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bate]"중국 성장 논쟁" 리처드 던컨 `달러의 위기`저자 vs 린순제 중국상공회의소 사무처장

    입력 : 2012.11.12 11:23:52

  • (왼쪽) 린순제 , (오른쪽)  리처드 던컨
    (왼쪽) 린순제 , (오른쪽) 리처드 던컨
    은행 마구잡이 대출 위험 중국 ‘폭주기관차’는 지난 30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0%를 기록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 기관차는 계속 달릴까 아니면 그간 누린 부(富)의 거품이 꺼지면서 멈출까. 중국 성장논쟁이 한국 경제에 주는 함의는 분명하다. 수출이 경제의 90%를 차지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중국 성장률이 1% 하락할 때 한국은 0.4%p 성장률이 둔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세계지식포럼 ‘새로운 성장-중국 성장 논쟁’ 세션은 이 같은 관심을 반영해 청중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세션에서는 중국 경제성장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두고 4명의 연사가 치열한 찬반논쟁을 펼쳤다.

    중국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은 중앙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강점으로 든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 기업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단기간 내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든든한 중국 국책은행도 중국의 무기고(武器庫)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중국 경제 생태계 내에서 부패가 고착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수주를 따내기 위한 뇌물공여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다.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러야 할 불신(不信)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경제 덩치는 커졌지만 질적인 차원에서 효율적인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여기서 잠시 세계지식포럼에서 오고간 설전(說戰)의 한 대목을 들어보자. 중국 성장에 회의를 갖는 연사와 성장 잠재력에 희망을 갖는 연사의 말이다.



    “중국 경제가 성장한 데는 자체 능력보다는 대미 흑자 덕이 크다. 중국 대미(對美) 흑자는 1988년 0에서 현재는 3000억달러까지 늘었다. 세계가 불황을 맞으면 수출주도형 중국 경제는 자연히 경착륙할 것이다.” - 리처드 던컨

    “아니다. 중국은 내재적 잠재력이 여전하다. 중국은 아직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 린순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연사 4명의 주장은 이처럼 뚜렷하게 둘로 나뉘었다.

    우선 <레드 캐피탈리즘>의 저자인 프레이저 하우위와 <달러의 위기>의 저자 리처드 던컨은 중국의 경제 성장전망이 다소 비관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민영화만 잘해도 9% 성장 리처드 던컨은 “2009년부터 2년간 중국의 대출신장률은 60%였다”며 “대출한 돈을 펑펑 쓰면 한동안 좋겠지만 4~5년 후 아무도 상환하지 못하면 은행은 망하고 정부가 들어가 은행을 구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행들이 유동성을 시장에 푼 것을 두고 “각성음료인 레드불(Red Bull)을 10리터씩 마신 것처럼 공중에 붕 떠 있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하지만 이것은 성공이 아니다. 레드불 만취상태(지나친 유동성 공급)에선 결국 집에 가서 자거나 더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중국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과잉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것이 제품가격 하락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GDP의 50%는 투자에 투입된다. 그만큼 공장을 짓고 기계를 돌려 물건을 마구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 수요는 이에 못 미친다. 매년 20%씩 중국이 생산을 늘려도 세계적 불황 탓에 중국의 물건을 사주는 이가 없다. 그렇다고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재고가 소진되지 않는다. 그는 “중국의 문제는 중국인의 80%가 하루에 10달러도 못 번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소비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착륙을 가늠할 지표로 수입량을 들었다. 수입량은 중국이 수출을 위해 수입하는 원부자재 등의 양을 측정하는 잣대다. 이것이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는 이야기는 곧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리처드 던컨은 “중국이 전 세계 경제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역성장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중국 건설경기가 겪고 있는 불황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다. “과거만 해도 수천 개 크레인이 베이징과 상하이에 마천루를 만들고 있었지만 지금 그 크레인은 수십 개로 줄어들었다”며 “고층건물이 지어지더라도 입주자를 다 찾지 못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하우위는 “경제 원리에서 보면 버블이 생기면 반드시 꺼지지 않던가”라며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중국이 20년간의 두 자릿수 성장으로 버블이 이미 잔뜩 만들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계 인사들은 중국의 성장 잠재력에 희망을 걸었다.

    쉬딩보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학장과 린순제 중국상공회의소 사무처장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성장에 의심을 두지 않았다. 이들은 중국 경제의 거품은 인정하지만 붕괴는 10년 안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중국은 국가 재정이 튼튼하다. 쉬딩보 학장은 “중국 정부는 1조달러 규모로 흑자 상태”라며 “연착륙하려면 내일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중국 패널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민간기업이 경제성장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국영과 민간기업의 부채비율만 봐도 52%와 39.2%로 민간기업이 더 건전하다. 린순제 처장은 “중국 상공회의소 민간기업 중 80%가 지방에 실질적인 투자를 하고 지역 경제도 살린다”며 “국영기업은 양해각서만 체결하고 흐지부지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똘똘한 민간기업을 더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이들은 중국 국영기업이 효율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에는 수긍했다. 쉬딩보 학장은 “정부가 국영기업 자산만 효율적으로 관리해도 중국 GDP가 9%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유진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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