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undation] 우리금융그룹 10주년… 글로벌 도약 원년 선언

    입력 : 2011.06.10 13: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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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립 10주년이 되는 올해를 새로운 10년의 꿈을 담아 ‘Global 50위, Asia 10위’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지난 1월3일 이팔성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과거 10년은 부실 금융기관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의 시기였다”면서 “다가올 10년은 우리금융그룹을 풍요롭게 할 지속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어조는 매우 자신 있었다. 매해 초 반복되는 신년사긴 하지만 올해 이 회장의 그것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특별하게 받아들여졌다. 회장 임기 3년을 마쳐야 하는 해인 데다 차기 회장이 누가 될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이 회장 역시 차기 회장 후보에 올라 연임을 노리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은지주 회장) 등 현 정부의 내로라 하는 실세들이 후보군에 올라 있던 데다 우리금융 출범 후 연임한 회장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연임 여부를 확신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신년사는 당당했다. 때문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연임이 이미 약속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의 신년사에는 미래성장동력 확보, 비은행 부문과 글로벌 사업 강화, 민영화, 원두(OneDo)혁신 지속적·중점적 추진 등 이 회장이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해야 할 사업들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연임에 대해 이미 언질을 받지 않았겠느냐”며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선임 등) 일을 거치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아귀가 딱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출범 10주년에 연임 성공한 이팔성 회장
    2008년 이팔성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하는 모습.
    2008년 이팔성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취임하는 모습.
    결과는 많은 사람이 예상한 대로 이팔성 회장의 연임이었다. 이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지난 2월15일 오종남 우리금융지주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현안이라 할 수 있는 민영화 전략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이유로 이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민영화’가 거의 성사될 단계에서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급선회하고 채권단과 인수후보자인 ‘우리사주컨소시엄’ 간 이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또 다시 미뤄졌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은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출범 10주년과 ‘민영화’를 거듭 강조해온 이 회장의 연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2001년 4월2일 한빛은행,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이 한 데 뭉치면서 출발했다. 2001년 출범 당시 99조원이던 총자산은 지난해 326조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10개 계열사에 수십 개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규모만 보면 KB금융과 업계 1위를 다투고 있다. 2004년 이후 영업이익은 계속 1조~3조원 이상 달성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을 제외하고는 2004년부터 꾸준히 1조~2조원을 기록해오고 있다.

    우리금융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출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출발은 암울했다. 출범 당시 우리금융은 엄청난 부실덩어리였다. 무려 12조8000억원이라는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엄청난 부실덩어리는 누구나 탐내는 대형 우량 금융회사로 거듭났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그동안 블록세일 형태로 몇 차례 지분을 매각해 이미 5조2000억원 가량의 공적자금을 되찾았다. 아직까지 56.97%의 지분을 갖고 있어 단순히 공적자금 회수에 그치지 않고 수익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이 이같이 성장, 발전한 데는 무엇보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밑바닥에서 살아나기 시작하던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금융의 모든 임직원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임금 10%를 반납한 것은 물론 경비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부실덩어리가 황금알로 변신
    우리은행 외환창구.
    우리은행 외환창구.
    특히 지난 몇 년간 우리금융이 보여준 노력과 희생은 대단했다. 그 중심에는 이팔성 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회장이 그룹회장으로 취임한 2008년 6월은 시기적으로 매우 좋지 않았다. 이 회장 개인적으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일은행 출신에다 우리투자증권 사장까지 역임한 후 물러난, 우리금융 출신이지만 ‘고소영’으로 대변되는 ‘MB인맥’으로 분류되며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게다가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국내 영업이 엉망이 된 것은 물론이려니와 우리아메리카은행 운영, LA한미은행 인수 등 야심차게 진행하던 해외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우리금융 전 임직원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해냈다. 비록 2008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급감했지만 이는 우리금융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시 몸을 추스른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마침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LA한미은행을 인수해 우리아메리카은행과 함께 미국 내 금융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또 맨해튼의 66층짜리 AIG그룹 본사 빌딩을 매입했고 세계적인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과 국민연금을 파트너로 6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이 같은 결단과 행보, 결실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종종 “이팔성 회장답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회장의 리더십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은 ‘OneDo혁신’이다. 그룹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마련, 추진한 ‘OneDo혁신’은 조직, 인력, 업무 프로세스 등 모든 측면에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임직원들의 사고방식은 물론 그에 수반되는 행동양식까지 강하게 무장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는 앞으로 또 다시 위기상황이 온다 해도 흔들리지 않기 위한 ‘저비용 고효율 조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

