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Trend Map] “15% 싸지면 구매해 줘” AI가 대신 최저가 찾아 쇼핑하는 시대

    입력 : 2026.08.21 10:58:03

  • # 2028년 어느 토요일 아침. 직장인 김현우(40. 가명) 씨의 냉장고가 우유와 달걀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거실 스피커에 연결된 AI 쇼핑 에이전트는 평소 구매 주기와 가족의 식단, 이번 주말 일정까지 살핀 뒤 장바구니를 만든다. “지난번 보다 우유 가격이 8% 올랐습니다. 같은 원유 함량의 다른 제품으로 바꿀까요?”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김 씨가 “응!”하고 대답하자 AI는 멤버십 할인과 카드 혜택, 배송 가능 시간을 비교해 주문을 마친다. 오후에 예정된 캠핑을 위해서는 비 예보를 확인한 뒤 방수력이 높은 텐트 두 개를 후보로 제시한다. 하나는 가격이 싸지만 배송이 늦고, 다른 하나는 비싸지만 당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매에 필요한 대부분의 과정은 AI와의 짧은 대화 안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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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모든 소비자가 이런 방식으로 쇼핑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구글과 오픈AI, 아마존을 비롯한 기술기업과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플랫폼이 준비하는 서비스는 이 장면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온라인 쇼핑 환경은 지난 20여 년 동안 크게 좋아졌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수천만 개의 상품을 볼 수 있고, 가격과 리뷰를 비교해 당일이나 새벽에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여전히 검색어를 바꿔 입력하고, 여러 쇼핑몰을 오가며, 쿠폰과 카드 할인까지 계산해야 한다. 상품은 많아졌지만 무엇을 사야 할지 결정하는 부담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이제 쇼핑 에이전트는 이 마지막 수고를 대신하려 한다. 소비자가 상품을 찾는 시대에서 AI가 소비자의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아 행동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문턱에 도달한 것이다.

    DHL이 29개국 온라인 소비자 2만9000명을 조사한 2026년 전자상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1%는 온라인 쇼핑 때 AI 채팅 도구를 자주 이용한다고 답했다. 향후 5년 안에 AI가 구매 결정이나 실제 구매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도 29%에 달했다. 쇼핑의 출발점이 검색어에서 대화로 이동하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검색 결과 대신, 자동으로 담아주는 장바구니

    “유니버설 카트는 구글 쇼핑의 새로운 허브다.”

    구글이 2026년 5월 공개한 ‘유니버설 카트’는 장바구니를 상품을 임시로 보관하는 공간에서 구매 결정을 돕는 능동적인 도구로 바꾸려는 시도다. 사용자는 구글 검색과 제미나이, 향후 유튜브와 지메일에서 발견한 서로 다른 판매자의 상품을 하나의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AI는 상품 가격이 내려갔는지, 품절 상품이 다시 입고됐는지, 과거 가격과 비교해 지금이 비싼지 싼지를 알려준다. 조립 PC처럼 여러 부품을 함께 구매해야 할 때는 CPU와 메인보드, 메모리 등의 호환성도 점검한다. 결제 단계에서는 지원되는 판매자의 상품을 구글페이로 처리하거나 판매자의 사이트로 연결한다. 판매자는 주문과 배송, 반품을 담당하는 최종 판매자 지위를 유지한다.

    목표가 도달을 알려주고 장바구니에 담는 구글 ‘유니버설 카트’.
    목표가 도달을 알려주고 장바구니에 담는 구글 ‘유니버설 카트’.

    구글이 함께 제시한 범용 상거래 프로토콜은 AI 에이전트와 유통업체, 결제회사가 상품과 주문 정보를 주고받기 위한 공통 규격이다. 쇼핑몰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격과 재고, 멤버십, 결제 정보를 연결하는 대신 하나의 표준을 통해 AI가 거래 과정을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유니버설 카트는 발표와 동시에 전세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완성형 서비스가 아니다. 2026년 여름 미국 내 검색과 제미나이에서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유튜브와 지메일 연동은 이후 확대되는 일정이다. 상품 탐색부터 비교, 장바구니, 결제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검색 중심 쇼핑의 다음 구조를 보여준다.

    자동결제까지 간 아마존
    챗GPT 쇼핑 시동 거는 오픈AI

    “사람들은 점점 더 챗GPT에서 쇼핑을 시작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의 선언도 꽤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챗GPT에서 예산과 취향, 용도, 배송 조건을 대화로 좁혀 상품을 찾고 이미지와 비교표로 살펴보는 기능을 미국의 무료·고·플러스·프로 이용자에게 확대했다. 소비자가 “출장에 들고 다닐 가벼운 노트북을 찾아달라”라고 말하면 단순히 인기 상품을 나열하는 대신 무게와 배터리, 화면 크기, 가격을 기준으로 후보를 줄이는 방식이다. 오픈AI는 2025년 미국에서 일부 판매자의 상품을 채팅창 안에서 바로 구매하는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선보였다. 그러나 2026년 7월 현재 판매자 안내에서는 독립적인 인스턴트 체크아웃보다 소비자가 판매자의 사이트나 앱에서 결제를 완료하는 구조에 무게를 싣고 있다. 도움말에는 일부 적격 상품과 판매자에서 인스턴트 체크아웃이 표시될 수 있다고 남아 있어 탐색 중심 구조와 채팅창 내 결제가 병존하는 전환기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구매 권한 면에서 가장 앞선 서비스를 출시한 곳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기존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를 2026년 5월 ‘알렉사 포 쇼핑’으로 개편해 미국 전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상품 비교와 최근 1년간의 가격 이력을 확인할 수 있고, 자주 사는 생활용품을 정기적으로 장바구니에 담도록 설정할 수 있다. 특정 상품이 원하는 가격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구매하도록 허용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월마트의 AI 쇼핑 도우미 ‘스파키’는 월마트 앱 안에서 제품 리뷰를 요약하고 파티나 여행 같은 상황에 필요한 상품을 한꺼번에 추천한다. 해외 플랫폼들의 경쟁은 AI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대답하느냐를 넘어 소비자가 AI에게 어느 수준까지 행동 권한을 넘겨줄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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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와 카카오, 한국형 에이전트는 ‘탐색’부터

