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호현의 IT경제] IT경제에서 생존하기 위한 5가지 조건

    입력 : 2015.03.06 15: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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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경제가 무엇인가? 경제에 특별한 수식어가 붙는다고 경제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아니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질문이다.

    굳이 복잡한 경제이론을 가져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IT경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경제에서 그 화두가 IT라는 것이다. 경제에서 그 중심 화두는 항시 변해왔다. 노동력 즉, 사람이 중심이었던 시대가 있었으며 돈 즉, 자본이 그 중심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경제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IT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IT경제는 기존의 경제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가장 다른 점은 평가 가치의 기준이다. 기존의 평가가치가 수요, 공급, 가격에서 오는 생산, 매출, 순이익 등이었다고 한다면 IT경제의 가치는 데이터, 서비스, 채널에서 오는 네트워크의 크기와 미래 기대수익이다.

    2000년대 초 많은 경제학자들은 IT가 정치, 경제, 사회 등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측했다. 공정(Process)기술, 제품(Product)기술, 조직(Organizational)기술, 정치와 사회(Political and Social)기술 등에 IT가 혁명적 변화를 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러한 예측은 대부분 그대로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 변화의 속도는 예상의 2배 이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의 IT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400년 전 주식거래소의 등장이나 BC3500년 전의 기록의 역사가 시작된 것에 버금가는 변화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2015년 2월 기준으로 미국 애플사의 시가총액이 7400억달러를 넘어섰다. 국가별 GDP 규모와 단순 비교해 본다면 세계 20위권에 해당되는 규모다. 미국 애플사의 주력 제품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기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자동차 생산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플페이’라는 지급 결제수단을 선보인 지도 오래다. 금융회사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출발한 미국 아마존은 이제 탄탄한 유통망을 갖춘 유통회사이며 새로운 유통 수단인 드론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항공 물류회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산업군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IT경제에서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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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경제에서 살아남는 기업 IT기술의 변화에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전통적 기업은 제품의 설계, 생산 그리고 제품의 판매와 서비스라는 전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그동안 IT 기술은 이러한 활동을 관리하는 영역에 주로 활용되었다. 잘 갖추어진 경영시스템이 기업의 경쟁력을 보존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IT의 활용은 20세기를 끝으로 그 수명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1세기 IT경제에서 기업은 그 생존 가능성을 IT경제 적응도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제품의 설계에 IT기술이 활용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제품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나 툴을 활용하는 것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제품 생산 공정이나 제품, 서비스, 사회적 반응 등에서 나타나는 데이터 등이 설계에 즉시 반영되어야 한다. 제품 생산 이전에 고객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하며, 제품 생산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다음으로 제품의 생산과 관련한 공정에 IT기술이 활용되는가의 문제다. 독일의 경우 제조업에 IT기술을 활용하는 인더스트리 4.0의 혁신이 시작된 지 오래다. 인더스트리 4.0은 생산 공정과 관련된 모든 것을 IT기술이 관리하고 제어하는 개념의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3D프린터를 통해 제품의 모형을 만들거나 실제 필요한 부품을 생산할 수도 있다. 필요한 부품의 최적 조달 위치를 미리 파악하여 생산 공장을 확보할 수도 있으며, 반제품이 곳곳으로 이동하면서 서서히 그 이동경로를 따라 완제품이 생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생산에 소요되는 물류비용, 부품 재고 비용, 생산제품의 재고 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준다.

    셋째, 다음은 제품에 IT기술이 어느 정도 차지하느냐다. 예를 들어 과거의 자동차에는 IT기술이 적용된 것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러한 틀을 처음으로 깬 것은 내비게이션이다. 교통상황 정보나 지도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가 편리하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자동차라는 제품에 IT기술이 들어간 것이다. 미래의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보다 많은 IT기술이 핵심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서로의 위치와 속도 정보를 교환하고 도로의 각종 시설정보를 받아들여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완성될 것이다. 앞으로 모든 제품에 누가 얼마나 간편하게 IT기술을 접목시키는가의 경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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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째, 다음으로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IT기술의 활용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소비자는 대부분 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찾아 설치하여 사용한다. 이른바 고객의 자가 서비스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필요한 부품(케이스, 액세서리, 배터리 등)도 스스로 구매하여 사용한다. 기업은 핵심 기능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대부분 수행한다. 이러한 방식의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은 전통적인 서비스 방식이 IT에 의해 서비스 개념이 변했기 때문이다. 한 번 사면 그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동일한 기능을 사용하던 것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사용하게 해주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도 이러한 방식의 서비스가 도입된 지 오래다. 카메라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변경을 통해 더 좋은 기능을 제공한다.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의 관점은 기존의 경제관점에서 IT의 활용을 바라본 것이다. IT경제 관점에서 새롭게 보아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음이다.

    다섯 번째로 데이터를 활용하는가이다. 여기서의 데이터는 기존의 경영정보시스템 등에서 나오는 관리적 데이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의 설계, 제품의 생산 공정, 제품 자체에서 오는 데이터, 서비스와 관련된 데이터 등에서 오는 종합적인 데이터를 말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업의 궁극적인 자산이자 기업 경쟁의 핵심 원천이 된다. 과거에는 연구개발을 통해 얻은 기술이나 기업 활동에서 나온 이익이 자산이자 경쟁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IT경제에서는 데이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데이터에서 제품의 설계가 만들어지고 생산 공정이 정의되고 제품이 탄생한다. 데이터에서 제품의 판매가 결정되고 서비스가 이뤄지며 또다시 그 결과가 데이터로 환류되는 것이다.

    5가지의 관점에서 어느 하나 이상에서 그 적응이 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일단 IT경제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따른다. IT가 접목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을 과감하게 포기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나 산업의 경우 위 5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할 경우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미 이러한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특히 위 5가지 중 하나로 무장된 기업과 경쟁이 시작될 경우 준비하지 못한 기업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는 걸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점은 국가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정책 결정과정에 IT가 접목되어야 하며 국가가 새로운 국민 서비스를 내놓을 때 당연히 IT가 중심이어야 한다. 그 서비스는 항상 데이터로 남아 국민이나 기업, 국가가 새로운 서비스를 결정하거나 제공할 때 가치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절차나 관리에 집중된 국가정보화의 틀도 IT경제에 맞게 하루 빨리 바꿔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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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호현 (공학박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SW융합진흥본부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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