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내가 SNS와 결별한 이유

    입력 : 2011.09.28 16: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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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대다.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SNS 사용자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급격히 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전문 통계 사이트인 소셜베이커스(Socialbakers)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은 7억 명에 육박한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실상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즐기고 있다는 말이다. 어디 페이스북뿐인가. 각각 2억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미국의 트위터와 중국의 웨이보(微博)도 있다. 일본에선 믹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싸이월드로 일찍부터 SNS 열풍을 치렀던 우리나라에선 카카오톡, 마이피플 열풍이 불고 있다. 한때 침체였던 싸이월드도 다시 힘이 붙고 있다.

    SNS 자체의 발전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일으키고 있다.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서비스 안에서 연결된 지인들과 즐기는 게임’인 소셜게임이 대표적이다. SNS의 성장 가도에 맞춰 이 분야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e마케터는 지난 1월 올해 미국 소셜게임 시장 규모가 지난해 8억5000만 달러에서 올해 10억9300만 달러로 27.7%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히 불어오는 탈 SNS바람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 창업 스토리로 전 세계 페이스북 열풍을 부추겼던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각본을 쓴 애런 소킨은 최근 SNS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photo by WEBN-TV)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 창업 스토리로 전 세계 페이스북 열풍을 부추겼던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각본을 쓴 애런 소킨은 최근 SNS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photo by WEBN-TV)
    하지만 항상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법. 최근 세상 한켠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지만 SNS 열풍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에선 영화 각본가인 애런 소킨이 SNS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저 한 작가가 SNS와 절교 선언을 했다면 별 것 아닌 소식이겠지만 그가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 창업 스토리로 전 세계 페이스북 열풍을 부추겼던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각본을 썼다는 점에서 여간 뜨악하지 않다.

    게다가 국내에서도 유명한 IT전도사이자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이란 책을 통해 SNS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심지어는 이 책을 쓰면서 SNS를 끊었다고 밝혔다.

    유명 인사들뿐이 아니다. 페이스북 전문 통계 사이트인 인사이드페이스북이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5월 미국과 캐나다의 페이스북 탈퇴자가 7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왜 SNS라는 지금 세상의 가장 큰 조류를 거스르고 있는 것일까?

    최근 SNS 관련해 주목받는 단어 중 하나가 ‘facebook fatigue’다. 굳이 번역하자면 ‘페이스북 피로’, ‘페이스북 피로증후군’ 정도일까. SNS나 미디어에서 먼저 쓰인 말이라 정확한 정의가 없지만 시시콜콜한 얘기를 시도 때도 없이 접하게 만드는 SNS 또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최근 'CNN'도 이 문제를 다루며 페이스북 피로 때문에 자신의 계정을 폐쇄하거나 사용시간을 대폭 줄이려는 이용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은 양만 많고 실속은 별로 없는 가벼운 온라인 친구관계와 그럼에도 강력한 중독성을 비판한다.

    지난해 미국의 연구기관 퓨 인터넷 리서치가 13~17세 남녀 각 300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등 SNS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상자들의 매일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은 2시간이며 이 중 80%를 SNS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약 28%가 페이스북이 더 이상 재미없다는 반응을 나타냈고 약 20%는 이용을 중단하거나 이용시간을 대폭 줄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애런 소킨이 페이스북을 탈퇴하며 “SNS는 우리를 너무 즉흥적으로 만들고 깊이가 없다. 하지만 인생은 복잡하다”고 말한 것도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에 대한 피로감을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SNS가 미확인 루머의 온상이라는 것도 SNS에 대한 피로를 넘어 짜증을 유발시키는 요소다. ‘트렁크에서 신음소리가 들리는 수상한 차를 지하 주차장에서 목격했다. 경비 아저씨가 잡으려고 했지만 달아났다. 차는 초록색 번호판으로 62○○’. 지난해 말 대구에 사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황급히 올린 납치 제보 내용이다. 이 내용은 삽시간에 SNS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올린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가장 많이 ‘리트윗(퍼나르기)’된 글이 됐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하지만 제보는 엉터리였다. 신음소리는 차 주인과 여자친구가 함께 듣던 라디오 소리였다. 그럼에도 차 주인은 차량번호가 인터넷상에 공개되고 ‘여친이랑 둘이서 지하주차장에서 뭐했냐?’는 등 네티즌의 각종 추측성 글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빙산의 일각이다. SNS 상에는 직접 보거나 듣지도 않고 팔로어가 보낸 글을 사실로 믿고 또 재전송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만 인맥으로 시시콜콜히 연결된 SNS의 전파력은 더 무섭다. 근거 없는 정보가 사실처럼 퍼졌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정보유출 피해도 심각
    유명한 IT전도사이자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이란 책을 통해 SNS를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심지어 SNS를 끊었다고 밝혔다.
    유명한 IT전도사이자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이란 책을 통해 SNS를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심지어 SNS를 끊었다고 밝혔다.
    또 한 가지 큰 이유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다. 최근 SNS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개인정보 침해 및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EU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페이스북 등 SNS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적극 제기하면서 보다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SNS에서의 정보가 위치정보서비스(LBS) 등과 결합하며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범죄에도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상원 청문회에서 다루는 등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여러 유명 SNS가 매우 쉽게 어찌 보면 민감한 개인정보를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에게 확산시킬 수 있게 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위터는 LBS 서비스인 ‘포스퀘어’와 트위터를 함께 사용하는 사용자가 트윗을 남길 때마다 위치정보를 자동으로 표시하는 기능을 넣은 적이 있다.

