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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금융을 바꿔야 된다
입력 : 2013.07.15 09: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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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이번 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의 큰 기조다. 창업과 신기술,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과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이러한 창조경제로의 전환은 이미 전 세계 경제구조와 기업 생태계에서 감지되고 있는 기조이기도 하다.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기업의 자산구조를 보면 20년 전에만 해도 유형자산의 비중이 70%를 넘었으나 최근에는 무형자산의 비중이 70%를 넘어서고 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이의 사업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무기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들이 사업 초기에 한국의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사업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담보가 될 만한 유형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창조기업들은 사업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보유 자산은 지식과 기술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창조기업들의 옥석을 가리고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금융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창조금융의 실현에 있어 자본시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시장은 위험을 적정하게 분석하고 인수하며 배분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지닌 기업이 이를 사업화하고 성장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제공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금융시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자본시장은 창조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데 미흡한 측면이 많다. 위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배분하는 투자은행 역할을 하는 증권사가 적고, 다양한 투자상품을 설계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을 감내하고 장기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군도 형성되어 있지 않다.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우선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자금지원이 이루어지기 위한 시장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단계의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자금이 지원될 수 있는 수단도 마련돼야 한다. 초기단계 기업의 자금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매칭펀드 형태의 지분투자형 펀드가 도입돼야 한다. 특히 자금수요자가 인터넷 등에서 소액의 자금을 조달해 창조기업의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크라우드펀드와 같은 상품이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매번 투자자금을 잃어버린다면 크라우드펀드가 정착할 수 없다. 따라서 일정수준 투자자 보호 제도를 마련하고,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상품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한편 기술을 가진 기업이 창업, 성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이것이 경제를 발전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의 M&A시장 및 투자지분의 유동화를 할 수 있는 시장여건을 조성하고,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자금공급을 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 펀드와 같은 빠짐없는 금융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식재산 금융도 활성화돼야 한다. 지식재산권에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지식재산펀드를 도입하고, 지식재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근거해 증권을 발행하는 지재권유동화증권이 활성화돼야 한다. 지식재산의 이용허가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구축해 다양한 참여기관이 기술을 사업화하고 거래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산업을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금융산업이야말로 지식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창조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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