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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선거판의 부동산 정책
입력 : 2012.03.26 17: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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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난 기간 여러 정부가 해내지 못한 주택 가격 안정화가 수 만 채에 불과한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으로 가능했던 것일까? 2008년 이후 현 정부가 내놓은 18번의 부동산 정책과 3번의 세제조치를 살펴보면 대부분 세금 감면 등 각종 규제 완화 조치가 주요 내용이었다. 결국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대부분 거래 활성화 등 시장회생에 초점을 맞춰오고 있어 가격안정화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많은 부분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 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일부 반시장적인 정책을 포함하여 주택 가격 하락을 위해 지속적으로 전 방위적으로 다양한 대책을 쏟아 부었던 노무현 정부의 정책효과가 임기 중에는 큰 성과가 없었으나 다음 정권에 이르러 빛을 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도하게 추진된 주택가격 안정화 대책이 시장을 깊고 긴 침체의 늪에 빠트려 이번 정부에서는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시장에서는 오히려 진보정권 때가 보수정권 때보다 주택시장이 호황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는 정도다. 부동산시장은 일반재화와는 달리 경제학에서 볼 때 단기적으로 공급의 변화가 없는 움직임이 느린 시장이다. 즉, 공급의 확대를 통한 가격의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정한 경우에도 한정된 대통령 임기 중에는 그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따라서 지난 수십년 간 거의 모든 정부에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즉각적인 성과를 거두기보다는 시장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이 같은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간과한 데 기인하고 있다. 당장 가격을 낮추고 싶더라도 반시장적인 규제 일부를 제외하고 공급의 확대 등을 통한 정상적인 정책의 운용으로 하루아침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가 수차례 경험한 바와 같이 가격 규제 등 반시장적인 정책은 효과의 지속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에 대한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조급증이 발동된 정부는 보다 강력한 대책을 반복적으로 시행하여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자 노력하였다. 그 결과 막상 충분한 시간이 흘러 정책의 효과가 발휘되는 시점에서는 과도한 정책효과가 시장의 급속한 침체 등으로 나타나 서둘러 반대 정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같이 냉온탕을 왔다갔다하는 듯한 정부 정책의 변덕은 부동산시장에서 건전한 시장질서의 정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선거철마다 국민들은 그저 정책 담당자나 정치권의 입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정책은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교육정책만큼은 아닐지라도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체계가 원만히 정착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정책의 방향이 올바른 곳을 지향하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 또한 스스로 그 방향으로 발전할 만큼은 성장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포퓰리즘적인 부동산정책으로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자생력을 저하시키는 후진적 관행은 이쯤에서 멈춰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sskoh@konkuk.ac.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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