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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베트남서 커가는 글로벌 한세의 꿈
입력 : 2012.11.29 18: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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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정도인데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은 벌써 공장 입구에 줄을 섰다. 7시 30분이 되자 직원들의 출근이 본격 시작됐다. 걷는 이도 일부 있었으나 1만여명의 직원 대부분이 한꺼번에 스쿠터를 타고 쏟아져 들어왔다. 장관이다. 오전 8시가 되자 모든 라인이 일제히 돌아갔다. 젊은 기업 한세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놀라운 것은 또 있었다. 이런 공장이 하나가 아니라고 했다. 캄보디아를 향해 자동차로 20여분 더 가야 나오는 떠닌성엔 한세TN법인이, 호치민시에서 메콩델타(서남쪽)로 가는 길목인 띠엔장성엔 한세TG법인이 있다고 했다. 떠닌공장은 축구장 20여개, 띠엔장공장은 32개 넓이다. 세 곳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2만3000여명이나 된다. 4인 가족으로 계산한다면 베트남에만 9만2000명의 한세 가족이 있는 셈이다.
유태성 한세베트남법인 차장은 “지역 경기장을 빌려 체육대회를 여는데 그 자체로 지역축제가 된다. 직원들은 대부분 지역 사람이다. 그만큼 인력의 안정성이 높다. 인근 공장들보다 급여수준이 높은 데다 근속에 따라 월급을 올려주기에 이직도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공장으로 들어서니 맨 끝에 원단과 부자재가 가득 찬 창고가 있고 바로 옆에 검수대가 있다. 검수를 마친 원단을 재단하면 도열한 재봉틀로 넘어간다. 거기서 봉제가 끝나면 바로 다림질을 해 상품가치가 있는 옷으로 나온다. 그 뒤에선 완성된 옷을 하나하나 꼼꼼히 검사하고 박스에 담아 컨테이너에 넣는다. 들어간 원단이 라인 하나만 통과하면 상품으로 나오는 것이다. 공장 한 동엔 이런 라인이 12~14개씩 있다. 구치에만 이런 공장이 11동이나 있다.
한세는 지금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에서 생산을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52%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데 띠엔장법인의 설비투자가 끝나는 내년엔 생산 비중이 베트남 58%, 인도네시아 26%, 중남미 16%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 공장에선 매일같이 수십만 벌의 새 옷이 쏟아져 나온다.
한세실업은 더 나아가 하노이에도 새 법인을 설립했고 미얀마와 아이티 진출도 검토 중이다. 세계 경제가 위기라는데 한세가 이처럼 공격 경영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경쟁력 중국 압도 점유율 계속 늘어
김 팀장은 이와 관련해서 “중국과 R&D 능력에서 3~4배 차이가 난다. 당분간 중국이 따라오기 힘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한세가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중국 업체들의 영역을 상당부분 잠식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그동안 중국이 미국 시장의 40%를 점유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비중은 36%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베트남이 1.5% 올라갔고 인도네시아가 1.5% 올라갔다. 바이어도 탈 중국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또 유럽 업체인 Zara나 H&M 등의 주문도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시장 선점 노린다 한세는 생산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유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한세예스24베트남법인과 인도네시아법인을 주축으로 한 온라인 유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베트남에 9000만, 인도네시아는 1억2000만의 인구가 있다. 이들 시장에 남들보다 앞서 진출해 6억 인구의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학습을 마쳤다. 중국과 아세안 시장 가운데 지금 아마존은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 인종과 종교, 언어가 각기 다른 아세안에 가기 어려워서다. 우리는 아세안 시장을 선점해 이길 것이다. 국내 4500만 시장에서 1등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시장에서도 1등을 할 것이다. 10년 20년 후를 기대하라.” 13억 인구의 중국시장엔 경쟁이 심한 성인 의류 대신 아동복 회사 드림스코를 전면에 내세웠다. 드림스코는 현재 한국에 192개 중국에 75개(확정 포함) 점포를 갖고 있다. 역량을 더 강화하기 위해 한세는 아동복 브랜드의 추가 M&A도 검토 중이다.
지분매각 주가엔 호재 주식과 관련한 한세예스24홀딩스의 이슈는 대주주 지분 매각이다. 지주사 출범을 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82.13%까지 높아졌다. 회사 측은 대주주 지분율을 60%까지 낮춰 유동성을 강화할 방침을 이미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팀장은 “유동성을 높이려고 지분을 팔지만 시장(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기관화 방향으로 간다. 이미 40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세실업 지분가치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말로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보 티 베 요이 한세베트남 구치공장 조장
그의 고향은 농촌이다. 그의 부모도 농사를 지었다. 중학교 졸업 후 열아홉에 처음 잡은 직장이 한세 구치공장이다. 제때 월급 주고, 그것도 다른 회사들보다 많이 주는 글로벌 기업 한세가 그에겐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그는 주변에 한세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친구가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그런 회사니 당연히 친동생에게 먼저 입사를 권했다. 동생은 지금 6공장에서 QC를 담당하고 있다.
줄곧 샘플실에서만 근무한 그는 조장으로서 신입 직원들을 가르치는 데도 한몫을 한다. 이력이 붙어 지금은 작업 지시서만 보더라도 바이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짐작하고 척척 알아서 할 정도가 됐다고 한다. 바이어가 원하는 시간에 샘플을 보내기 위해 1주일에 1~2회 2시간 정도 연장근무를 하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버스를 타고 또 걸어야 해 출근하는데 1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그는 회사 오는 길이 행복하다고 한다. 세 살 된 아이만큼은 공부를 제대로 시켜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호치민 = 정진건 기자·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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