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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살아남으려면 CEO가 환위험 관리하라
입력 : 2011.11.28 16: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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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로 이어지는 위기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경제의 침체, 장기불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의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 세계 금융시장은 소위 ‘변동성 장세’가 될 수밖에 없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도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 금융시장이 유럽위기의 해결 가능성 여부에 따라 급등락을 하고 있는데, 당분간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금보다 매우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1997년 외환위기 경험과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 측면을 고려할 때 여타 금융시장에 비해 외환시장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금의 유입과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어려움은 겪겠지만 기업들은 자금조달의 대안, 즉 회사채 발행과 은행차입 등의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거래를 위해 필요한 외환은 궁극적으로 외환시장 외에는 조달할 방법이 없다. 결국 외환시장의 불안은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성장에 가장 큰 장애 요인 될 수 있다.
작금의 세계경제 ‘시계 제로’ 상황에서 기업들은 적극적인 환위험 관리를 통해 불확실성과 그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원론적인 얘기고, 기업경영자 모두 환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인식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연구기관에서 지난 20년 동안 환위험 관리 실태를 서베이한 결과에서 공히 나타난 사실 중 하나는 경영자의 환위험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환을 현 시세에 비해 싸게 팔거나 비싸게 사는 계약을 과거에 한 경우 외환관리 담당 직원은 질책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도록 경영진을 설득하는 것이 실무진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외환거래 또는 외환파생상품 거래의 목적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수단이다. 작금의 세계경제 상황은 환위험 관리의 인식을 행동으로 바꾼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계시록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재식 /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cschung7@g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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