    ‘OneDo혁신’은 표면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임금 삭감이나 점포 통폐합 등 대부분 금융사들이 즐겨 쓰는 구조조정 방식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는 혁신’이다. 인력 구조조정 없이 사람이 중심이 돼야 지속적인 성장, 영속적인 기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OneDo혁신’에서 One은 ‘한 사람’, ‘1등’을 상징하며 Do는 ‘실천하다’를 뜻한다. 이는 임직원 개개인의 창의적인 사고와 실천으로 역량을 결집,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가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다.

    ‘OneDo혁신’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우리금융은 2009년 5월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해 ‘OneDo혁신’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TFT를 지주사 소속 경영혁신실로 승격하고 전 계열사에 전담조직을 구축했다. 또 지주사와 계열사의 전략담당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신설, ‘OneDo혁신’ 활동을 더욱 강력히 추진했다.

    우리금융 측은 “지난해 OneDo혁신을 통해 수익 증대, 비용 절감, 기회비용 측면에서 2000억원 이상 재무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고객만족도 제고, 직원들의 업무 편의성 제고 등 비재무적 부문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예로 개인영업전략부 직원들이 ‘상속예금업무처리방법’을 개선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전까지는 사망자의 예금을 상속인이 상속받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은행 규정도 몹시 까다로웠다. 오죽하면 ‘민법보다 보수적인 은행 규정’이란 말이 있을까. 그만큼 민원도 많이 제기됐다.

    OneDo혁신을 중심으로 저비용고효율 기틀 마련
    2009년 12월 우리금융이 ‘OneDo혁신’을 선포하고 있다.
    2009년 12월 우리금융이 ‘OneDo혁신’을 선포하고 있다.
    우리금융 개인영업전략부 직원들은 ‘상속예금에 대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과연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까’, ‘직원들로서나 고객들로서나 큰 낭비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직원들은 이 분야에서 항상 걸림돌로 작용하는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규정을 개선하는 데 앞장섰다. 그 결과, 민원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직원들의 업무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는 연간 약 20억원의 재무 성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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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성과 덕분에 이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지난해 경영의 최우선 화두였던 ‘OneDo경영혁신’이 우리금융그룹의 미래 성장을 담보해줄 정신적 자양분으로 그리고 새로운 변화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회장은 신년사 말미에 “OneDo혁신의 성공 DNA를 공유하고 혁신의 생활화를 통해 우리금융그룹을 어떠한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조직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OneDo혁신’은 이제 우리금융의 혁신브랜드이자 경영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우리금융은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아 사사를 편찬하고 ‘10주년 기념 사회공헌’을 대대적으로 펼친다. ‘10주년 기획상품’도 출시하는 등 올 한 해 내내 다양한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리금융과 이팔성 회장의 숙제
    우리금융 상암센터.
    우리금융 상암센터.
    연임에 성공한 이팔성 회장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일단 가장 큰 일은 아무래도 우리금융 민영화다. 이 회장 스스로 밝혔듯 민영화는 우리금융이 ‘지나온 10년’이 아닌 ‘앞으로 10년’의 길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이다. 업계 1위를 다투는 거대 금융지주회사로서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또 우리증권을 비롯해 분리매각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블록세일’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금융 역사에서 최초로 이 회장이 연임된 까닭은 이 쉽지 않은 일을 해결하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이 회장은 특명을 받은 셈이다.

    우리금융과 이 회장은 해외사업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이미 진출해 있는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현지법인 영업망을 확충하는 한편 아시아·중남미 등 이머징 국가로 진출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할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해외 현지 금융회사를 M&A하거나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부문에 치우쳐 있는 수익구조에서 탈피,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과제다. 우리금융은 이미 2004년 우리은행에 합병된 카드사를 분사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한 상태다. 또 증권, 보험, 자산운용, 소비자금융 등 비은행부문 계열사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 회장이 신년사에 밝혔듯이 과연 올해가 ‘Global 50위, Asia 10위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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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형도 기자 hdl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호(2011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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