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portage] 대기업 몰려드는 안성·평택을 가다

    입력 : 2011.05.27 16: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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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안성으로 가는 길은 생각만큼 가깝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지루해질 때쯤 ‘다 왔나…’ 하고 기지개를 켜고 나면 너른 들판과 시골길이 보이는, 안성은 서울에서 딱 그만큼의 위치였다. 가깝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안성은 경기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바로 옆에 평택이 있고 서해대교를 통해 충청도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사방으로 탁 트인 데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항구(평택항)도 가까워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터전으로 삼기에 적당해 보인다. 비록 커다란 규모는 아니지만 안성에 들어서자마자 ‘산업단지’라는 푯말이 보이는 까닭을 짐작할 만했다.

    산악지대가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안성에는 너른 터가 많이 남아 있다. 개발·투자기업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최근 안성에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개발·투자기업엔 안성맞춤인 곳
    안성시청 대기업유치팀
    안성시청 대기업유치팀
    안성이 기업들의 새로운 ‘투자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만도 신세계, 락앤락, 멜파스 등 굵직한 기업이 안성으로 입성할 것을 결정했다. 여기에다 연세대 코업밸리, 중국 하얼빈래미안유한공사 등도 안성에 또 다른 터를 잡기로 약속했다. 기업과 학교가 새롭게 안성에 진입할 수 있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은 안성시청의 열정이다. 황은성 안성시장을 비롯해 안성시청 관계자들은 안성시에 탄탄한 산업근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구 18만5000명에다 대부분 농지나 산간지대인 안성 땅에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성시청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조례를 개정에 재정적인 혜택을 주는 등 여러 방면에서 신경을 썼다. 시청 내에 별도로 ‘대기업유치팀’을 조직해 체계적으로 움직일 정도다.

    이길섭 안성시청 공보팀장은 “산업 근간을 마련하고 안성시민들의 고용창출·안정을 위해 안성시청 전 직원이 움직이고 있다”며 “서울사무소도 마련해 서울에서 직접 발로 뛸 생각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안성시청 대기업유치팀 윤정열 주임은 “평택 등 인근지역보다 안성의 지가가 훨씬 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이 외에도 재정적 지원 등을 내세워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새롭게 투자하기로 결정한 안성 땅은 어떤 곳이며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했다.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성시청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보기로 했다. 코스닥 상장업체이자 IT부품·장비업체인 멜파스부터 찾았다. 안성시 신소현동 143번지 일대 2만7000여㎡다. 지난해 7월 안성시와 멜파스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곳은 9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고 1400여 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안성시 측은 이곳을 계기로 안성제1산업단지의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눈으로 직접 본 신소현동 일대 농심 안성공장과 환인제약 중앙연구소 옆에 위치한 멜파스 부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았다. ‘멜파스’라고 적혀 있는 깔끔한 은빛 건물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고 그 옆에 빨간 철골구조물로 또 다른 건물을 짓고 있었다. 점심시간인 탓도 있었겠지만 주변을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안성시에서 번화가 중 한 곳이라는 시청 부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 너무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대학시절(중앙대 안성캠퍼스)을 이곳에서 보낸 A씨(26·여)는 “학교 다닐 때 안성 내에서 보낸 시간은 강의 등 캠퍼스 생활을 제외하고는 극히 적다”며 “친구들도 대개 평택으로 나가 놀았다”고 전했다. 평택의 오락·문화시설이 안성보다 훨씬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안성에서는 마음껏 즐길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들 투자에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어 락앤락의 생산·물류시설이 들어설 원곡면 지문리 일대로 출발했다. 안성시는 락앤락과의 MOU 체결을 ‘27년 만의 대기업 입성’이라며 떠들썩하게 자랑했다. 락앤락은 안성시 원곡면 지문리 일대에 5년간 800억원을 들여 18만5000㎡ 규모의 생산·물류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이로써 800여 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신소현동에서 지문리까지는 거리가 꽤 됐다. 시청이 있는 안성시의 중앙에서 보자면 원곡면 지문리는 안성의 북서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신소현동에서 벗어나 조금 달리다 보니 공도읍이 나왔다. 안성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아파트단지를 공도읍에서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대규모 단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파트에는 각각 경기도시공사, 금호 같은 이름들이 붙어 있었다.

