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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 칼럼] 기업인과 부자
입력 : 2012.01.27 16: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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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진짜 큰 부자는 역시 기업을 창업해 키워낸 이들과 그들의 2~3세들이다. 기업 판도의 부침은 있었지만 유례없는 한국 경제의 발전과 이에 따른 주식시장의 팽창은 기업을 이끌어온 대주주들에게 천문학적인 부를 쌓게 해주었다.
한국의 부자 상위권은 줄줄이 대기업 오너들이 대부분이고,벤처기업인이 몇 명 포함돼 있다. 부자라고 하면 대기업 오너,대주주와 동일하게 여겨진다.
요즘 기업인들은 걱정이 많다. 대기업 그룹이라면 더욱 수세에 몰린다. 상생경영이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대기업그룹이 쌓은 업보가 적지 않다. 때로는 정경유착으로, 때로는 불공정 경쟁으로 덩치를 키워온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핸드폰 반도체 가전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여러 업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만들어낸 것은 인정해야 한다.
다른 개발도상국과 비교해 볼 때 더욱 그렇다. 물론 대주주인 오너들만의 노력으로 된 것은 아니다. 오지 수출현장을 누비고,중동 모랫바람을 뚫고,세계 최장근로를 마다하지 않은 임직원들의 피땀이 서려있다.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해서,대주주라는 이유로 기부금을 더 많이 내고,세금을 더 부담하라고 압박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것은 방향이 잘못된 해법이다.
분명한 것은 기업인과 부자는 다르다.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원천은 기업이다. 기업의 기본적인 목표는 이익을 내는 것이다.만일 기업이 경쟁에 뒤처져 손실을 보거나 도산하게 되면 임직원은 물론 거래기업,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된다. 기업은 생존 자체로 사회적 기여를 한다. 기업이 번 돈으로, 은행은 이자를 받아 수익을 얻고,정부는 세금을 매겨 예산을 충당하고,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봉급을 받는다.
그리고 주주는 투자와 위험부담을 대가로 배당수익을 얻는다. 투자-생산-판매-이익실현으로 연결되는 ‘확대재생산’을 통해 기여한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투자를 늘리고,고용의 연쇄효과를 가져오면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기업은 경제활동의 중심 고리다. 기업을 무작정 몰아붙이면, 기업의 집합인 한 나라의 경제활동 자체가 위축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한 기업이 내부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면 누구에게도 유리할 게 없다.
대기업이 원칙과 법에 따른 정도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기업이든 대주주이든,전문경영자이든 법과 규정에 어긋나면 그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이다.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해당 기업과 기업인이 그만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해 무리한 압박을 가한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한 번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되면 상당기간 ‘관성’이 작용하게 돼 되돌리기 쉽지 않다. 상생이든 뭐든 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수준에서, 감당할 범위 내에서 하면 되는 일이다.
정치과잉의 해에 접어든 올해 2030세대의 정치참여는 한국 사회를 새삼 격동기로 몰아넣고 있다. 사이버 세상의 소통은 정치방식을 통째로 뒤집을 태세다.1% 대 99%라는 등식에서 기업과 기업인이 자칫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는 시절이다. ‘승자가 없는 시대’에 표적이 되면,어떤 계기에 큰 소용돌이가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의 먼 장래를 고려해볼 때 기업과 대주주,그리고 기업인과 부자를 따로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하다.
[조경엽 / LUXMEN 편집장 ch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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