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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ate]"행복논쟁" 숀 아처…`행복 어드밴티지`저자 vs 토드 부크홀츠 하버드대 교수
입력 : 2012.11.12 11: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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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숀 아처, (아래)토드 부크홀츠
“문명이 발달하면서 갖가지 스트레스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스트레스와 죽어가는 자녀를 보며 느끼는 고통 중 어느 것이 더 심각한가.” - 토드 부크홀츠
매일 행복트레이닝 긍정의 뇌 만드세요 “사람들이 좀 더 바쁘게 노력한다고 해서 더 오래 산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인류는 역사상 최고의 자살률을 경험하고 있다.” - 숀 아처
성공해야 행복해지는 걸까. 아니면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이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세계지식포럼 ‘행복논쟁-일, 성공 그리고 행복의 방정식’ 세션에서는 두 연사가 이 문제의 답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행복 어드밴티지> 저자인 숀 아처에게 있어 답은 행복이 먼저였다. 행복하다면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고 성공에 더 적합한 몸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아처 작가는 “좋은 대학에 가거나 승진을 하는 행복한 일이 생기더라도 이에 대한 기쁨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며 “목표를 달성해도 새 목표가 생기는 만큼 지속적 행복은 외부환경을 받아들이는 내 생각에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환경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10% 정도에 불과하므로 90%를 차지하는 나의 관점에 따라 행복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직원들의 경우 한 달에 평균 1.25일, 1년에 평균 15일 정도 질병으로 출근을 하지 못했다. 이런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아처 작가는 마치 운동을 하듯이 매일 ‘행복 트레이닝’으로 우리 뇌를 단련해 가야 한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뇌 대신 긍정적인 뇌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가 우선 추천하는 방법은 오늘 있었던 감사해야 할 일 세가지를 적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감사해야 할 일을 찾게 되면 마음속에서 긍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생각을 압도하게 된다는 것.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저자로 유명한 토드 부크홀츠 하버드대 교수는 정반대였다. 그는 “성공을 위한 경쟁을 통해 자존감을 얻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새로운 책 <러쉬>의 메시지처럼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행복을 얻는다는 것이다. 육체적인 건강 측면에서도 우리의 몸은 일을 안 하고 놀거나 쉬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효율성을 낳지만 스트레스의 근원으로 취급당하는 ‘경쟁’에 대해서도 예찬론을 펼쳤다. 부크홀츠 교수는 “일부 심리학자들은 자본주의와 경쟁이 영혼을 파괴하고 있으므로 경쟁을 포기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행복 전도사들의 경쟁 혐오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50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교통체증에 비행기 놓칠 걱정이나 휴대전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겠지만 콜레라 때문에 자식이 죽어갈 수 있다”며 “문명이 발달하면서 갖가지 스트레스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스트레스와 죽어가는 자녀를 보며 느끼는 고통 중 어느 것이 더 심각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경쟁은 반드시 존재한다”며 “경쟁을 배제하는 것은 평균 기대수명을 47세에서 80세로 늘린 기술까지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처 작가는 “경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성공과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여전히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람들이 좀 더 바쁘게 움직이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더 오래 산다고 볼 수는 없다”며 “특히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현재 인류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동시에 역사상 최고의 자살률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공할 때마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우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좌절을 경험할 수 있으므로 이는 단기적인 방법”이라며 “낙관주의로 뇌를 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행복을 얻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부크홀츠 교수는 지나친 낙관주의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자신감이 없는 사람에게 ‘너는 너무 멋있고 잘생겼다’고 하면 장난치는 줄 알고 더 위축된다”며 “마찬가지로 비관적인 사람들에게 긍정적 이메일을 보거나 읽으라고 얘기하면 더 우울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사람이 낙관주의를 가지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경찰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의심하고 적당히 비관적인 견해를 가져야 사건을 더 잘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부크홀츠 교수는 행복 연구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피험자에게 어느 순간 자신이 행복한 정도를 1~7점으로 평가하라고 하는 것이 행복 연구의 주요 조사 방법”이라며 “시간에 맞춰 공항에 가야 되는데 차가 막힐 때라든지, 아내의 생일선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순간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1~2점의 낮은 점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 국가의 행복지수 측정방법에 대해서는 야유에 가까운 비판을 퍼부었다. 부크홀츠 교수는 “덴마크나 스웨덴의 경우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이지만 자살률 역시 매우 높은 나라라는 점에서 연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처 작가는 “국가별 행복지수의 경우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개인의 행복 측정 시 어떤 한 순간 행복하냐고 한 번 묻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점수를 매겨달라고 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단순히 묻기에 그치지 않고 신경화학물질을 체크하기도 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우제윤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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