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환 칼럼] 파업 공화국엔 일자리 없다

    입력 : 2026.09.29 14:47:31

  • 미래 세대 일자리 줄어드는데
    “성과급 더 달라” 파업은 늘어
    노란봉투법 보완 입법 서둘러서
    기업들의 투자 의지 되살려야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2023년 2월 21일 국회 환노위. 당시 야당 간사였던 임이자 의원이 전해철 위원장에게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절규를 토하고 동료 의원들과 집단 퇴장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통과된 날이다. 재계는 노사분규와 파업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정치권과 노동계는 법이 제정된 취지가 더 중요하다고 맞불을 놨다. 합법적인 파업 권리를 보장하고 경영진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법 시행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재계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국가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며 총파업을 결의해 큰 충격을 던졌다. 뒤를 이어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이어온 무분규 전통을 깨고 파업에 돌입했다. 37년간 파업이 없었던 LS전선도 부분 파업을 벌였고 HD현대중공업도 파업 시간을 하루 7시간으로 확대하며 경영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섰다. 극적으로 노사 타협을 이룬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부분 기업들이 현재까지는 경고성 실력 행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봉인이 풀린 파업 시도는 기름을 부은 것처럼 확대된다는 것이 경험을 통해 체득한 불편한 진실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 부진에 고전 중인 자동차 업체도 노란봉투법 시행에 발맞춰 하청 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산별 노조인 전국금속노조가 원청 교섭을 요구중인 사업장은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한국GM 등 17곳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N% 성과급’ 논란은 기름을 더 부을 수 있는 악재다. 반도체 기업에서 촉발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파업이나 쟁의에 따른 근로손실 일수가 이미 선진국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2025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 35만5000일을 기록해서 4000일을 기록한 일본보다 무려 89배나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국내에서 투자와 고용을 계획대로 늘릴 수 있을까. 성장 동력을 만들어달라고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찬물을 끼얹거나 족쇄를 채우는 입법은 서둘러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하청 노조의 잦은 파업이 원청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탄력적으로 대체근무를 더 늘리고 법제상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경영상 결정 범위와 원청 사용자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해 법리 공방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줄여줘야 한다. 그래야 노란봉투법의 순수한 입법 취지가 퇴색하지 않고 필요성을 더 인정받을 수 있다. 사용자와 노동쟁의에 대한 모호한 규정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파업과 소송이 거듭되며 유사한 법적 판례가 쌓일 때까지 극심한 혼란이 거듭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늦었지만 국회는 이제라도 기업들이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지 귀를 열고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 AI로 인해 가뜩이나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다.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수록 미래 세대의 일자리는 더 빠르게 줄어든다. 국회가 책임을 방기한다면 진짜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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