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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Sense] 물에 빠진 내 차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입력 : 2011.09.28 16: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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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 며칠 뒤 장마가 시작됐다. 미리 점검을 마친지라 괜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하다. 김 부장의 사무실은 서울 광화문. 지난해 여름, 도로 침수사태를 겪었지만 이후 배수 공사를 마쳤다니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침부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폭우가 내린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낮게 패인 곳에는 어김없이 물이 고여 있었고 어느 새 타이어가 3분의 1쯤 잠길 정도로 도로에는 물이 흥건했다. 차가 물에 잠기기라도 한다면 미리 했던 점검도 도로 아미타불.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도로의 물은 빠른 속도로 불어난다. 김 부장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늘이 두 쪽 나도 흡기구 침수는 피해야 폭우가 내릴 때면 아예 운전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정 운전을 하더라도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도로에는 절대 차를 몰고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침수가 시작된 도로의 물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차오르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만큼 예측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차분히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우선 평소 이용하는 주차장이 하천 가까이에 있거나 낮은 지대에 있다면 폭우가 이어지는 장마철에는 큰 비가 오는 며칠간이라도 고지대의 주차장을 물색하는 게 안전하다. 특히 밤새 폭우가 예고된 날에는 하천변의 주차장은 절대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주차를 해야 한다면 차 앞쪽이 주차장 출입구를 향하도록 해서 출입구 가까이에 세워두는 게 비상시 유리하다.
차가 물에 잠겼다면 물이 완전히 빠진 다음 전자제어 장비와 필터, 오일 오염 여부, 배선, 시트 등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엔진 오일이나 브레이크 오일 등 각종 오일 탱크의 마개는 대개 엔진룸 맨 위쪽에 있으므로 완전침수 되지 않은 이상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전자장비에 대해서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요즘 차들은 전자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자장비를 폭 넓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각종 센서나 배선 등 전자장비에는 꼼꼼히 방수 패킹 작업을 해두고 있어요. 설령 물에 잠기거나 물이 많이 스며들었다 해도 문제없을 정도의 방수대책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코리아 애프터서비스팀 기술지원 담당 원종천 차장의 설명이다. 이는 국산차든 수입차든 마찬가지. 사실 걱정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차체 앞부분,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 있는 흡기구가 물에 잠기면 치명적입니다. 물이 엔진 내부로 고스란히 들이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엔진작동이 멈추는 건 물론, 엔진을 모두 분해해서 수리해야 할 지경에 이르기 십상입니다. 앞 범퍼에 닿을 정도로 물이 찬 도로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이유도 그래서지요.”
라디에이터 그릴 안쪽에는 데워진 냉각수의 온도를 순환시키며 낮춰주는 라디에이터(방열기)와 외부의 공기를 엔진에 불어넣어 주는 흡기구 등이 있다. 바로 이 흡기구가 문제다. 흡기구가 물에 잠긴 상태로 주행을 계속하면 엔진 내부에 물이 스며들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엔진 고장이나 수리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자칫 물이 차오르고 있는 도로 한가운데서 차가 멈춰버리면 말 그대로 위험천만이다. 따라서 이는 단순 고장의 문제가 아니라 탑승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물에 잠긴 도로를 주행해야 할 때는 앞차의 진행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앞차가 무사히 통과하는 걸 확인한 다음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진입해 단번에 통과해야 한다. 물론 이 때도 수심이 앞 범퍼를 넘진 않아야 한다. 그 이상 물이 차올라 있다면 아예 진입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설령 건널 수 있을 정도의 수심이라도 앞차가 일으킨 물결이 라디에이터로 들이칠 수 있으므로 충분한 간격은 유지해야 한다. 반면 배기 머플러는 배기가스를 바깥으로 내뿜는 역할을 하므로 물에 잠겨도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
그렇다면 물속에 잠수하듯 완전히 침수됐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차량 내 전자장비는 앞서 다뤘듯 방수대책이 마련돼 있다. 완전히 침수됐을 때 전자동 도어라면 창문을 내리는 게 가능하단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차의 출시 시기다. 오래된 차량을 운행 중이라면 완전침수 시 차창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차량 전자장비의 방수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문을 여는 것도 쉽지 않다. 외부 수압이 그만큼 크게 작용해서인데 응급 구조 전문가들은 “밖에서도 열기가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유리창을 깨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완전히 침수되기 전, 그러니까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기 전에 차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다. 이때는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아 수월하게 차량에서 탈출할 수 있다.
원상회복은 가능… 비용은 천정부지 완전히 침수된 차도 회복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복구도 가능하다. 당연히 전반적인 점검을 꼼꼼히 받아야겠지만 전자장비나 엔진 기능도 모두 회복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 교체해야 할 부품은 모두 따로 구입해야 하고 엔진 등 핵심부품도 모두 분해, 세척과 건조 및 정비를 마친 다음 다시 조립해야 하므로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이론상 완전히 수리할 수 있지만 오히려 손해라면 신차로 대체하는 쪽이 이익이다. 대부분의 침수 피해자들이 수리를 포기하는 이유 역시 비용 때문이다.
침수차를 수리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세척과 건조다. 물에 잠기면서 묻은 온갖 오물을 깨끗이 씻어내고 햇볕에 완전히 말려야 ‘참사 이후’에도 별 탈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시트가 젖었다면 일단 시트를 모두 차에서 떼어내 가죽이든 직물이든 시트커버를 벗겨내고 세척과 완전건조, 항균처리를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소홀히 했다간 애써 수리를 하고 난 뒤에도 곰팡이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구석구석에 끼어있는 습기나 오물은 차체 부식을 일으킬 수 있으니 꼼꼼히 제거해야 한다.
자동차 침수는 누구에게나 최악의 사고다. 완전히 침수됐던 차에서는 아무래도 예상치 못했던 소소한 말썽이 있을 수 있다. 중고차 가격 손해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폭우가 내릴 때는 운전을 하지 않거나 안전한 곳에 주차하는 등 침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설령 침수되더라도 섣불리 포기하지는 말자. 원상회복은 어쨌든 가능하다.
[김우성 / 월간 'BBC 톱기어' 한국판 편집주간 wskim@mediawil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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