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ported Beer] 폭발하는 수입맥주 시장, “골라서 먹는다”

    입력 : 2011.09.28 16:23:40

  • 사진설명
    최근 국내 맥주 시장에 ‘수입맥주 열풍’이 불고 있다. 맥주 전문점 위주의 ‘마이너 플레이어’였던 수입맥주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맥주 전문 주점에서나 마실 수 있던 수입맥주는 최근 대형마트나 편의점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며 가정용 판매까지 크게 늘었다. 오비맥주·롯데아사히 주류 등 국내 주류업체도 가능성을 보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시장 규모 10년 전보다 8.7배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은 최근 10년 동안의 실적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4375만 달러로 5년 전(2050만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10년 전인 2000년(502만 달러)과 비교하면 8.7배가 증가한 셈이다.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잠시 줄었던 것을 제외하면 매년 20~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상승세는 더 무섭다. 관세청은 2011년 1∼4월 세관을 통과한 맥주 수입액이 1540만6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입액이 5000만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수입맥주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아직 높지 않다.

    국내 맥주회사들은 수입맥주의 점유율을 2~3%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술집을 제외한 대형마트와 소매점만 따지면 이미 20%에 육박했다는 추정도 있다. 실제로 이마트 전 매장에서 팔린 맥주 중에서 수입맥주가 차지한 비중은 2009년 상반기 14.2%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 3월 한 달 동안은 21.7%를 차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입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매우 높다”며 “국산 맥주보다 2~3배 비싼데도 판매량 증가 속도는 국산 맥주를 압도한다”고 말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국민소득이 늘고 해외여행객과 유학생이 증가하면서 맥주의 다양한 맛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수입맥주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마다 새로운 업체 등장…절대 강자 없어
    해마다 새로운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는 수입맥주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새로운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는 수입맥주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수입맥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없다. 해마다 새로운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수입맥주 시장은 밀러·버드와이저 등 미국 맥주가 40~50%를 차지했지만 최근엔 절대 강자가 없는 모습이다. 하이네켄(네덜란드 2010년 기준 26.2%)과 아사히(일본 25.3%), 밀러(미국 24%)가 각각 1~2% 안팎의 차이로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입국별로 분석하면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이 인기를 끈 일본이 472만6000달러로 전체 수입액 대비 30.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일본산 맥주 수입은 3월 대지진이라는 악재가 있었는데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2%나 늘었다.

    네덜란드는 243만1000달러(15.8%)로 2위를 차지했지만 전년보다 16.6% 줄었다. 네덜란드에선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일본의 아사히와 선두를 다투는 하이네켄이 주로 수입된다.

    뒤를 이어 미국이 162만5000달러(10.6%), 아일랜드가 143만1000달러(9.3%), 중국 137만4000달러(8.9%), 멕시코 115만3000달러(7.5%), 독일이 105만2000달러(6.8%)였다.

    특히 수입맥주 시장은 최근 들어 ‘전통적인 강자’였던 미국, 네덜란드로부터 수입이 줄어든 반면 아일랜드, 독일, 벨기에, 체코 등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류·유통업체 할 것 없이 경쟁 치열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과 함께 국내 주류·유통업체들의 수입 및 마케팅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과 함께 국내 주류·유통업체들의 수입 및 마케팅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처럼 수입맥주 시장이 성장하자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 주류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오비맥주. 오비맥주는 이미 ‘버드와이저’를 필두로 ‘호가든’, ‘벡스’, ‘레페’ 등을 수입하고 있고, 최근엔 일본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멕시코 ‘코로나’의 독점 수입권까지 따냈다. 롯데아사히맥주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일본 아사히와 롯데그룹의 합작사인 이 회사의 매출은 2006년 120억원에서 2010년 620억원으로 5년 만에 다섯 배 이상 커졌다. 이미 수입맥주 시장 부동의 1위였던 하이네켄을 따라잡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이밖에 국내 위스키 1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도 ‘기네스’를 앞세워 영향력을 높일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다. 반면 하이네켄과 밀러는 직접 진출하는 형태를 고집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서울 성수점의 수입맥주 진열대를 4m에서 7m로 늘렸다. 수입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최근 크게 늘었기 때문. 100가지를 들여오던 맥주 종류도 다음달 120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칠레와 브라질, 남아공, 그리스, 티베트 등 국내에 판매되지 않던 아프리카와 남미 국적 제품도 확보한 상태다. 홈플러스도 지난 2월 전 점포의 수입맥주 진열 공간을 20%씩 넓혔다. 종류도 지난해 92가지에서 120가지로 늘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연말까지 150가지 해외 맥주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산 맥주는 폭탄용 하지만 수입맥주 시장의 팽창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길들도 있다. 다양한 수입맥주에 밀려 국산 맥주는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 데다 맛도 없다”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도 부진한 편이다. 일본 아사히 ‘슈퍼드라이’나 네덜란드 ‘하이네켄’ 등 뒷맛이 강하고 쓴 수입맥주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드라이피니시D(하이트맥주)’ ‘OB골든라거(오비맥주)’ 등을 내놓았지만 국내 신제품 맥주는 가뭄에 콩 나듯한 상황이다.

