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 원화 강세가 내수를 늘린다고?

    입력 : 2011.05.27 10: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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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수주 원화 강세에 빛난다.’

    최근 한 경제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원화 강세기를 맞아 대표적인 내수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과 음식료 등 서비스업종 기업의 주식 매수를 추천하는 내용이다. 비슷한 내용의 기사는 여기저기 넘쳐난다.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자들도 종종 이러한 논리를 편다. 원화가 강세를 띠면 수입물가가 하락해 가계의 구매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내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 내수 중심의 성장을 위해 원화가 절상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원화가치와 내수 간의 관계는 내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단기냐 장기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자칫 그릇된 답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용어사전을 찾아보면 내수는 국내에서의 수요(소비+투자)로 정의돼 있다. 해외 수요를 뜻하는 수출의 반대 개념으로서 국내 수요를 줄인 말로 풀이된다. 이렇게 내수가 정의된다면 원화절상이 내수를 증가시킨다는 명제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수주’ 혹은 ‘내수 중심 성장’의 예에서 보이듯이 통상적으로 내수라고 할 때는 단순한 국내 수요가 아니라 국내 생산품에 대한 국내 수요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수요에 관심이 모이기 때문이다. 내수가 이렇게 정의된다면 내수에 대한 원화절상의 즉각적인 효과는 소득효과와 대체효과로 구분될 수 있다. 앞의 기사에서는 수입물가 하락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늘어나는 효과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소득효과). 그렇지만 원화절상 시 다른 상황이 불변이라면 수입재의 원화표시 상대가격이 싸져 수입재 소비와 투자재 수입을 통한 투자가 늘어나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와 투자는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대체효과). 소득효과와 투자효과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원화절상 시 내수가 늘어날지 줄어들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다.

    즉각적인 효과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고려할 경우에도 원화절상이 내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화가 강세를 이어갈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내 생산품의 상대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자원이 내수부문, 특히 서비스와 같은 비교역재 부문으로 이동한다. 이 부문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점차 가격이 낮아지고 수요가 늘어난다. 내수가 줄어드는 대체효과가 사라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수가 늘 수도 있다. 반면에 장기적 관점의 소득효과는 내수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원화강세가 수출에 부담이 되는 반면 수입을 늘려 우리나라의 소득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요컨대 원화가치와 내수 간의 관계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복잡한 논리가 압축돼 있어 원화가치 상승이 내수를 늘린다는 주장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어디에서 생산되는 재화에 대한 국내 수요인가, 결과적으로 누구를 위한 국내 수요인가에 따라 의미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myshin@lgeri.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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