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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복지경쟁과 국가부채
입력 : 2011.05.20 10: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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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얻으려면 다른 무엇인가를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는 원리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에나 적용되는 철칙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상 복지 경쟁을 보면 정치인들은 이러한 철칙을 타개할 수 있는 비방이라도 지닌 듯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규모가 정해져 있고 세입 내 세출 원칙에 따라 운용된다. 한정된 예산에서 복지지출을 늘리면 당연히 다른 예산을 줄여야 한다. 전면 무상급식을 실천하는 데 소요되는 재원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재정수요가 늘고 세입 성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복지지출을 늘리겠다면 정부가 빚을 내서 재원을 충당하거나 세금을 더 걷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채무도 궁극적으로 세금으로 갚아야 하므로 결국 언제 세금을 올리느냐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세금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에도 세금인상을 거부하는 납세자들의 태도를 묘사한 “내게 세금을 물리지 마라. 내 친구에게도 물리지 마라. 저 나무 뒤에 있는 사람에게 세금을 물려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세 과세 대상자의 절반이 면세점 이하일 정도로 과세기반이 좁다. 그러나 과세기반을 높이는 대신 세율을 낮추는 방식의 증세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다. 다수의 국민들은 부자와 고소득층이 더 많은 부담을 지는 방식을 원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세금 부담액 대비 공공서비스의 양과 질을 감안한 진정한 조세부담 수준이 낮은지는 분명치 않다. 따라서 국민들의 전반적인 조세부담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 늘어난 재원으로 누구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갈 것인지를 밝히고 납세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 없이 복지 지출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치권이 국가채무의 증대를 우려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그러나 국가채무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국채발행을 통해 지출된 자금의 사후관리와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국가채무로 조성될 자금을 생산적으로 운영하는 일이다.
단기적인 인기를 좇아 일단 저지르고 보려는 유혹을 억누르고 누울 자리를 봐 가며 다리를 뻗으려는 정치인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김경환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tamitzkim@g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호(2011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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