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 고령화 사회 준비… 연금 역할 부족

    입력 : 2011.07.01 17: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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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경제의 부상은 눈이 부실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상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또한 G20회의를 주재해 국격을 높이고 글로벌 위기 이후 출구전략 수립에 선진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등장했다. 그런가하면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신흥국의 연기금과 국부펀드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경제의 한축이자 신흥국 경제 파워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경제 권력의 이동에 축배를 들기보다 20여 년 전 세계경제에 기린아로 등장했던 일본이 고령화의 덫에 걸려 지지부진하고 있는 사례를 냉정하게 관찰해야 한다.

    1990년 한국인의 평균 연령은 29세였지만 2010년에는 38세가 되었고, 2030년에는 47세가 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990년 5.1%에서 2010년 11%로 증가했다. 앞으로 15년 후에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 될 전망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빈곤노인의 비율은 45.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유효수요의 하락, 복지 수준 유지를 위한 사회비용의 증가, 연금·건강보험 재정의 부담 증가 등 경제 성장 동력이 떨어진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는 전체 자산의 76%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금융자산은 고작 20% 남짓이다.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 시장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우리 사회가 받을 수 있는 큰 파장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각 개인이 노후 대비를 위한 안정적인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노후대비책으로 연금제도를 금융시장 활성화에 적절하게 활용한 호주 및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연금 적립과 금융시장 개혁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호주의 경우, 퇴직연금이 주식시장 투자자금의 30%를 공급해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워냈다. 20년 이상 500~1000선을 등락했던 미국 다우지수는 1978년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401(k) 플랜 적립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며 1980년대 초부터 상승, 1만 선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도 향후 다양한 금융 수요를 고려한 주식, 보험, 연금 등 실물자산과 안전자산 위주의 기존 포트폴리오가 재구성돼야 한다. 금융기관 관점에서는 다가올 자산관리 시장의 변화에 대비한 신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연기금의 금융산업 활성화에 대한 역할을 재고시켜 고령화 파고를 무사히 넘길 때 우리나라가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한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원근 / KB경영연구소장 keunwy@yahoo.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호(2011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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