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 세계 경제위기 정말 극복했나

    입력 : 2011.07.01 17: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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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당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갈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걱정하던 것과는 너무나도 딴판이다. 세계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대공황에 비할 바 못된다. 대공황 당시 미국경제는 3년에 걸쳐 경제규모가 30% 가까이 쪼그라들었지만 이번 금융위기에는 2009년 한 해 소폭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공황에 대한 우려는 한낱 기우에 불과했던 것일까?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완전히 극복한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아 보인다. 공황과 같은 극단의 경기침체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이를 위해 지불한 비용은 실로 엄청났다. 위기탈출을 위해 전무후무한 재정팽창과 유동성 살포라는 비용을 치렀는데 이제 그에 대한 청구서가 돌아오고 있다. 방만한 재정지출로 인한 부실이 이미 곳곳에서 재정위기를 낳고 있고 늘어난 유동성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고통의 형태는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은 저성장의 고통이, 신흥국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부실재정에도 세금을 더 깎아주고 유동성을 더 풀어내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처방까지 해가며 경기의 불씨를 살리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처방에 비해 효과는 신통치 않다. 경기는 뜨뜻미지근하고 언제 불씨가 꺼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풀려난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몰려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자산시장으로 몰려가 거품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신흥국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고육지책을 펴고 있는 와중에 선진국들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유입되어 물가압력을 더욱 가중시키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선진국은 재정부실에 시달리며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데 실패하고 신흥국은 선진국이 풀어놓은 유동성의 바다에 빠져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갈등을 줄이는 정책 조율이 필요하다. 신흥국은 선진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적정한 선의 통화가치 절상을 용인하고 선진국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는 상호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진국도 신흥국도 서로 양보하며 조율할 의지가 별로 없는 것이 문제다. 설령 조율이 잘 된다 하더라도 재정을 건전하게 하고 긴축과정에서도 경기침체를 막아야 하는 것은 별도의 숙제다. 결론적으로 세계경제가 위기에서 진정으로 벗어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극단적 침체의 험준한 골짜기를 비껴가는 대신 덜 험하지만 길고도 먼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경제에 ‘공짜점심’은 없다.

    [권순우 /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soon.kwon@samsung.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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