    구글은 트위터의 대항마로 SNS ‘버즈’를 내세웠다. 그런데 자사 이메일 서비스인 g메일 사용자가 자주 쓰는 이메일 주소를 본인 동의도 받지 않고 자동으로 버즈에 친구로 등록하도록 했다가 비난받았다. 물론 일부를 제외하면 이런 기능들은 대부분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이 사용할지 안 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대개의 사용자들은 이런 기능·정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가입할 때 이메일 주소 말고는 주민등록번호 같은 실명 확인 수단을 입력할 필요는 없다. 얼핏 보면 개인정보를 노출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지만 SNS 서비스 이용자 대다수가 무의식적으로 본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지인의 정보를 공개하는 성향이 강하다. 당연하다. SNS는 그렇게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고 SNS 사용자들은 그러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정보 공개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머지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과거에는 고의적인 사생활 침해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사생활 침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범죄 전과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8%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 대상자에 관한 정보를 검색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12%는 놀랍게도 정보 검색에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휴가 간다”는 트윗을 보고 빈집털이를 한 범죄자가 나타난 사례가 있다.

    이것이 바로 SNS에서의 프라이버시 역설 또는 정보 딜레마 문제다. SNS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연결이 돼 있지 않은 사람을 친구로 제안해 인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과 자세히 알지 못하는 다른 SNS 사용자의 정보나 프로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런 기능은 당연히 개인정보의 공유를 전제한다. 남의 정보를 보기 위해선 내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정보를 공개하면 공개할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아지지만 내 정보가 남에게 빠져나가기도 훨씬 더 쉬워지는 것이다. 최근 SNS에 등을 돌리는 일련의 움직임은 지나친 정보 공개와 그에 따른 우려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SNS 또는 인터넷에 대한 니콜라스 카의 주장을 음미해 보는 것이다. 그는 근작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편리함을 제공했지만 그 대신 ‘생각할 시간’과 또 ‘기억’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방한해 “정보를 계속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걸러낼 수 있는 사고방식이 중요한데 인터넷은 이런 사고방식을 좌절시키고 있으며 지적인 삶이 파괴되고 있다. 사람들은 정보를 수집하는 데 몰두해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본인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일지 모른다. 원고 요청을 받고 제일 먼저 한 일이 ‘SNS 탈퇴 이유’를 구글과 네이버에서 검색한 일이다. 이미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미리 해놓은 참고할 것부터 찾는 일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SNS와 스마트 단말기, 인터넷으로 너무나도 스마트해진 시대이지만 사람들은 정작 스마트함을 잃어가고 있다. 니콜라스 카도 책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워 집필하는 동안 외부와 (인터넷) 연결을 끊었다”고 했음에도 말미에는 “책이 완성될 무렵 나는 다시 매분마다 이메일 알림 서비스를 받고 RSS 리더기로 되돌아왔다. (인터넷은) 정말 환상적인 기기이며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적었다.

    요즘 미국 언론들이 SNS 찬양에서 경계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SNS 대중화가 사람들을 디지털 노예로 만들고 있다며 주말엔 일체의 정보화 기기를 꺼버리는 ‘디지털 다이어트’에 나설 때라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SNS 등의 디지털 중독 땐 뇌가 생각 중추인 회백질이 줄어들어 ‘팝콘 브레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담배를 많이 핀 폐암환자의 폐가 썩어가듯 뇌도 쓸모없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순욱 /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wookso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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