    국내 맥주가 ‘폭탄주 제조용’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독특한 맛을 지닌 국산 맥주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많은 사람들이 국산 맥주를 소주 폭탄주 제조용으로 구입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개성적인 맛 개발을 등한시할 경우 외국산에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우현 오비맥주 브루마스터(양조기술자)는 이에 대해 “유럽풍 맥주보다 국산 맥주를 ‘싱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는 주관적인 느낌”이라며 “아직은 많은 소비자들이 진한 맥주보다는 목 넘김이 좋은 맛을 선호해 국내업체들이 이 같은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천차만별 수입맥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종류는 와인만큼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효모의 종류와 발효 방식, 맥주의 생산량 등에 따라 크게 라거(Lager)와 에일(Ale)로 나눌 수 있다. 라거는 세계 맥주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종류로 맛이 깨끗하고 부드럽다. 에일은 라거보다 맛이 쓰지만 탄산가스가 적고 캐러멜 향이 난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맥주이자 우리나라 주당(酒黨)들에게 사랑받는 제품들을 살펴본다.

    하이네켄 186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설립된 하이네켄 사(社)에서 출시된 맥주다. 당시 ‘하면발효(맥주를 저온에서 발효시킨 뒤 효모가 가라앉는 맥주를 뜻한다)’라는 새 양조 방식과 암스텔강 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내세워 차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하이네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병 디자인에 있다. 맥주의 색은 시각적으로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두운 갈색 병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깨고 맥주업계에서 녹색 병을 최초로 사용했던 것. 지금도 녹색 병에 빨간 별이 있는 로고 디자인을 유지하는 하이네켄은 프리미엄 맥주의 대명사로 세계 각국의 애주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호가든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벨기에 밀맥주다. 오렌지 향이 상쾌한 맛을 자랑해 특히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병 속에 살아 있는 효모를 주입해 2차 발효시켜 자연 그대로의 황금빛 구름 색을 띠는 것이 특징으로 알코올 도수는 4.9%다. 마시는 방법도 독특하다. 맥주의 차가움을 유지해 호가든 특유의 황금빛 구름 색과 풍부한 거품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전용 잔을 육각글라스로 디자인했다. 벡스 보리, 홉, 물, 효모만을 사용하는 독일 맥주제조법에 제조된 정통 독일 라거맥주 로 알코올 도수는 5%다. 특히 흑맥주 ‘벡스 다크’는 독일 맥주의 대명사로, 독일에서 가장 많이 수출되는 맥주이기도 하다. 첫 향은 강하고 호프 향이 진하게 남으며 고소한 뒷맛이 은은하게 퍼진다. 신선한 홉의 향과 맥주 본연의 쌉쌀함이 풍성하게 어우러져 담백하고 깨끗한 맛이 특징이다. 칼스버그 필스너 덴마크 사람들은 칼스버그 사(社)를 동화 작가 안데르센과 함께 ‘2대 자랑거리’로 부를 정도로 자긍심을 갖고 있다.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맥주가 칼스버그 필스너다. 로고는 덴마크의 건축가 토르발트 빈데스뵐이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아르누보 양식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것으로 로고 위에 그려진 왕관은 덴마크 왕실이 인증한다는 일종의 라이선스다. 스텔라 아르투아 ‘맥주 마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벨기에 류벤에서 유래된 600년 전통의 맥주다. 맥주 본연의 맛과 자연 그대로의 독특한 황금빛이 특징이다. 특히 성배 모양의 스텔라 아르투아 전용 잔에 마시면 고유의 풍부한 향을 100배 더 즐길 수 있다. 거품은 대략 두 손가락 높이로 따라야 하며 섭씨 3도에서 마실 때 가장 좋을 맛을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카치위스키를 만드는 방식으로 생산돼 몸으로 느껴지는 알코올 도수가 본래 도수인 5.2도보다 높게 느껴진다. 크로넨버그 1664 사실 프랑스 맥주는 와인에 밀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크로넨버그 1664는 프랑스 판매 1위, 서유럽 판매량 2위를 자랑한다. 1664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3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에펠탑 형태의 병 모양으로 프랑스 파리를 연상하게 하는 멋까지 느낄 수 있다. 알사스산 홉으로 만들어 부드럽고 벌꿀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버드와이저 미국의 앤호이저 부시 사(社)가 생산하는 맥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맥주다. 버드와이저의 창업주인 아돌퍼스 부시가 자신이 살던 체코의 고향 마을 부트바이스(Budweiss)의 지명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일반 맥주가 홉과 보리 엿기름, 이스트와 물로 만드는데 비해 버드와이저는 쌀을 첨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비치우드 에이징이라는 독자적인 숙성법도 유명하다. 코로나 1925년 멕시코 그루포 모델로 사(社)에서 처음 출시된 맥주로 데킬라와 더불어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이다. 전 세계 250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맥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 도수는 4.6도로 레몬이나 라임을 함께 넣어서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이치방’으로 유명한 기린에 이은 일본 2위의 맥주 제조회사지만 한국에선 더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1987년 발매한 수퍼 드라이 맥주가 대표 제품으로 당시 일본 열도에 페일 라거(드라이 비어) 열풍을 일으켰던 것으로 유명하다. 쌉쌀하면서도 무거운 맛이 특징으로 알코올 도수는 5%다.

    [손동우 / 매일경제 유통부 기자 aing@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