    공도읍에는 여러 스포츠용품 매장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고 패스트푸드 등 프랜차이즈업체 매장도 눈에 띄었다. 공도읍을 왜 안성시의 최고 번화가 중 한 곳이라고 하는지 알 만했다. 공도읍에 있는 한국폴리텍여자대학과 인근의 시외버스터미널의 영향도 큰 듯했다. A씨는 “대학시절 공도에는 몇 번 갔다”고 회고했다.

    공도읍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기업들이 들어온다는 소문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공도읍을 벗어나자 또 다시 한적한 시골길만 계속 됐다. 낮은 집들과 구불구불한 산길, 이따금 보이는 들판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공도읍을 벗어나자마자 비교적 넓은 일직선 도로는 자취를 감추었다. 왕복 2차선 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졌다. 그마저 차 한 대 겨우 지나칠 듯한 시멘트 도로가 태반이었다. 마주하는 차가 올 경우 어느 한쪽이 비켜줄 공간이 있는 곳까지 후진해야 했다. ‘시골길’이어서 교통량이 적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지문리까지 가는 길에는 소규모 회사와 공장이 많았다. 산간지대 곳곳에도 작은 공장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공장지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축사가 많다는 것도 눈에 띄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축사는 텅 비어 있었다. 구제역의 여파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간혹 축사에 철퍼덕 주저 앉아 있는 소들과 멀쩡하게 서 있는 송아지가 보이긴 했다. 그러나 무척 쓸쓸해 보였다. 크나큰 재앙처럼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이 언제 저 소들에 들이닥칠지 장담 못할 형국이었다. 구제역 때문에 이동하는 차에 소독약이 뿌려지는 횟수도 점점 잦아졌다.

    락앤락의 생산·물류시설이 들어설 부지는 아직 휑했다. 햇볕은 따뜻했지만 산 중턱께여서인지 바람이 몹시 차고 세찼다. 넓은 부지에 저 멀리 빈 축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부지 옆 야트막한 산은 누가 깎아놓았는지 반듯한 절벽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곳으로 거대한 덤프트럭이 오간 흔적이 역력했다. 산길을 따라 깊이 패인 덤프트럭 바퀴자국 때문에 그쪽이 락앤락의 생산·물류시설이 들어서는 자리이며 현재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오인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안성시청에 문의해본 결과, 공사현장인 야산과 락앤락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안성시청 측에 따르면 “그곳은 불법 현장”이었다. 불법이라면서 그대로 방치해두는 이유는 또 뭔가.

    락앤락이 들어설 부지는 텅 빈 축사를 기준으로 그 앞 너른 벌판이었다. 축사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작은 개천과 경부고속도로가 나 있었다. 작년 11월29일 락앤락과 경기도, 안성시가 공동으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니 조만간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어느 누구라도 락앤락의 대규모 시설이 들어선다면 주변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면 그런 예상에 다소 의문을 품게 된다. 원곡면 지문리 일대는 인적마저 드문 곳이기 때문이다. 작은 공장들만 붙어 있을 뿐 민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긴 경부고속도로가 가로질러 있으니 민가가 들어설 여지가 없어 보이긴 했다.

    대신 주변의 소규모 공장과 회사들은 락앤락이 들어서는 데 대해 적잖이 기대하는 눈치였다. 지문리 일대 영세업체들은 한결같이 “교통이 편리해져 드나들기 쉬워질 것이고 민원을 신청하기도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들어서면 영세업체들에 큰 도움
    안성 신소현동에 위치한 멜파스.
    안성 신소현동에 위치한 멜파스.
    지문리에서 목포장업을 하고 있는 (주)서원수출포장 한 간부는 “큰 기업체가 오면 영세업체로서는 아무래도 도움되는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는 민원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락앤락이 들어서면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민원이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문리 일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다수의 회사 관계자들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녹지로 묶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공장을 증축하고 싶어도 허가받지 못했던 것. 이 같은 장애요소들이 락앤락이 들어오면서 걷히기를 바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문리의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영세업체들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락앤락의 대규모 시설을 계기로 허허벌판 같은 지문리에 상권이 형성될 것이라는 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워낙 제반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주변의 한 공장 직원은 “락앤락이 들어오면서 식당들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현란한 상권이 형성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지문리를 뒤로 하고 돌아 나오는 길도 좁디좁았다. 신세계가 대형 쇼핑몰 등 복합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계획한 곳은 조금 다를 것이라 예상하고 다시 차를 몰았다. 주소는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신소현동에서 지문리로 오는 길에 거쳤던 공도읍의 번화함을 목격한 터라 그런 예상은 더했다.

