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선·교선 형제경영 ‘이상 없다’

    입력 : 2011.09.15 16:55:08

  •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용한 유통강자 또 다른 승부수 ◆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중앙), 현대홈쇼핑 정교선 사장(우)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중앙), 현대홈쇼핑 정교선 사장(우)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정교선 사장의 형제경영체제로 이끌어지고 있다. 10여 년간 내실경영에 치중하던 백화점 업계 2위 현대백화점그룹이 최근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 ‘그룹 내 계열분리설’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계열사들을 속속 상장시키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을 하는 과정에서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일고 있어서다. 내실경영에 치중해왔던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분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정지선(현대백화점 회장)·교선(현대홈쇼핑 사장) 씨로의 이전이 거의 마무리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해 “그룹 경영상 시너지 효과가 커 형제간 계열분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홈쇼핑과 식품업이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그룹이 나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형제 관계도 각별하다. 최근 대구점 개점 현장에서 정교선 사장이 형 앞에 나서지 않고 항상 뒤따르며 깍듯이 예우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계열사 상장과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선·교선 형제의 지분구조에 큰 변화가 감지됐다. 현대백화점 측은 지분구조가 그룹 경영구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합병과정에서 지분율 변화
    사진설명
    1999년 현대그룹에서 6개 계열사를 이끌고 분가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0여년간 내실경영에 치중해 왔다. 경쟁 상대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공격적인 출점과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동안 오히려 점포매각과 인력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졌다. 그 결과 현대백화점은 2009년 8400억원에 이르던 차입금을 모두 갚으며, 알짜배기 회사로 거듭났다. 또한 그룹 내 지배구조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01년 현대백화점 지분 23.48%를 보유했던 정 명예회장의 꾸준한 증여를 통해 지선·교선 형제가 그룹 내 최대주주로 부상한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장남 정지선 회장은 주력계열사인 현대백화점 지분 17.32%와 현대그린푸드 13.74%를, 동생인 교선 사장은 현대홈쇼핑 9.91%와 현대그린푸드 16.5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2001년 당시 지선 씨의 지분은 현대백화점 1.25%에 불과했으며, 교선 씨는 보유지분이 없었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사장의 지분율이 높아진 데는 아버지인 정 명예회장의 증여도 있었지만, 알짜배기 계열사 상장과 그룹 내 인수합병도 한 몫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09년 주력계열사인 현대푸드시스템(현 현대그린푸드)을, 2010년 9월과 12월에는 현대홈쇼핑, 현대HCN을 잇따라 상장시켰다.

    주력계열사들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현대백화점그룹은 곧바로 계열사 정리 작업에 나섰다. 정지선 회장과 교선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현대푸드시스템과 현대H&S를 합병시켜 지난해 7월 현대그린푸드를 출범시킨 것. 이를 통해 정교선 사장은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16.57%를 보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와 함께 현대백화점은 울산에서 현대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던 현대DSF를 흡수 합병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정지선 회장은 그룹 내 유통부문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높였다.

    현대百 “계열 분리는 없을 것” 현대푸드시스템과 현대H&S의 합병 이후 형제 간 지분구조가 역전되자 호사가들이 향후 경영구도와 관련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푸드시스템이 현대H&S와 합병하기 전 지분 35%를 보유했지만, 합병 이후에는 13.74%로 줄어들었다. 동생인 정교선 사장보다 보유지분이 줄어든 것이다.

    정교선 사장이 형인 정지선 회장보다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된 이유는 합병 전 현대H&S의 지분을 26%까지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정지선 회장 계열의 현대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H&S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분이 더 늘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과 방송·식품의 지분율도 형제끼리 차이가 난다. 지난 3월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백화점 및 유통 계열사는 정지선 회장이, 홈쇼핑과 식품 계열사는 정교선 사장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어쨌든 증권가에선 정교선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지분 12.41%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의 보유 지분을 정리한 뒤, 현대백화점 지분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정지선 회장은 백화점 장악력을 더 강화할 수 있으며, 정교선 사장은 방송과 식품 계열의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그러나 “유통업의 특성상 그룹 내 시너지 효과가 커 계열분리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내부지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시하고 있다.

    채이배 좋은기업연구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그룹의 형제가 독립경영을 할 경우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해 지배구조를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사진 = 정기택 기자]

    [서종열 기자 snikers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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