출장이나 평창 유치활동으로 자리를 비우더라도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총괄사장 책임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업무를 지창훈 총괄사장에게 맡기고 유치위원장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버팀목이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리더십은 평창유치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총리실, 외교부, 행안부, 강원도, 대한체육회, 대한항공 등 다양한 곳에서 파견 나온 80여 명으로 구성된 유치위는 조 회장 취임 당시 파벌이 생기는 등 조화가 쉽지 않았다. “출신이 다른 이들끼리 밥도 같이 먹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분위기가 떨떠름했다. 조 회장은 우선 시스템 경영을 접목하고 구성원들을 설득해 나갔다.
“항공사에는 다양한 업무가 존재합니다. 운항, 객실, 정비, 재무, 기내식, 운송 서비스 등 각 부문이 조화를 이뤄야 최상의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유치위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싸워서 항복을 받아냈어요. 7명의 외국인 컨설턴트와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빚던 직원들이 나중엔 호형호제하더군요. ‘누구는 안 된다’는 의견을 ‘누구는 그래서 된다’로 받아들였어요. 뜻이 안 맞는 경우도 있지만 도움이 된다면 ‘흑묘백묘’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러한 조 회장의 마인드는 2008년 3월 대한탁구협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빛을 발하기도 했다. 친회장파와 반대파의 갈등으로 협회장이 탄핵되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탁구계에 취임하자마자 능력 있는 젊은 인사를 대폭 기용해 화합을 도모했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이들이 서로 팀워크를 맞추니 자연스럽게 양측의 파벌 논쟁은 수그러들었다.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 단장을 비롯한 탁구계 인사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탁구가 선전한 건 조양호 신임회장이 탁구계의 파벌 논란을 일단락 지은 게 결정타였다”고 이야기한다. 조 회장은 조직의 팀워크를 살아나게 한 원동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군대 시절 최전방에 있으면서 월남전에도 참전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인내심을 키웠지요. 난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피아노, 바이올린 등 모든 악기를 다루진 못하지만 최고의 하모니를 만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전문성이 바탕이 된 자신감 1974년 대한항공에 과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한 조 회장은 실무에 정통한 CEO로 정평이 났다. 정비,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를 두루 거쳤다. 심지어 비행기 조종에 필요한 모든 훈련을 마치기도 했다. 대한항공 홍보팀은 “출장 중에 비행기가 흔들리기라도 하면 조종사의 실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전문적인 식견은 폭넓은 활동에 자신감을 부여했다. 일례로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집행위원을 1996년 이후 6차례나 맡고 있다. 현재도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IATA의 주요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한항공을 이끌고 있지만 출장 중에는 간혹 타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어떤 항공사가 좋다는 소문이 들리면 직접 타보곤 대한항공과 다른 점을 꼼꼼히 체크해 고객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기도 한다. ‘우리보다 뛰어난 이들에겐 언제든 배우겠다’는 겸손함과 자신감이 바탕이 된 행보다.
이러한 현장경영 스타일은 지난 2월 IOC 평창 실사단이 방한했을 때도 빛을 발했다. 당시 평창에선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 주관해 방한단을 맞이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현장 책임자는 문제없다고 보고했지만 유치위원장에 취임하기 전 평창을 사전 조사했던 조 회장은 사전에 유치위 촬영팀에 문제점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2~3일 후 돌아온 촬영팀은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고 결국 지자체 등에 건의해 G20에서 의전을 담당했던 이들을 현지에 파견, 의전 스태프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서비스 교육을 실시했다.
질적 성장을 통한 명품항공사 도약대한항공은 창립 50주년인 2019년 매출 25조원, 여객 수송 세계 10위권 진입이 목표다.
“지금이야 말로 비행기를 주문할 적기라고 판단했어요. 그것도 아주 좋은 가격으로 A380을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A380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대한항공 매니지먼트의 승리라는 점에서 더 자랑스럽습니다. 대한항공은 이제 세계적인 명품항공사가 되고 싶습니다.”
재계 일각에선 이러한 대한항공의 선언을 ‘당연한 수순’이라 이야기한다. 재계의 한 인사는 “우선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후 A380의 상징적인 프리미엄이 더해져 항공사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시의적절했다. 대당 가격이 3억7500만 달러에 달하는 A380은 도입 항공사가 전 세계에 겨우 5개사뿐인 최대·최고가 항공기다.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 항공사들은 언감생심 엄두도 낼 수 없는 기종. 명품항공사로 도약하려는 대한항공의 자신감은 A380의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 회장은 말했다.
“영업본부에선 비즈니스 클래스를 줄이자고 했어요. 이코노미 클래스를 늘리고 싶어 한 걸 제가 반대했습니다.”
대한항공은 A380을 도입한 항공사 가운데 이코노미 클래스를 가장 적게 배치했다. 저가항공사의 공세가 거센 현실에 오히려 비즈니스 클래스를 늘리며 역행한 것이다. 이코노미 클래스도 여느 항공기에 비해 앞뒤 간격을 10㎝나 넓혔다. 그리곤 장거리 대륙을 오가는 게 일반적인 대형 항공기를 인천과 나리타 간 한·일 노선에 투입했다.
