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철현 교수의 인간과 신] ⑰ 애플

    입력 : 2013.06.07 14:23:29

  • 사진설명
    애플 컴퓨터 애플 컴퓨터 회사의 ‘사과’ 로고는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애플 컴퓨터 회사를 창업한 로널드 웨인의 생각이었다. 로널드 웨인은 그 다음해에 2300불을 받고 자신의 지분을 잡스와 워즈니악에게 팔았다. 로널드는 개인용 컴퓨터의 도래는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에 한 명인 아이작 뉴튼(1642-1727)의 만유인력의 발견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 이미지는 펜으로 그린 그림으로 아이작 뉴튼이 사과나무에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다. 이 로고의 둘레에는 영국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다음과 같은 시구가 적혀 있다. “뉴튼… 생각이라는 이상한 바다에서 영원히 항해하는 지성.”

    이 그림은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를 묘사한다. 젊은 뉴튼이 사과나무 밑에서 신비한 우주를 묵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져 그 순간 그는 우주 궤도에서 달이 지구로 지구는 태양으로 ‘떨어지는’ 중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창세기와 사과 창세기는 사과와 관련해 수많은 이야기의 원천이다. 창세기에 수록된 오래된 신화에 의하면 최초의 인간들인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 거주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있었는데, 신은 그 나무들 중 특별히 두 그루의 나무의 열매는 따먹지 말라고 명령한다. 그 이유는 한 나무는 따먹기만 하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열매가 달려있는 ‘생명나무’이고, 다른 나무는 삼라만상에 대한 직관력과 분별력을 가져다줘 신과 같이 되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이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 대한 영어성서 번역은 ‘Tree of Knowledge of Good and Evil’이다. 히브리어 원전에서는 ‘에츠 다아쓰 토브 워-라’이다. 한글번역에서는 ‘알게 하는’이라 번역해 그 중요성을 표시하지 못했는데 이 구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지식’(다아쓰)이다. 오히려 ‘선과 악’(토브 워-라)이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관용적 표현으로 상반된 두 개의 요소를 나열해 전체를 의미한다. ‘선과 악’은 오히려 ‘전부·모든 것·삼라만상’이라 번역할 수 있다. 또한 여기서 ‘지식’(다아쓰)은 지혜와 명철을 배태시킨 우주의 운행원칙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다시 번역하자면 ‘삼라만상의 원칙을 인식할 수 있는 지식의 나무’이다.

    성서에서 금단의 열매가 이 두 나무 중 어느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신은 그것을 먹는 날에는 죽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마도 아담과 이브가 그 열매를 먹은 ‘모든 지식의 나무’를 지칭하는 것 같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영생을 보장하는 나무를 먹었을 리가 없다. 어쨌든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이 금단의 열매는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 등장하는 금빛 사과의 영향을 받아 ‘사과’로 변신했다.

    그 결과 사과는 지식, 영생, 유혹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타락과 죄의 상징이 되었다. 영어단어 Melon은 그리스 단어 Melon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배, 사과 등이 포함된 인과류 과실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 ‘양·염소’ 혹은 ‘양이나 염소의 가죽’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 단어가 ‘사과’로 변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라틴어였다. 라틴어에서 ‘사과’에 해당하는 ‘말룸’(Malum, 장모음 a)과 ‘악’에 해당하는 ‘말룸’(Malum, 단모음 a)이 유사해 창세기에 등장하는 금단의 열매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민간전승에 의하면 인간의 목에 달린 후두는 아담이 금단의 열매를 급하게 먹다 걸린 상징이다. 아담과 이브가 이 열매를 먹고 나니 그들의 눈이 열려 자신들이 나체인 것을 알고 나뭇잎으로 몸을 가린다. 그리스도교에서 이 이야기는 인간의 하이브르스(Hybris), 즉 불순종과 자만심의 시작이며 첫 번째 죄라고 해석한다.

    신은 아담과 이브에게 그 죄의 대가로 여자는 아이를 낳고 남자는 음식을 얻기 위해 노동이라는 수고를 감내하게 했다. 또한 신은 이들을 에덴동산에서 추방하고 인간을 제한된 시간만 살고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

    서양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원죄(原罪)’ 교리를 정교하게 만든다. 특히 4~5세기 살았던 서방 그리스도교 교리의 완성자 어거스틴(기원후 354-430년)은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의 원죄는 성교를 통해 태어나는 모든 인간들에게 유전되며 모든 인간은 죄인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그리스도교에서 모든 인간의 목에 걸려있는 ‘아담의 애플’은 인간이 죄인이라는 절망의 상징이다.

    그러나 유대교나 동방 그리스도교는 이들의 원죄가 유전된다고 믿지 않는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희망의 상징 이 오래된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나?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에덴동산이 아니다. 인간은, 모든 동물은 생식을 통해 자식을 낳고 어떤 식으로든 노동을 해야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 이 이야기는 역사적인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보는 혁신적인 시각을 제공해 주는 패러다임이 아닐까? ‘모든 지식의 나무’ 열매를 먹는 인간은 자신이 비록 파라다이스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식을 낳고, 그들과 사회를 위해 땀 흘려 노동을 하고, 또한 목에 걸려있는 ‘아담의 사과’를 생각하며 자신이 왜 존재하는지 깊은 묵상을 통해 자신이 꼭 이루어야 할 일을 찾고, 우주 삼라만상에 숨어 있는 원칙인 ‘지식’을 추구하라는 가르침은 아닐지. 이것을 간파한 스티브 잡스는 ‘한입 깨문 사과’ 로고를 만들고, 애플을 통해 살 만한 세계를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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