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경엽 칼럼] 장밋빛 세상

    입력 : 2012.08.06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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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어느 자리에서나 빠지지 않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 “경기는 어떻게 돼가나? 더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가까운 사이라면 한 가지 질문이 더해진다. “12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까?” “지금 누가 유리하냐? 안철수는 나오긴 나올까?” 정치 변수 중 하나는 가닥이 잡혔다. 얼마 전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되면서 안 원장의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성 정치권의 관행과 전혀 딴판으로 착착 정치권에 진입하는 수순과 전략이 이채롭다. 대권을 누가 잡을지, 정치권 이슈는 연말이 되면 자연스레 궁금증이 풀리게 된다. 시간이 해결해준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고 우리 모두가 정말 걱정하는 것은 먹고 사는 일, 세상살이다. 체감 경기가 최악이라는데 어떻게 돌아가는지, 유로존 위기의 해결 기미가 있는지, 부동산 값은 더 떨어질 것인지. 곳곳에 악재 투성이고, 잿빛 전망이고, 오리무중이어서 더욱 불안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덕에 스타가 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최근 “세계경제에 이미 퍼펙트스톰이 시작됐다”고 공언했다.

    오랫동안 금리를 동결해오던 한국은행이 느닷없이 금리를 3%대로 낮춰 충격을 던졌다. 금리를 내리면 주가는 올라가야 상식인데 오히려 급락했다. 갑자기 금리를 내려야 할 정도로 경제 여건이 나빠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서다.

    ‘삼성전자, 현대차 착시’라는 주장이 있다. 글로벌 대기업 두 회사가 잘 나가는 탓에 ‘기타’ 수많은 기업들의 어려운 여건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은마아파트 한 채 값이 8억원에 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얼마 전 남동 공단의 부품소재기업은 요즘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2012년 한여름 어디를 둘러봐도 다들 힘들게 넘기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밝은 빛이 가까이 와 있을 지도 모른다. 일부러 뒤집어서 좋게만 생각해보는 ‘낙관적 역발상’은 어떨까. 비관 속에 패닉에 빠져 있어서는 해법을 찾기가 더 힘들다. 평상심에서 쉽게 방향을 찾아 나올 수 있다. 대체로 ‘장밋빛 전망’에 익숙한 낙관주의자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 애써 긍정적으로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많은 게 달리 보인다.

    퍼펙트스톰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 크게 주목을 받게 되면 실제 상황에서는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두가 긴장해서 서둘러 대비책을 세우게 된다.

    글로벌 경제를 옥죄는 유로존 위기 역시 시일의 문제일 뿐 결국은 해결책이 나오게 돼 있다. 유로존에서 그리스를 빼든 아니면 넣고 가든 유럽 국가들이 경제 회생을 위해, 파국 보다는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게 분명하다.

    한때 잘 나가가던 한 지역의 아파트 시세가 최저를 갱신했다면 떨어져봐야 얼마나 더 떨어질까라고 생각해본다. 매년 물가 상승과 성장률을 감안하면 바닥 모를 하락세는 아닐 수 있다. ‘깡통 아파트’ ‘경기 최악’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면 실제 경기는 이미 바닥권을 지나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은 인구 감소 때문에 일본식 장기 불황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거의 일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게 예고돼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신세대는 아주 개방적이어서 수년 내에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정부의 보육지원책 효과로 다자녀 가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소수 의견’도 눈여겨봄직하다.

    최근 유럽을 다녀온 한 CEO는 독일 기업인의 말을 듣고 뿌듯했다고 했다. 한국이 지금 기세라면 자국 독일까지 제끼기는 어렵겠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앞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덕담을 했다고 한다.

    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한국을 더욱 추켜세웠다. 올 초 펴낸 <짐 오닐의 그로스 맵>에서 그는 한국을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했다.며칠 전 브라질을 혹평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낙관론자와 비관론자 중 어느 한 쪽의 기질을 타고난다. 이럴 때일수록 낙관론 쪽에 서 보자. 할 수 있다고 하면 일이 된다.

    장마철에는 짙은 먹구름이 끼고 천둥번개가 친다. 하지만 푸른 하늘이 가장 오래다. 마음을 다잡고 손에 손을 잡고 나아가면 어느새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에 닿아 있지 않을까.

    [조경엽 LUXMEN 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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