“우선 더 많은 고객에게 최고의 비행기를 체험할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한·일 노선부터 운항을 시작합니다.”
느긋하게 독도를 바라보며 말문을 연 조 회장의 복심은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큰, 최고의 항공기를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서비스 또한 최고’라는 상징성에 주목한 게 아닐까.
조회장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세계적인 명품항공사가 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한항공을 믿어주신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30년의 간격을 두고 동·하계 올림픽 유치로 이어진 아버지와 아들의 노력이 최고의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과연 30년 후에는 또 어떤 비상(飛上)이 기다리고 있을까. 세대를 아우른 조 회장 일가와 한진그룹의 또 다른 스토리가 궁금한 이유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Episode3
초청자로 결혼식에 참석한 조양호 회장은 결혼식보다 유치위원장으로서의 활동에 주력했다. 결혼식 하객으로만 IOC위원 40여 명이 참석했고 알베르 2세 또한 IOC위원이었던 것. 결혼식에 참석한 조 회장은 유치를 확신했다고 한다.
“이전엔 만나려 해도 모른척하던 IOC위원들이 먼저 찾아와 격려해주더군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에 유치를 확신했습니다.”
조 회장은 이런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지난 2년 간 IOC위원을 설득했다. 행사 때마다 초청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건 올림픽유치위원장이 아닌 대기업 회장의 후광이었다. 110명의 IOC위원 중 그가 만난 위원만 약 100명이다.
Episode 2. 약점이 곧 강점 경쟁자였던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가 평창에 대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지리적 위치. 쉽게 말해 “시골구석에서 할 게 없다”, “2주 동안 따분하기만 한 반면 우린 박물관에 쇼핑센터, 음식 문화까지 풍부하다”였다.
평창유치위는 이런 공격을 간파해 ‘베스트 오브 코리아(Best of Korea)’와 ‘베스트 오브 보스 월즈(Best of Both Worlds)’ 개념을 만들어 IOC위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한국 최고의 쇼핑센터, 식당, 엔터테인먼트 센터를 마련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악지역과 대도시(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시설을 갖추겠다는 개념이다. 약점에 대한 보완책을 먼저 들이대며 설득하니 지적보단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한 도시”, “더 이상 공격할 약점이 없는 도시”란 평가가 돌아왔다.
Episode 3.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조 회장은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국제적인 스포츠 감각으로 무장한 외국인 전문 컨설턴트 7명을 전격 발탁했다. 이들은 과거 모스크바, 리우, 런던 등 올림픽 유치전에 참여해 성공시킨 베테랑으로 유치활동, 프레젠테이션, 홍보 등의 역할을 맡아 전문성을 발휘했다.
이중 테렌스 번스(Terrence Burns)는 미국 애틀랜타에 소재한 세계 최고의 컨설팅업체 ‘헬리오스파트너스’의 대표.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평창에게 두 번이나 아픔을 겪게 한 회사를 파트너로 영입했으니 주변의 반대가 없을 리 만무한 일. 조 회장은 “우리의 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승리할 수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고용 이후 유치위 내부에서도 테렌스 번스의 활동에 입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유치위 관계자는 “첫 설명회를 갖는데 우리보다 평창을 더 잘 알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 평창 성공의 숨은 조력자 ‘대한항공’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대한항공에 대한 재계의 이목이 달라지고 있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대한항공을 꼽고 있다.
증권사의 한 기업담당 애널리스트는 “조양호 회장이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외교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유치 성공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됐다”며 “올림픽이 개최될 시점에 관광 등 물류산업의 니즈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대표 국적 항공사로서 대한항공의 입지가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대한항공의 노력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보유하고 있는 헬기와 비즈니스 전세기 등을 이용해 유치위원회의 든든한 날개 역할을 도맡았다. 지난 7월1일 남아공 더반으로 출정하는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을 위해 B747-400 전세기를 띄우기도 했다.
후원금 30억원, 정예 직원 파견 2010년 2월엔 매년 열리는 임원세미나를 강원도 평창의 용평리조트에서 갖기도 했다. 당시 임원세미나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 주재하는 해외 임원 9명이 모두 참석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본격 가동시켰다. 해외 공항의 지점장들에겐 IOC위원 등 국제 스포츠계 인사들이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공항 방문 시 마중을 나가는 등 감성 서비스를 지시하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이 유치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대한항공은 사내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추진 사무국’을 마련하고 영어와 프랑스어, 중국어 등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20여 명의 정예 임직원에게 인사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서울 공항동 본사와 서울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유치위원회에서 강원도,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과 함께 유치활동에 힘을 보탰다. 특히 평창 IOC 실사 기간 중 40여 명의 외신과 주한외신의 실무 담당을 3명의 대한항공 직원으로 구성해 효과적인 홍보에 주력하기도 했다.
한진그룹은 유치위원회에 30억원의 후원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 후원금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개최된 옵저버 프로그램 등 각종 행사 참가와 캠페인 전개 등 유치활동 비용으로 사용됐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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