    신세계가 대형 테마파크를 조성할 곳은 안성IC 바로 옆, 쌍용자동차가 물류센터로 사용하던 곳이다. 짐작했던 대로 공도는 시끌벅적했다. 도로 역시 지금까지 보아왔던 좁은 시멘트길과 달리 넓은 아스팔트 도로였다. 차량 이동도 많았고 심지어 서울보다 더한 교통체증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안성IC를 목전에 두고 있는 덕도 있겠지만 원래 분주한 지역이었다.

    신세계는 작년 7월14일 정용진 부회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황은성 안성시장 등이 참석해 안성 공도 진사리 일원 개발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쌍용차 경영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다. 총 사업비 3600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고 1000여 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안성IC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큼지막한 영문표기 ‘PYEONGTAEK’이었다. 쉽게 말해 안성과 평택의 경계선에 서 있는 셈이었다. 영문표기 앞 도로에는 길고 긴 차량 행렬이 이어져 있었고 영문표기 뒤로는 ‘쌍용’ ‘태산’ ‘풍림’ ‘푸르지오’ ‘반도유보라’ 등의 이름이 붙어 있는 아파트단지가 높이 형성돼 있었다. 경기 남단에 나란히 붙어 있는 안성과 평택의 발전상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역이었다.

    신세계가 조성할 예정인 대형 테마파크는 비록 행정구역상 안성 소재지만 그 혜택은 대부분 평택시민과 평택의 부동산시장이 될 것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안성-평택의 모습 극명하게 대비
    신세계가 대형 테마파크를 지을 예정인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쌍용차 물류센터.
    신세계가 대형 테마파크를 지을 예정인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쌍용차 물류센터.
    실제로 평택에 들어서자마자 빽빽이 들어서 있는 아파트단지에는 푸르지오, 반도유보라아파트 등 지금도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가 수두룩하며 신규 건설 중인 아파트단지도 보였다. 안성과는 판이하게 평택의 부동산경기가 활황인 듯 보이는 까닭은 고덕국제신도시, 소사벌신도시 등 신도시가 계획돼 있다는 데 있기도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내에 대규모 신수종사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과 함께 조성할 단지는 대략 1350㎡에 달할 만큼 거대 규모다.

    실제로 평택의 부동산 시장은 뜨겁다. 평택 소사벌 신도시의 용이지구, 용죽지구, 소사지구 등에 있는 수많은 부동산중개업소가 평택의 부동산 시장 열기를 대변했다. 이곳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평택에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전세난이 심하다”고 전했다. 대신 지역에 따라 차별화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대규모 사업단지가 들어설 고덕국제신도시 인근 지역에서는 전세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소사벌 신도시 내에서는 전세를 찾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이 없다. 워낙 최근에 신축하고 분양하는 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용이지구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나마 용이·용죽지구 내 아파트에는 아직 전세 공급이 있다”며 “건너편에 신세계 테마파크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세계 대형 테마파크에 따른 부동산 효과는 안성이 아닌 평택이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에는 소형 평형의 인기가 최고”라며 “그동안 가장 잘 나갔던 109㎡(33평형)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용이지구 내 분양 중인 아파트의 109㎡의 분양가는 2억8000만원대이며 152㎡(46평형)의 분양가는 4억15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아파트 내부로 들어서자 아직 분양이 되지 않아 빈집 상태가 많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썰렁한 기운이 확 덮쳐왔다. 보안장치가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점도 그랬다.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반대편에 보이는 쌍용자동차물류센터, 다시 말해 신세계가 대형 테마파크로 조성할 예정인 부지를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였다.

