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서의 뉴 애브노멀 시대 경제] 트럼프(Trump) 시대 개막

    입력 : 2017.02.23 16: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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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가 마침내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했다. 막말과 파격적 행보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서 강한 미국을 다시 건설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엇갈릴 수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로 인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증대되었다는 것이다. 즉 ‘뉴 애브노멀’ 시대가 본격화되는데 트럼프가 크게 일조를 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도 최근호에서 2017년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새롭고 어두운 세계질서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요한 것은 세계가 고립주의가 아닌 개방주의로 언제 복귀할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손실이,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전적으로 트럼프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본고에서는 ‘뉴 애브노멀’ 시대 가속화에 공헌한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살펴보고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과 한국경제의 대응방안을 분석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크게 재정·통화와 산업 분야에서는 감세와 규제완화를, 대외·통상 분야에서는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활동을 촉진시키며 자국산업을 보호하여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재정정책으로는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추진하고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대신 기업의 해외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또한 통화금융정책으로는 저금리 선호 기조 아래 통화정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반면 도드-프랭크법(Dodd-Frank) 수정 또는 폐지 등 금융 규제는 완화한다고 한다. 산업고용정책으로는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 전통적 산업의 재기를 추진하고 자국 산업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해 이민자나 외국인은 배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통상정책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고 무역협정을 재검토 하는 등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먼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이나 멕시코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큰 폭의 무역적자를 시현하고 있는 상대국에 대해서는 환율 시정에 대한 압박도 강화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각종 무역협정에 대해 철회나 재협상을 예고하고 있어 관련 당사국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즉 비준절차를 진행 중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철회하거나 대폭 수정을 하려고 하고, TTI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나FTAAP(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등 현재 진행 중인 협정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킬 생각이며, 한미 FTA를 비롯해 이미 발효된 무역협정에 대해서도 재협상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계획대로 실현되어 미국 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단기 전망이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재정부양과 자국산업 보호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OECD나 FRB 등 주요 경제기관들은 대선 이후 미국의 2017년과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0.2%p씩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소 회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책 간 모순되는 점이 많으며 정책 시행 간 우선순위에서도 갈등의 소지가 있고, 재정이행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하며, 트럼프의 리더십이 아직 검증되지 않는 등 너무나 다양한 불확실성이 산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재정확대나 규제완화 정책의 지속여부나 이민 제한에 따른 노동력 감소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성장잠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완전 고용에 가까운 현재 상황에서 재정지출 확대와 관세인상으로 인한 정부 부채와 인플레이션 증대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도 감세와 규제완화는 과거 경제 패러다임에서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정책일 뿐 오히려 부의 편중만 가속시켜 금융위기 이후 가까스로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미국경제를 망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세계의 눈과 귀는 지금 백악관에 쏠려있다. 백악관에서 발표되는 경제정책 하나하나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셈법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국제금융시장은 불안해지고 글로벌 교역은 둔화되는 등 세계경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터널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정책이 실제 실행단계에서 수정될 가능성과 각국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부정적 충격파의 진폭은 다소 축소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미국 경제정책 방향의 불확실성 증대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은 세계교역량의 급감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 같은 트럼프노믹스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이머징마켓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미국의 불안한 금융시장과 불확실한 정책은 이머징마켓 시장의 주가하락과 자본유출을 동반하고, 이에 따라 이머징마켓에 대한 기업투자 및 고용 축소는 결국 글로벌 시장전체의 성장률을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체 수출액 중 미국 수출비중이 17.4%, 무역수지 흑자 중 미국 비중이 77%에 달하는 중국의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관세율까지 상향된다면 중국경제의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EU 국가들도 트럼프 경제정책이 현실화되면 부정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가뜩이나 영국의 EU 탈퇴로 대영국에 대한 교역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EU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EU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를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

    그렇다면 가시화되고 있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우선 소나기는 일단 피한다는 생각으로 통상마찰에 대비하고 한미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6번째 무역적자국에 해당하고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감시대상국이며 무역규제 조사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미국의 통상압력은 불가피하겠지만 한미FTA 발효 5주년을 맞아 그동안 미국의 대한국 수출이 연평균 5% 이상 신장했고, 특히 자동차의 경우 5년간 200% 이상 증가했으며 한국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3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의 경제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과의 협력채널도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재정을 쏟아붓기로 한 다양한 산업 중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진출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도로·교통 등 공공인프라와 석유·가스 등 에너지 분야는 국내 기업들이 나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첨예화될 경우 미국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통신기기나 전기기기 업종의 경우 대미 수출이 오히려 증가하는 반사이익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경제정책의 긍정적인 요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책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가의 눈높이에 맞추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상무부장관에 사모펀드 회장, 재무부장관에 골드만삭스 파트너, 노동부장관에 레스토랑 CEO가 지명되는 등 경제관련 장관에 다수의 기업인들이 포함되었다. 보다 기업 친화적인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여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많은 정책 중 실효성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국내에도 도입할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한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가장 절망적일 때 가장 큰 희망이 온다. 트럼프의 원초적이고 이기적이며 불확실한 경제정책을 우리 몸에 맞는 옷으로 재단할 수 있는 장인의 기술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즈음이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7호 (2017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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