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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현의 IT 경제] 블록체인은 미래를 바꿀 것인가?
입력 : 2016.12.02 18: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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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기업은 물론 세계 각국이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예측과 더불어 이 기술을 이용한 각종 정부 서비스에 대한 시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비트코인이라는 전자화폐에서 그 유용성이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경우는 사이버 공격에 있어서의 기반시설 보호, 복지 정책에서의 운영비용 절감 및 적격성 추적, 지원 자금의 추적, 경제성장에 대한 새로운 기회 확보, 세금 탈루 감소 등에 대한 부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그 가능성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권에서부터 블록체인을 이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관련 부처 등이 나서서 기술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그 기반 기술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블록체인 기술은 복잡하고 실제 사용을 하는 데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장부 기술로 불리기도 한다. 거래 당사자 간의 거래 내용을 여러 컴퓨터에 나누어 보관하기 때문이다. 분산장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살펴보자.
그런데 이 장부를 기록하는 과정에서나 나중에 여러 가지 부정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관리자가 특정 참여자와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록한 장부가 훼손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장부를 기록할 때 참여자들이 선정한 제3의 사람을 입회시키고 장부를 복사하여 별도의 곳에 보관할 수 있다. 이 같은 형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처리 방식이다. 또한 이를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 지금의 일처리 시스템이다.
반면에 다른 일처리 방식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장부를 기록하는 것이다. A, B, C, D, E 5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5명은 각자가 장부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일처리 방식은 먼저 각자가 한 일을 본인 장부에 먼저 기록하고 서명한다.
그리고 장부를 다른 참여자에게 순차적으로 전달한다. A는 B에게 전달하고 B는 C에게, C는 D에게, D는 E에게, E는 A에게 전달한다. 참여자 각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달받은 장부를 확인하고 다시 자기가 한 일을 전달받은 장부에 적고 서명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면 원래 본인이 갖고 있던 장부가 자기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 장부에는 5명이 기록하고 서명한 내용이 있게 된다. 결국에는 5명 모두가 기록하고 서명한 장부 5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장부의 내용은 5개 모두 동일한 내용을 담게 된다. 이 장부를 각자가 보관한다.이로 인하여 장부나 내용의 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일처리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참여자가 많아지면 장부를 기록하는 일로 모든 시간을 소모하게 될 수도 있다.
한번 잘못 기록된 내용을 수정하기도 어렵다. 소수가 모인 경우에는 가능하나 복잡한 사회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식인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설명한 대표자 1인을 뽑아 모든 것을 맡기고 그 일이 잘 진행되는지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방안이 만들어진 것이 현재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등과 관련된 시스템인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를 활용한 블록체인이라는 방식의 등장으로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하게 됐다. 블록체인 방식은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그 참여 기록을 갖는 체계다. 여기에는 관리자도 감독자도 따로 없는 모두가 참여자이자 관리자이고 감독자가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관리체계의 변화
단적으로 표현하면 관리자나 대표자 중심의 관리 방식에서 모두가 참여하고 관리하는 체계로의 변화가 블록체인이 가져오는 변화의 핵심이다. 새로운 기술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체계의 변화를 이끌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 간의 금융거래가 은행을 매개로 이뤄졌다면 블록체인 체계가 되면 당사자 간의 거래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 거래에도 그동안 은행이 제공했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가 보장되는 것이다. 신문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 참여자는 기자이다. 현재의 체계는 기자가 쓴 기사를 신문사가 부여한 권리를 가진 관리자의 승인이라는 과정을 거쳐 대중에게 공개한다. 그런데 블록체인 기반의 신문사는 특정 권리를 가진 관리자가 없는 대신에 참여자인 모든 기자의 승인이라는 절차로 진행한다. 신문사가 없어도 신뢰성 있고 영향력 있는 신문이 등장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간 매개가 없는 서비스나 관리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유지해 온 체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계기를 제공한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그런데 냉정한 시각으로 블록체인이 가져올 1차적인 변화의 핵심을 살펴보면 관리체계에 있어서의 비용의 문제로 귀결된다.
블록체인은 중간 매개체나 관리 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참여 당사자가 직접 관리에 참여하는 체계이다. 중간 매개체나 관리 주체가 존재하면 필연적으로 그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회사의 경우 주주 입장에서 보면 모든 주주가 직접 참여하여 회사를 관리할 수도 있으나 대표자를 뽑아 회사를 운영하고 관리한다. 관리와 비용의 문제이다. 그러나 각자가 관리하는 개념인 블록체인의 체계가 관리나 비용 면에서 기존 방식에 비하여 월등하게 우월하다고 보기에는 곳곳에서 한계를 노출할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 복잡성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현재와 같은 관리체계보다 더 낮을 거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또한 더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역사의 오랜 과정에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직접 참여냐 간접 참여냐의 문제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해 오면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
블록체인 기술은 그동안 간접 관리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 직접 참여의 길을 상당 부문 열어 주었다는 데서 큰 의의를 찾아야 한다. 지금의 환경은 직접 참여를 최소화하고 대부분 매개체나 관리체계를 강화한 형태이다. 이러한 부분에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접목하여 관리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 송금의 경우 중간에 존재하는 각국의 은행이나 은행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제거하면 용이하게 당사자 간의 해외 송금이 가능하다. 해외 송금과 관련한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곳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결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온전히 적용하여 모든 일 처리가 가능한 부분도 있을 것이나 결국은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과 기존 체계의 장점이 결합되어 관리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영역에 우선 도입될 것이다. 생각보다 그리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 같다.
[한호현 (공학박사)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AICF포럼 의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5호 (2016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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