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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군도`, `관상`… 손대는 작품마다 대박…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 투자 ‘날았다’
입력 : 2015.01.08 15: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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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영화 <올드보이> 배급사 등 충무로 판에서 일하다가 3년 전 합류한 윤성욱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과장은 경험을 살려 영화분야 투자 일선에 서서 작품을 선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의 시작은 시나리오 검토부터 시작된다. 하루에도 수많은 시나리오를 부서원들이 검토하고 투자 가능성을 진단한다. 구성원 12명이 모두 시나리오를 읽은 뒤 회의를 하고 소위 대박 ‘느낌’이 온다 싶으면 책임자 회의와 상위 기관인 심사부의 승인을 거친다. 정부·유관기관·학계 및 업종별 전문가 53명을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문화콘텐츠 자문위원회 운영을 수렴해 객관성을 높인다. “시나리오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감독·캐스팅·투자규모·경쟁작도 고려해 입체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은행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제작사의 재정 상태를 검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드라마의 경우 시나리오와 대본이 미리 나오지 않다보니 투자안정성을 중점적으로 보게 됩니다. 또한 광고수익률 판권을 통한 해외 세일즈 등을 통한 매출이 어느 정도나 발생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기도 합니다.”
윤 과장은 처음 IBK기업은행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을 때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들이 은행을 찾아갔다가 투자는 고사하고 대출에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의 경우 몇 년간 매출이 하나도 없다가도 한 해는 100억원 넘는 수익을 거두기도 하거든요. 담보가 없는 상황에서 매출도 일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대출이) 결격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 사실이죠.”
현재 정부는 창조경제의 중점 사업분야로 문화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높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의 지원은 거의 미비한 상태다.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은 ‘고위험 산업군’으로 인식되어 일부 전략적 출자자만이 자금을 공급하고 제1금융권의 지원은 미약한 상황이다. 신용·담보나 재무제표를 따져 투자나 대출을 결정하는 패러다임에 익숙해져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개념 자체가 정립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은행권에서 영화나 드라마, 공연 등 문화콘텐츠에 유의미하게 투자하는 곳은 현재 기업은행과 산업은행뿐이다. 흥행할 만한 영화와 드라마를 제대로 골라낼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업은행도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만 하고 있다.
콘텐츠 투자 전담부서를 만든 곳은 기업은행이 유일하게 직접투자에 나서고 있고, 시중은행들은 오래전부터 투자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들렸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최소 3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데다 리스크와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도 물론 손해 본 작품들도 있어요.(웃음) 특히 정보량이 제한돼 담당자들이 직접 발로 뛰어야 해서 일반 기업투자나 대출에 비해 발품도 더 많이 들죠.”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구성원들. 왼쪽부터 강경모 과장, 이정은 과장, 강신형 팀장, 윤성욱 과장, 정성희 팀장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푸념이다. 선도적으로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에 나선 IBK기업은행은 업계에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 분야가 부각됐지만 IBK기업은행이 손을 뻗은 분야는 다양하다. 게임, 애니메이션, 공연, 디지털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기업에 투자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IBK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화콘텐츠산업을 우리나라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제1금융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제조업은 기계화, 자동화, 해외이전 등으로 현저한 고용 정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이 자원은 부족하지만 창의적인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최적 산업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다각화된 금융 지원 및 산업특성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문화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기치 아래 2013년 말 기준 IBK기업은행은 대출과 투자를 합해 총 5400억원을 투입했다. 2014년에도 11월 말까지 총 2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고 이에 그치지 않고 향후 3년간(2014~2016년) 매년 2500억원씩 총 7500억원을 문화콘텐츠산업에 공급하여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직접적인 자금 투입 외에 문화콘텐츠 산업에 특화된 대출상품 개발이나 IP저작재산권 펀드 등 맞춤형 상품개발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지원을 추진 중이다.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도 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약을 체결해 문화콘텐츠 거점지점(총58개 영업점)에 콘텐츠 전담 실무자를 배치하고 현장 밀착형 기업 지원을 위해 회계사, 경영 컨설턴트 등 전문가를 활용한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산업 종사자의 금융 이해증진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단기 수익이라는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우수 문화콘텐츠를 가진 중소기업을 적극 발굴·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IBK기업은행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연투자기관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2014년 영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둔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투자 분야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검토 중인 분야는 연극을 시작으로 뮤지컬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 공연 분야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기업은행이 최초다. 공연 투자와 관련한 안건이 이사회에 통과되면서 기업은행은 공연투자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IBK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문화콘텐츠 투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문화콘텐츠 투자분야를 넓히고 금융지원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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