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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로 퀀텀점프 노리는 CJ그룹
입력 : 2024.12.02 17: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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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정신,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진화He is
1939년생. 경기고, 서울대 법대,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삼성화재 부회장, CJ 주식회사 회장을 거쳐 1995년 CJ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2018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ONLYONE’ 정신을 강조했다. CJ그룹의 온리원은 모든 면에서 항상 최초, 최고, 차별화를 추구하고 달성하는, 단순한 1등이 아니라 경쟁자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역량을 갖춘 압도적 1등, 나아가 글로벌 1등을 의미한다. 2024년 벽두의 국내외 상황은 그만큼 녹록지 않았다. 세계 경제는 고금리 영향에 침체가 지속됐고, 국내 경제는 수출 감소와 높은 가계부채로 내수마저 부진했다. 손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금의 위기는 우리의 현실 안주와 자만심 등 내부적인 요인이 더 심각하게 작용한다”며 안으로부터의 개혁을 이끌었다. 최고의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2426(2024~2026년)중기계획 전략도 제시했다. 남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CJ센터 16층 집무실에서 만난 손경식 회장은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 CJ 문화사업의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올해 창립 71주년을 맞은 CJ그룹은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선 혁신 기술과 글로벌 사업 강화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뷰는 서면과 대면으로 진행됐다. 손 회장은 하나의 질문에 세심하게 설명하고 답했다. 고령에도 또박또박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어서 건강 비결을 물었더니 “잠을 잘 잔다”며 “꼭 운동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잘 먹고 잘 자고 몸에 해로운 건 하지 말아야죠. 담배 끊은 지가 한 30년 됐어요. 술은 젊을 때는 꽤 했는데, 지금은 조심하고. 하루에 6~7시간은 수면에 듭니다. 운동은 지켜서 해야 해요. 제가 사는 곳에 골프연습장이 잘 돼 있어서 자주 갑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필드에도 나가죠. 또 자주 가는 헬스클럽에서 일주일에 두 번 PT를 받아요. 걷다가 넘어지는 일은 없습니다.(웃음)”
최고의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진화올해 CJ그룹은 2426 중기계획을 실천하며 그룹의 퀀텀점프를 노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은 글로벌전략제품(GSP)과 K-스트리트푸드를 앞세워 북미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서유럽·오세아니아·동남아 할랄 시장에 진출하며 새로운 영토 확장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글로벌 톱티어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오네(O-NE)’라는 통합 배송브랜드를 론칭하며 AI·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첨단 자동화 기술을 선보였고, 신세계그룹과의 협업을 비롯해 전문 물류 컨설팅 역량을 바탕으로 3자 물류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초국경 전자상거래(CBE·Cross-Border Ecommerce) 물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해외 곳곳에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략 거점도 구축하고 있다. ‘CJ ENM’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P 파워하우스’로 도약하기 위해 성장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 뮤지컬 등 콘텐츠와 함께 tvN, 티빙을 통해 K-콘텐츠의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커머스 부문은 TV와 모바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원플랫폼 전략으로 독보적인 신상품 단독 론칭 채널을 구축했다. ‘CJ올리브영’은 고객의 취향을 확장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글로벌 K-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글로벌 특화 매장인 ‘올리브영 명동타운’을 열고 당일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강화하는 등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CJ CGV’는 ‘NEXT CGV’ 전략을 바탕으로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자’로 변신하고 있다. 4DX와 ScreenX 등 특별관을 확대하고 CGV에서만 즐길 수 있는 ONLY 콘텐츠를 선보이는 한편, 프로야구 생중계 등 극장 공간을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도 확장했다. ‘CJ프레시웨이’는 외식 식자재 시장 공략을 위한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구축에 주력하며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CJ푸드빌’은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 진출 국가에서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를 필두로 전 세계인들에게 K-베이커리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알리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미국에 갔더니 만두의 발음이 만쥬가 아니라 만두로 굳어졌다”며 “K-컬처 열풍 속에서 CJ가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고금리 상황과 달리 세계 주요국들이 일제히 통화긴축시대를 끝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미국 경제는 생산성 향상과 민간의 건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강한 성장 모멘텀이 지속되는 데 반해 국내 경제는 높은 가계부채와 고령화 등 구조적 취약성으로 성장 모멘텀의 약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미국 경제는 팬데믹 이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향후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와 폭은 제한된 수준이 그칠 것”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수출 증가세도 둔화돼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와 환율불안 등 우려에 제한된 금리인하를 하고 있어 국내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 같다”고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Q&A 빚 많은 가계 소비부진 장기화될 수 있어Q 미국 대선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앞으로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A 트럼프의 복귀는 세계화로 통칭되는 자유무역, 금융 자유화, 이민 자유화에 대한 지난 40년간의 거대한 흐름이 확실히 역전되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트럼프는 취임 즉시 행정명령을 통해 대중(中) 관세 60% 인상 등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인상, 불법이민자 추방을 포함한 강력한 국경 단속에 나설 겁니다. 이와 같이 대외적으로는 보호주의 정책을 한층 강화할 거예요.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세금 감면을 포함해 각종 규제를 철폐해 미국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할 겁니다. 석유 등 에너지 개발을 위한 규제를 전면 철폐할 것이고, 주택과 발전소 등 각종 건설을 위한 환경규제도 과감히 없앨 겁니다. 트럼프의 주요 정책은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고금리 지속과 달러 강세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내수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가져가면서 미국만 나 홀로 성장하는 미국 예외주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Q 한국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요.
A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 충격에 노출된 주변국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긴축 재정으로 인한 고금리에 부채가 높은 가계 중심으로 소비 부진이 장기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Q 중국의 상황이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 주목하고 계십니까.
A 중국의 성장 둔화는 구조적인 문제라 내년에도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겁니다. 다만, 미국의 관세 인상에 어떻게, 얼마만큼의 재정 확대로 경기를 방어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제조2025’ 등 공격적인 산업정책을 지원해 제조업 부문에선 상당한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등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하지만 정부 지원에 의한 경쟁력 확보와 수출 확대는 다수 국가에 큰 반발을 초래하고 있어요. 또 중국 내수는 부동산 과잉투자와 고령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과잉투자 해소를 위해 한동안 경기부양을 자제하고 있지만 앞으로 재정확대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Q 2018년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신데, 올들어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이 화두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점이라면.
A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세법 개정안은 국내 투자 환경 개선과 기업 가치 증진, 주식시장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세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에서 입법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힘써 주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 경제 규모(GDP)는 세계 10위권인 데 반해 높은 상속세율과 법인세율로 조세경쟁력은 34위(IMD, 2024년 기준)로 낮은 수준이에요. 현 상속세제와 법인세제는 글로벌 기준에 비해 세 부담이 과도해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 받고 있어요. 상속세와 법인세 같은 기업 세제를 적극적으로 개편해 나가야 합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상속세·법인세 최고세율은 OECD 평균(상속세 25%, 법인세 22%) 수준까지 인하하고, 상속세 과세방식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담 장종회 국장 · 정리 안재형 기자 ·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1호 (2024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