    엘리베이터 사방 면은 누런 박스용지로 빈틈없이 감싸여 있었다. 거기에 각종 상점의 전단지가 붙어 있거나 그들의 선전문구와 전화번호가 빼곡이 적혀 있었다. 아직 입주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아파트 꼭대기층인 18층에 내려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여니 쉽게 열렸다. 옥상 문은 잠겨 있었으나 옥상 쪽으로 난 창문의 잠금장치가 쉽게 풀렸다.

    옥상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쌍용차물류센터는 굉장히 넓었다. 코앞에서 본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평택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높은 데서 바라본 평택시에는 역시 아파트가 많았다. 바로 옆 안성과 또 다시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평택시 용이동 반도유보라A상가 내에 있는 반도유보라부동산 서정혁 공인중개사는 “이곳보다는 삼성전자가 들어설 고덕국제신도시 쪽 지제지구와 가재지구의 부동산 시장이 더 뜨겁다”며 “삼성브레인시티도 예정돼 있는 만큼 호재로 보이는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지제지구의 경우 KTX와 일반전철 간 환승할 수 있는 지제역 종합환승역사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또 하나의 큰 호재가 내재돼 있다.

    평택 고덕국제화신도시 삼성 후광 입을까
    삼성전자가 들어설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일대.
    삼성전자가 들어설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일대.
    삼성전자의 신수종사업단지가 들어설 고덕면 일대의 모습은 어떨지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평택대학교와 상가·아파트 신축공사장 등을 지나 도착한 고덕면 일대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평택시의 모습과 달리 완연한 시골 풍경이었다. 추위에 얼어버린 논과 밭 사이로 인가가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었다. ‘고덕국제신도시’라고 써붙인 푯말 같은 것은 찾아보지 못했다. 대신 경기도시공사에서 내건 ‘분묘 연고자 신고 안내’라는 플래카드를 볼 수 있었다.

    이곳의 토지 보상이 이미 90% 가까이 진행된 탓인지 군데군데 남아 있는 집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고요하던 마을에 웬 사람 발자국 소리냐는 듯 몸집 큰 개가 맹렬히 짖어댔다. 어느 한 집 담장 너머로 노부부가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려 얼른 문을 두드렸다.

    이름도 묻지 말고 사진도 찍지 말라며 수줍게 돌아서기 바쁜 한 70대 할머니는 “자세한 건 잘 모르겠고 아들이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까 팔자고 해서 팔았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니…. 일을 추진하는 기관이 어디건 간에 ‘나라에서 하는 일’로 알고 있는 순박한 시골 어르신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할머니는 “26세에 이곳(고덕면)으로 시집와 지금까지 살았다”며 “수십 년 정이 깃든 곳을 떠나자니 서운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들이 하자고 하니 어쩌겠냐”며 부모의 심정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사진설명
    이따금 눈에 띄는 고덕면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고덕면에서도 궁리, 여염리, 서정리 등이 사업단지 대상 지역이었다. 또 같은 지역임에도 사업단지에 포함되는 지역과 포함되지 않는 지역이 공존했다. 고덕면에는 아파트는 물론 상권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온통 논과 밭, 목장지대뿐이다. ‘목장지대’라는 것도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이곳 주민들의 입을 통해 들은 것이다. 아마도 소를 키우는 공간을 통칭해서 목장지대라고 일컫는 듯했다. 저편으로 우뚝 솟은 아파트가 보였다. 그곳이 아마 사업단지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짐작되는 지제지구, 가재지구 등의 아파트일 것이다. 고덕면에서 만난 60대 한 주민(남)은 “웬만한 집은 거의 다 이사를 갔다”며 “부근에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도시공사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봐서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가능성은 농후하다. 삼성전자의 신수종사업단지가 조성되고 아파트단지도 형성된다면 상권이 뒤따를 것은 자명하다.

    평택의 부동산 열기는 서울에서도 감지될 정도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평택의 분위기는 서울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라며 “신도시개발, 삼성 등 대형 수요시장의 형성이 평택 부동산시장에 뚜렷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까 만난 70대 할머니는 서울에서 취재하러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써줘서 보상 좀 더 받게 해줘요”라고 웃으며 돌아섰다. 말하고 나서도 왠지 민망한 듯 총총히 멀어져 갔다.

    [임형도 기자 halim@mk.co.kr / 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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