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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한국투자공사의 매력
입력 : 2011.06.23 14: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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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국부펀드 4조 달러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국가의 국부펀드 자산규모는 4조 달러(3억98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국부펀드 자산규모는 3조5900억 달러. 그동안 미국과 유럽 은행권에 투자했던 국부펀드는 금융위기를 겪으며 상당한 손실을 봤다. 최근 경제전문가들은 “위기였던 국부펀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 세계 국부펀드들은 우선 금융위기 이전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공격적인 성향보다 안정에 주력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주력하고 있다. <FT>는 “지난해 47%였던 인프라 투자비중이 올 들어 61%, 부동산 투자도 51%에서 56%, 사모펀드 역시 55%에서 59%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한국투자공사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민간운용사에 비해 거대한 운용자금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업을 뒷받침하고 동반 발전할 수 있는 분야는 자본과 주식, 금융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산업 발전의 추동력은 한국투자공사다. 공사가 주축이 돼 여러 국가의 자본을 끌어들여야 제조업을 일으킬 수 있다. 국부펀드는 이미 세계적인 투자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70여 개국 주식과 채권에 직접 투자지난해 7월2일 한국투자공사 뉴욕사무소 개소식.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회 위원장 겸 한국무역협회장과 진영욱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이 현판식을 갖고 있다.
한국투자공사 공채는 ‘직무관련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지식과 동아리, 금융인턴 등의 이력을 자기소개서에 어떻게 풀어놓느냐가 관건이다. 여타 공사나 공기업과 달리 필기시험이 없는 것도 특징. 대신 1·2차 면접과 영어면접이 진행된다. 1차 면접은 다대다 방식이다. 부서장과 실무진이 지원자가 지원부서의 업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약 1시간이 소요된다. 2차 면접은 임원들이 지원자의 인성 및 업무수행 전문성을 판단하는 시간이다. 이 또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이후 진행되는 영어면접은 일상회화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주 업무가 해외투자인 공사의 당연한 기준이다. 각 전형은 제로베이스. 석사나 박사급 지원자에 대한 가산점이 없는 것도 한국투자공사 공채의 특징 중 하나다.
국내 취업시장에서 회자되는 한국투자공사 공채의 매력은 두 가지. 첫째, 안정성이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HR코리아 측은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핵심인재도 고용환경이 불안하면 자유롭지 못하다”며 “특히 리스크가 큰 금융 분야는 안정성 보장이 역량을 발휘하는 핵심이다. 공기업은 안정성의 프리미엄이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매력은 도전의 기회다. 일반 금융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업무, 즉 펀드 규모와 자금의 형태가 일반 운용사보다 크고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타 공사나 공기업과 달리 한국투자공사는 70여 개국의 주식과 채권을 직접 매수·매도하는 거래(트레이드)인력이 상주한다. 국내 민간 기업 중에는 삼성이 베트남과 중국에 일부 직접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전 세계 주식과 채권을 사고파는 업무는 국내에서 한국투자공사가 유일하다.
이미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 한국투자공사 입사 2~3년차 직원들은 “국부펀드를 운용한다는 자부심,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회사가 전 세계에 몇 안 된다는 희소성, 설립 5년이 지난 공사의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이 매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상황에 금융업계에선 “업무상 장점이 많지만 임원이 아니면 공사 연봉테이블이 적용돼 연봉이 낮고 책임은 버겁다”고 이야기한다. 지난해까지 신입사원을 선발하지 않은 한국투자공사가 초임 연봉으로 책정한 금액은 2400여 만원. 2010년 직원평균 연봉예산은 7800여 만원이다. 같은 업무를 진행하는 민간기업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정감사 때마다 낮은 연봉과 이직률이 도마에 오르곤 한다. 기획재정위 소속 국회의원의 한 보좌관은 “좋은 인재들을 선발해 출발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KIC 측에서 좋은 인재를 붙잡으려면 제반사항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런 이유로 국감 때면 연봉을 높여서라도 핵심인재를 붙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투자공사 측은 “이직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포트폴리오를 밝힐 순 없지만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이직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메릴린치 투자건 등의 이유로 지금은 자숙하는 시기라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답이 돌아왔다.
취업정보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취업시장에서 꼽는 공사의 장점 중 하나가 이직 시 유리한 조건”이라며 “특히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업무를 진행했다는 경력에 공사근무자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민간기업 이직 시 특급대우를 받기도 한다. 일반 기업의 경우 연봉 문제가 불거졌다면 이미 이직이 화두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우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설립 초기 한국투자공사의 문제점 중 하나가 전문인력의 부족이었다”며 “2005년 당시 해외투자에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많았다. 인재가 몰리고 있다면 진정 해외투자 전문인력인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핵심인재의 전문성을 지적했다. 자숙하는 한국투자공사의 한계와 미래, 핵심인재도 중요하지만 인재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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