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 치솟는 물가 시대 대처 요령

    입력 : 2011.06.23 16: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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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으며 도로에 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구제역, 일본지진 여파로 식료품값도 급등하며 식탁이 갈수록 단촐해지고 있다. 대학등록금은 이제 1000만원 시대에 접어들었고 전세값은 작년보다 평균 10% 이상 오르고 있다.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물가 쓰나미’처럼 가계경제에 가히 살인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불안이 범세계적이라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끝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국제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나 세계 곡물가격이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압력을 받으며 세계 공산품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진앙지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각국의 경쟁적 통화팽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선진국들의 긴축모드 전환이나 세계경제의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결과는 뻔하다고 할 수 있다.

    생활물가가 급등할 때 보통 가정에서는 지출하는 비용을 조금씩 줄여 본다. 그 다음 신용카드 등으로 일단 버텨 본다. 이래도 안 되면 갖고 있던 금융상품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물가상승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에나 의미 있는 대처요령이다. 물가상승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물가 쓰나미는 가계경제에 생활비 폭탄과 이자폭탄, 부채폭탄 순으로 충격을 준다.

    먼저 물가상승에 따른 1차 충격은 생활비의 급등이다. 대처 방법은 문화, 교육비 가운데 몇몇 지출항목을 과감하게 통째로 없애야 한다. 일시적으로 넘겨보려고 카드 등 단기대출을 늘이거나 현금을 써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대출이자의 급등에 더 큰 충격을 받게 되는 불씨를 만드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2차 충격은 이자폭탄일 것이다. 물가상승이 지속되면 금리상승은 불가피하고 가계 입장에서 이자는 둘째치고 돈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이자폭탄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지금이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늘리고 단기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만일 대출을 줄일 수 없다면 만기를 최대한 장기로 전환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3차 충격은 부채폭탄일 것이다. 물가상승의 장기화는 결국 경기침체를 유발하게 되는데, 이는 소득은 줄이고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을 하락시킨다. 이 경우 대출이 만기에 재대출되지 않거나 만기 전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외환위기 때 겪었듯이 가계도 기업의 흑자부도와 비슷한 상황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유사시 부채에 대한 구체적 상환방안과 우선순위를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물가 쓰나미’는 이러한 방어적 대응 외에 적극적인 대응도 필요하다. 즉 물가를 최대한 따라 잡을 수 있도록 금융자산을 리 밸런싱(Re-balancing)하는 것이다. 물가상승이 모든 부문과 모든 금융자산에 같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영향이 큰 부문도 있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문도 있다. 따라서 물가, 국제 원자재가격, 위안화 등에 연동되는 채권이나 해외 인텍스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물가상승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가 쓰나미’가 현실화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설사 닥치더라도 미리 준비를 잘해 무사히 피해 나갔으면 한다.

    [김진영 /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jykim61.kim@samsung.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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