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 기업승계, 북한식 깜짝쇼 보다 발렌베리식 발전적 승계 바람직

    입력 : 2011.01.14 1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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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이 화제를 모았다. 실무경험 없이 검증과정도 생략하고 깜짝쇼로 등장한 20대 후반 젊은이의 후계자 지명은 전통적 맹방인 중국조차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21세기 개그콘서트다. 공동소유, 공동생산, 공동분배한다는 개념의 ‘공산(共産)’을 내걸고 출범한 체제가 재산도 아닌 국가를 사유하겠다는 선언은 핏줄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집착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생겨나는 말기적 증세다. 우리나라도 근대화 이후 100여 년, 본격적인 산업화부터 5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의 승계가 창업자에서 3대, 4대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량있는 후계자를 선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의 대표기업들을 소유한 발렌베리 가문 이 150여 년간 역량 있는 후계자를 선정해 기업을 발전시켜온 전통은 시사점이 크다.

    발렌베리 가문은 에릭슨, 일렉트로룩스, 아스트라제네카, 사브, 스카니아 등 스웨덴 대표기업을 포함해 150여 개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스웨덴 경제에서 비중이 크지만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창업자 이후 5대째 성공적으로 기업을 승계하고 있다. 발렌베리는 후손 중 능력 있는 사람 두 명이 공동으로 경영을 맡는 전통이 있고, 유능한 후계 경영자를 배출하기 위한 독특한 코스 또한 정평이 나 있다. 발렌베리 가문 후손들에게 해군사관학교 입학은 필수코스다. 창업주에서 5대까지 이어져 오는 10명의 경영자 중 9명이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다. 해군사관학교에서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을 익히고,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해군함정 승선경험을 통해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얻는다. 제대 후에는 해외에서 유학하고 뉴욕이나 런던의 대형 금융회사에서 근무한다. 이 과정을 경제적 지원 없이 자력으로 마친 후 발렌베리 가문의 회사에 입사해 본격적인 검증과정을 거친다. 각 세대별 후손 중 가장 뛰어난 두 명에게 공동경영을 맡기는데, 이것은 로마공화정의 최고위 관직인 집정관이 두 명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명의 독주보다 두 명의 견제와 균형, 협업이 효과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업 지배구조는 항상 중요한 관심사다. ‘전문경영인 vs 오너경영인’을 놓고 어느 쪽이 효율적이냐는 논쟁에서 딱 부러진 정답을 도출하기 어렵다. 오너 경영은 독단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빠르고 책임감 있는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고, 전문 경영은 신중하게 합의를 이뤄 장점은 부각되나 속도가 느리고 사내외 정치에 휘둘릴 수 있다는 단점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 형태 자체는 기업 특성에 따른 선택의 결과이고 중요한 것은 정당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 핵심 성공 요인이라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배구조는 양자선택(兩者選擇)이 아닌 양자병존(兩者竝存)이라는것이 현실적이다. 특히 오너 경영에서 핵심 성공 요인은 발렌베리 가문과 같이 후손 중에서 역량 있는 후계자를 발굴하고 엄격한 훈련과정을 통해 육성, 효율성을 확보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함으로써 정당성을 확충하는 방향이다. 우리 사회도 오너 경영의 부정적 측면을 필요 이상 부각시키는 소모적 논쟁을 넘어 이에 상응하는 경영권 안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본주의 모델을 한 단계 성숙시켜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호(201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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