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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세계 경제위기 정말 극복했나
입력 : 2011.07.01 17: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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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형태는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은 저성장의 고통이, 신흥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부실재정에도 세금을 더 깎아주고 유동성을 더 풀어내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처방까지 해가며 경기의 불씨를 살리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처방에 비해 효과는 신통치 않다. 경기는 뜨뜻미지근하고 언제 불씨가 꺼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풀려난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몰려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자산시장으로 몰려가 거품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고육지책을 펴고 있는 와중에 선진국들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유입되어 물가압력을 더욱 가중시키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선진국은 재정부실에 시달리며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데 실패하고 신흥국은 선진국이 풀어놓은 유동성의 바다에 빠져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갈등을 줄이는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신흥국은 선진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적정한 선의 통화가치 절상을 용인하고 선진국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는 상호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진국도 신흥국도 서로 양보하며 조율할 의지가 별로 없는 것이 문제다. 설령 조율이 잘 된다 하더라도 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긴축과정에서도 경기침체를 막아야 하는 것은 별도의 숙제다. 결론적으로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진정으로 벗어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극단적 침체의 험준한 골짜기를 비껴가는 대신 덜 험하지만 길고도 먼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경제에 ‘공짜점심’은 없다.
[권순우 /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soon.kwon@samsung.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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