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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Business] 비즈니스골프 선호도 NO.1, 무기명 회원권 집중분석
입력 : 2011.09.28 17: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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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명 회원권이 좀처럼 긴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골프회원권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무기명 회원권은 ‘양날의 칼’이라는 소리는 물론, 심지어 현재는 약이 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독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원권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무기명 회원권을 짚어 봤다.
무기명 회원권 태생의 비밀? 무기명 회원권이 등장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그 전만 해도 골프장만 만들어 놓으면 누워서 떡 먹기 식으로 쉽게 회원권이 분양됐기 때문에 굳이 무기명 회원권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골프장이 점점 늘어나고 회원권 분양 시장에서도 경쟁이 격화하면서 구매자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덩달아 우대·VIP·무기명 등의 이름이 붙은 ‘특별’ 회원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무기명 회원권은 주말 부킹과 그린피 면제 등 특전을 대폭 강화한 일종의 특별 회원권이다. 회원증에 적혀 있는 지정인만 회원 대우를 받는 일반 회원권과 달리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기명 카드가 발급되는 게 특징이다
골프장 측은 물론 분양을 맡은 회원권거래소 입장에서도 한 번에 거금을 회수할 수 있는 무기명 회원권은 ‘도깨비 방망이’ 같은 존재였다.
무기명 회원권의 시초는 비에이비스타CC 무기명 회원권으로 통한다. 6억원대에서 시작해 10억원대까지 분양된 이 회원권은 한때 30억원까지 오를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아무리 거금을 주겠다고 해도 매물을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 2004년 접대비 실명제 실시와 더불어 무기명 회원권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뉴스프링빌, 세븐힐스, 강남300 등이 무기명 회원권을 분양해 톡톡히 효과를 봤다.
무기명 회원권의 수요층은 당연히(?) 법인들이다. 일반적으로 무기명 회원권의 경우 주말 부킹이 월 4회 이상 보장되고, 4명 중 2명은 그린피를 면제 받는다. 물론 무기명 카드만 있으면 누가 와서 라운드를 해도 상관없다. 기업들로서는 단순히 일반 회원권 2계좌를 합해 놓은 법인 회원권보다 혜택이 좋고 부킹도 간편한 무기명 회원권을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 회원권 하나로 서너 가지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무기명 회원권을 구입하려는 법인들이 줄을 설 지경이었다.
게다가 기업의 입장에선 회계처리에서도 무기명 회원권을 살 때 돈을 지출하지만 장부에는 자산으로 잡아놓기 때문에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소지도 전혀 없는 상품이다. 오히려 영업비 지출이 줄어드니 기회비용으로는 손해가 되지만 회계 규정으로 본다면 득이 되는 거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기명 회원권의 인기는 접대 등의 이유로 주말 부킹이 절실한 기업체와 자금 마련을 바라는 골프장의 마케팅 전략이 맞아 떨어진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었던 점이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무기명 회원권 계좌수는 200개 안팎이었다. 접대를 해야 하는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무기명 회원권을 구입한 뒤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구할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가격도 덩달아 올라갔다.
개인 입장에서도 4명이 무기명 회원권 하나를 사서 이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친구 4명이 지방의 한 골프장 무기명 회원권을 사서 매 주말 라운드하면서 이득을 본 사례도 있다. 충분히 이용하고 나서, 비싼 가격에 팔기까지 해 무기명 회원권으로 한몫 잡았다고 주위에서 부러움을 산 적이 있다.
무기명 회원권 전성시대
그랜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도권의 한 골프장의 경우 VIP 무기명 회원권 가격이 무려 40억원에 달했지만 모두 소화 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골프장의 일반 무기명 회원권은 15억원에 분양됐다.
무기명 회원권 중에서도 주말 12회 부킹 보장에, 황금 시간대를 받을 수 있고, 동반자 전원 그린피 면제, 전용 라커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VVIP 무기명이라는 이름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 최고가인 40억원짜리 무기명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지난 7월 1일 그랜드 오픈한 힐드로사이 골프장도 무기명 4명에다, 주말 5회와 주중 10회 부킹을 보장하는 VVIP 무기명 회원권을 10억원에 분양하고 있다.
물론 고가 무기명 회원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에 위치해 있고, 특전을 조금 줄인 무기명 회원권의 경우 2억원 대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최근에는 무기명 회원권도 진화 발전해 ‘주중 무기명’ 회원권까지 나오고 있다. 2000년 골프장업계에서 처음으로 무기명 회원권을 발행했던 비에이비스타는 8000만원에 주중 무기명 회원권을 분양했다. 주중 회원 1명은 물론 무기명 회원 1명에게도 주중에 회원 대우를 해주는 주중 회원권이다. 옛 골프 황제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 감리한 보광 휘닉스파크 골프장도 무기명 주중 특별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주중 무기명 회원권의 경우 골프장 측으로서는 평일 빈 시간대를 채울 수 있어 좋고, 골퍼 입장에서도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만족할 만한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기명 회원권 약이냐, 독이냐
게다가 무기명 회원권은 이용률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싼 가격에 아무나 와서 골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기명 회원권을 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그만큼 다른 회원에게 돌아갈 부킹 시간의 여유가 없을 수 있고, 골프장 측으로서는 그린피가 면제되는 무기명 회원권이 자주 사용될수록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4인이 모두 그린피가 면제되는 상품일 경우 식음료를 모두 합해도 50만원 이상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 때가 많다.
지금 당장이야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면에서 무기명 회원권이 상당한 효자 노릇을 할 지 모르지만 이후 무기명 회원권 남발 탓으로 골프장 측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무기명회원권 뿐만 아니라 어떤 회원권도 판매 후 끝나는 상품이 아니다. 골프장으로서는 언젠가 반환해야 하는 예탁금인 것이다.
골프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골퍼들 입장에서는 무조건 환영해야 할 일일 지 모르지만 ‘생존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골프장으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무기명 회원권의 미래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오태식 /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 차장 ots@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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