    “사용자의 쇼핑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까지 제안하는 실행형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단계다.” 이정태 네이버 Shopping Search&AI 리더는 AI 쇼핑 에이전트의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네이버는 2026년 2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 AI 쇼핑 에이전트 베타를 선보인 데 이어 6월부터 사용자가 먼저 질문하지 않아도 쇼핑 상황에 맞는 대화를 제안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AI는 사용자가 클릭하거나 찜한 상품, 장바구니에 넣은 상품과 최근 유행을 분석한다. 밀키트를 자주 찾아본 이용자에게 “혼자 먹기 좋고 10분 안에 조리할 수 있는 제품을 찾아볼까요”라고 묻거나, 반복 구매하는 생활용품의 묶음 할인 상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검색어를 얼마나 정확하게 입력하느냐 보다 사용자의 생활 맥락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카카오는 챗GPT 포 카카오의 카카오툴즈에 올리브영과 무신사, 현대백화점 등의 서비스를 연결했다. 소비자가 “건성 피부에 맞는 여름용 선크림”이나 “봄 여행에 입을 청재킷”을 물으면 한 채팅창 안에서 파트너 서비스의 상품을 탐색할 수 있다. 국내 서비스는 아직 AI가 독자적으로 결제를 집행하거나 조건에 따라 자동구매하는 단계보다 상품 발견과 추천, 파트너 서비스 연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해외보다 상용화 속도가 느리다는 의미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잘못된 구매와 개인정보 결합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추천의 정확도와 실제 구매 전환율을 검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구글과 아마존이 통합 장바구니와 조건부 구매를 빠르게 확산시킨다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같은 결제 자산을 가진 국내 플랫폼도 탐색 이후의 단계까지 AI를 연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광고비보다 중요한 것 “AI가 이 상품을 이해했나”

    “새 상품 속성은 전통적 키워드를 넘어 FAQ, 호환 액세서리, 대체품까지 포함한다.”

    이 유니버설 카트 서비스 출시와 함께 내놓은 설명은 AI 쇼핑 시대에 광고 경쟁의 단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검색광고가 곧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업의 경쟁은 특정 키워드에 얼마를 입찰할 것인지에서 AI의 추천 후보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상품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로 넓어진다. 기존 검색에서는 상품명과 광고 문구, 입찰 가격, 클릭률이 노출 순서를 좌우했다. 대화형 쇼핑에서는 가격과 재고, 배송일, 반품 조건, 실제 사용자 리뷰, 자주 묻는 질문, 호환되는 액세서리와 대체 가능한 상품까지 AI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광고 문구를 더 자극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상품 데이터를 빠짐없이 구조화하고 실시간으로 갱신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재고가 없는데도 판매 중으로 표시되거나 배송 예정일과 실제 배송일이 다르면 AI의 신뢰도와 브랜드 평가가 동시에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대형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소재와 용도, 가격대, 사용 후기가 명확한 상품은 특정한 조건을 가진 소비자의 추천 후보에 포함될 수 있다.

    편해진 만큼 길어진 책임의 무게감

    AI 쇼핑의 상용화는 추천 정확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가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을 비교하고 구매할수록 왜 특정 상품이 추천됐는지, 광고비가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 검색과 대화, 구매 이력이 어디까지 결합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가장 적합한 상품”을 요청했을 때 AI가 수수료를 많이 내는 판매자의 상품을 먼저 보여준다면 자연 추천과 광고의 경계가 흐려진다. 가격이나 재고 정보가 잘못돼 원하지 않는 구매가 이뤄졌을 때 플랫폼과 판매자, 소비자 중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유럽연합은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대형 플랫폼이 추천 시스템의 주요 기준을 공개하고 이용자가 프로파일링을 사용하지 않는 추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 유럽위원회가 2026년 쉬인의 추천 시스템 투명성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도 AI 기반 상품 노출이 소비자 권리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생성형 AI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전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의 적법성과 안전조치, 정보 주체의 권리를 점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현재 구글과 오픈AI는 판매자가 최종 판매 주체로 남아 주문과 배송, 환불을 처리하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소비자의 조건을 잘못 이해하거나 광고를 일반 추천처럼 제시한다면 플랫폼의 설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구매를 자동화하려면 확인과 취소의 과정도 함께 자동화돼야 한다. 일정 금액 이상의 구매에서는 사용자의 최종 승인을 다시 받거나, 가격과 배송 조건이 바뀌었을 때 자동구매를 중단하고, 추천에 광고가 포함됐다면 눈에 띄게 표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경쟁은 어느 플랫폼이 가장 많은 상품을 보유했느냐보다 어느 플랫폼의 AI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선택을 대신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은 추천 기준과 수수료 구조를 설명해야 하고, 브랜드는 AI가 이해할 수 있는 상품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결제 회사는 에이전트에게 어느 수준의 승인과 취소 권한을 줄지 결정해야 하며, 소비자는 자신이 AI에게 허용한 예산과 구매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검색창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쇼핑의 주도권은 검색어를 입력하는 소비자의 손가락에서 소비자의 맥락을 해석하고 다음 행동을 제안하는 에이전트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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