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과의 소통은 고급 정책 홍보다

    입력 : 2013.05.03 18:06:37

  • 박근혜 정부의 소통은 승부사 모습으로 국민에게 선보였다. 대통령 선서를 한 지 한 주 정도가 지난 때다. 방송-통신 융합업무 관장 부처를 둘러싼 국회 정부조직법 협상에서다. ‘정부의 방송 장악 기도’ 지적에 대해 박 대통령은 “방송을 장악할 의지가 없고 법적,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대로 출범해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 입장을 여과 없이 전달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이려고 시도했다.

    소통의 양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절제적이다. 좋게 보면 절제 소통이다. 이는 소통의 양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다. 소통의 질에 초점을 맞춘다. 불필요하게 메시지를 생산하지 않고, 필요할 때 최소한의 메시지로 국민과 소통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필요, 불필요를 결정하는 입장이 국민보다는 정부 쪽에 쏠려 있다 보니 부작용이 나온다. ‘17초 사과’가 대표적이다. 인사 논란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이 사과문을 읽는 데 걸린 시간이 17초였음을 지적한 비판적 표현이다. 절제가 소통의 장애물이 돼 버렸다.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자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긍정적이다. 공유, 개방, 협력, 소통의 3.0 정부에 들어맞는다. 칸막이가 아닌 벌통 정부를 만드는 것은 소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이처럼 승부사가 부각되다 보니 타협과 조정이 멀어졌다. 절제가 소통의 미덕이 되질 못했다. 반면에 칸막이를 걷어내는 부처 간 공유와 소통은 더 중요해졌다. 초기여서 그런지 박근혜 정부의 소통이 어수선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정책 홍보를 할 때다. 140개 국정과제에 대한 100일 홍보 전략이 마련되어 실행 중이다. 첫 번째 정책 홍보 전략은 홍보의 힘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책과 국민 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홍보다. 홍보는 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오해를 바로 잡아주며 정책 공감을 늘려준다. 국민의 눈과 귀를 정책 결정의 맨 앞자리에 앉히게 하는 게 홍보다. 홍보를 경시하며 출발한 MB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을 겪은 후에야 홍보와 소통을 강조한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3.0 정부는 국민과 정부 간 양방향 대화에서 시작한다. 대화는 고급 홍보다.

    다음은 메시지다. 140개 국정과제에 대한 개별적 홍보와 박근혜 정부의 통합적 홍보 메시지가 맞아떨어지게 해야 한다. 부처 자율홍보와 국정 종합홍보가 될 때 국민들의 정책 수용성이 올라간다. 개별 정책에 대한 메시지는 요즘 자주 나온다. 그런데 이들 메시지가 합쳐져서 박근혜 정부를 대표하는 메시지는 아직 잡히지 않은 것 같다. 온라인, SNS를 중시하는 매체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이 없어지면서 온라인이나 개인 미디어를 통한 국민 접촉이 약화될 수 있다. 인터넷이나 SNS는 더 이상 뉴미디어가 아니다. 인프라 미디어다. 또한 세대를 구별하지 않는다. 시골에 사는 70대 어머니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했더니 국내 포털은 물론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아 40대 아들에게 열심히 보내준다는 언론인의 이야기는 우리의 미디어 지형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정부 홍보인에 대한 사기 진작이다. 홍보인은 자발성과 사기를 먹고 산다.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공공 홍보인들이 자신이 가진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해줘야 한다. 영국위원회 보고서는 홍보(PR)가 창조경제 서비스 분야의 첫 번째라고 적고 있다. 홍보가 정책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홍보는 정책의 비타민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민, 양자가 자신의 논리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아전인수가 아닌 서로의 입장과 상황에 귀 기울이는 역지사지의 통로로 정책 홍보가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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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2호(2013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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