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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가계부채 해결책은 있다
입력 : 2011.09.15 16: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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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숫자가 매우 커서 대부분 사람들은 그 의미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참고로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의 모든 자산을 합하면 80조원 정도에 이르고 4대 시중은행의 자산액수는 각각 250조원에서 300조원에 이른다. 현재 국내 가계부채가 대략 저축은행 전체 자산의 열배, 혹은 시중은행 3개가 가지고 있는 총 자산액수와 버금간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다시 말해 4개의 시중은행 중 3개는 가계에만 돈을 빌려준 셈이니 정작 생산 활동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기업들은 돈을 별로 빌리지 않은 셈이다.
이렇듯 막대한 가계부채는 위험천만하기에 이를 줄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가계부채의 구성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형성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가계부채의 절반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이라고 한다. 국내 가계부채의 많은 부분이 사람들이 집을 사면서 빌린 돈이라는 이야기다. 즉 사람들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나 혹은 가구나 자동차 등 내구재를 구매하기 위해 빌린 돈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절반이 주택담보대출이란 사실은 사람들이 충분한 재산 축적 없이 빌린 돈으로 집을 샀다는 것을 말한다. 국내 주택 숫자가 단기간에는 일정하므로 결국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즉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집을 사지 않았다면 이렇게 가계부채는 커지지 않았을 것이고 또 집값도 지금같이 비싸지 않았을 것임을 뜻한다. 따라서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주택가격이 내려가야만 가능하다.
만일 사람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집을 팔아 빌린 돈을 갚는다면 가계부채도 줄어들고 집값도 내려간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 전체로 본다면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집을 팔더라도 그 집은 그냥 있게 되므로 돈을 갚고 싼 가격에 집을 다시 산다면 부채는 줄고 집값만 내려갈 뿐 국내 주택 재고는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집을 가진 사람들이 집을 팔려 할 때 집값이 떨어지면 부채를 갚을 돈이 충분치 않아 부도가 나고 경제가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 활동이 위축돼 모든 사람의 삶이 어려워진다.
현재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집값 하락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격한 집값 하락은 경기에 심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당분간 이를 피하면서 집을 가진 사람들이 값이 약간 하락하더라도 점차적으로 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던 집을 팔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인 듯하다.
[이인호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ihl@snu.ac.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0호(2011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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