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 한·중 관계 새로운 10년의 리더십
입력 : 2011.12.29 15:15:55
-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2004년부터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과 무역 흑자국으로, 2007년부터는 이미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로 자리 잡았다. 또 한국에 오는 유학생들 가운데서 중국 유학생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최근에는 일본보다 중국 관광객이 더 많이 오는 추세라고 알려져 있다.
한국이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 누계는 무려 2250억 달러, 대부분 중국 대륙에 재수출하는 홍콩과의 무역흑자 2200억 달러를 합치면 무려 4550억 달러이다. 이는 동기간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850억 달러의 5배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무역에서 발생한 누계 3400억 달러의 적자를 크게 상회한다. 자원이 없어 원유, 철광석, 석탄 등 원료와 밀, 옥수수 등 식량과 사료, 그리고 일본의 기계와 부품의 수입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중국 시장이 생명선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념 및 국내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정치와 외교 면에서 비록 양국 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 혹은 오해가 있기는 하지만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한·중 양국의 국가이익은 이미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수많은 국제 사무에서의 협조적인 입장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1992년 양국 수교의 필연적인 결과임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한·중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문화 등 기타 분야에서도 이전보다 더욱 밀접해질 것이 당연하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 가운데서 OECD에 가입한 국가는 한국뿐이며 게다가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인 동일성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는 향후 양국 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더욱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지금까지 경쟁과 협력을 통해 형성된 양국 간 분업 구조 때문에 양국 정부는 향후에도 계속 상호간의 무역과 투자를 확대해 분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전쟁이나 국내 동란 때문에 정상적인 경제사회 질서가 붕괴되지 않는 한 경제발전의 필연적인 법칙이고 각국 정부 정책의 우선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돌연사가 북한사회의 혼란을 가져와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에 커다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북한사회의 혼란은 중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은 최근 북·중 간의 친선과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에 관해 우호적인 보도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사회의 안정이 중국에게도 필수적이므로 향후 경제 원조를 포함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하겠다는 자세로 해석된다.
현재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사회 붕괴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2012년도 한국 대선과 총선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한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북한과 평화 공존하는 상황을 유지하면서 국내 경제문제의 해결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중국의 사회적 안정 가능성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이의를 제기하지만 이들이 간과하는 것은 지금 중국의 정치사회적 구조가 향후에도 안정적인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현실이다. ‘중국이 언젠가는 국민들의 민주화 욕구 때문에 붕괴할 것’이라는 ‘언젠가’ 식의 예측이 지금까지 누누히 빗나갔듯이 중국 지도자들과 국민들의 정치사회 문제 해결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큰 기회비용을 동반하게 된다. 따라서 향후 한국의 대중국 전략은 중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 가능성을 기본 전제로 전개되어야 한다.
대다수 국제기구가 20년 내에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초과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 것은 그들이 향후 중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성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사회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심지어 중국인들 자신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한 적이 많다. 2001년 중국 정부가 상당한 양보를 하면서까지 끝내 WTO 가입을 성사시켰을 때 중국의 언론들에는 ‘늑대가 온다’식의 보도로 가득 차 있었다. 수많은 국제국내 전문가들도 WTO 가입 후 중국은 자동차 공업을 중심으로 한 고급 소비재 산업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산업이 훼멸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WTO가입 10주년을 경축하고 있는 지금 중국의 자동차 산업과 중국 은행들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명백한 현실이다. 이를 단순히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독점 경영을 보호한 결과로만 보는 것은 WTO 가입 후 중국 시장개방의 성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한·중 간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2년부터 한·중 FTA 공식협상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많은 사람들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강하기 때문에 농업 분야를 제외하고 중국이 한·중 FTA에 보다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반대로 현재 많은 중국 관료들과 학자들이 오히려 한·중 FTA에 더 적극적이다.
사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총체적으로 중국 본토기업보다는 높을 수 있어도 FTA체결 후 경쟁해야 할 상대는 중국 본토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전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2년은 전 세계적으로 특별히 ‘정치의 해’라도 할 만큼 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몰려있는 해이다. 한국은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줄 여러 가지 이슈에 매우 민감할 것이고 중국은 향후 10년간 지속될 ‘시진핑 시대’가 개막되는 해인만큼 정치사회적 안정을 매우 중요시한다. 따라서 양국 정부가 모두 자국의 고용·물가·성장 등 경제문제 해결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될 것이 확실하다. 양국 간의 무역과 투자 등 경제협력은 경제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서 향후 양국정부가 당연히 계속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될 분야이다.
성숙기에 처한 한국 경제와는 달리 중국은 ‘후발 우세’를 이용해 앞으로도 경제발전 속도가 한국보다 빠를 것이 당연한데 그에 따라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수교 2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양국의 경제구조는 이미 큰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분업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따라서 한국의 중요한 과제는 향후 어떻게 중국과의 경제협력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여 경제구조의 고도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한홍석 / LG경제연구소 (중국)소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