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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 변호사의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이야기] (41) 부담 큰 상속세, 조금이라도 덜 내려면?
입력 : 2026.05.29 14: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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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가 사망하자 유일한 상속인인 아들은 영희 명의의 대전 아파트를 유일한 상속재산으로 하여 상속세 1억원을 신고했고(‘당초신고’), 세무서는 그 신고를 인정하여 상속세 1억원을 부과했다(‘당초처분’). 2년 후 세무서는 아들 명의로 등기되어 있던 서울 아파트가 사실은 영희가 아들에게 명의신탁한 영희의 상속재산이라는 이유로 상속세 2억원을 추가로 부과했다(‘증액경정처분’).
그러나 아들은 세무서의 판단과 정반대로 자신이 영희에게 대전 아파트를 명의신탁했었고, 실제로는 서울 아파트와 대전 아파트가 모두 원래부터 자신의 재산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아들은 새로 부과된 상속세 2억원뿐 아니라 과거 납부했던 상속세 1억원까지 잘못된 세금이라며 전심절차를 거쳐 3억원의 상속세를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조세채무의 성립과 확정일반 채권관계에서는 돈을 빌려준 순간 채권이 생기고, 변제기가 되면 채권자는 돈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세금도 비슷한 면이 있다. 세법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조세채무는 성립한다. 예를 들어 상속세는 상속이 개시될 때 성립하고, 법인세는 과세기간이 끝날 때 성립한다.
그런데 세금은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해서 그 순간 곧바로 구체적인 세액이 자동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다. 어떤 재산이 있는지, 그 가액이 얼마인지, 공제할 것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비로소 실제 세액이 계산된다. 그래서 세법은 조세채무의 성립과 확정을 구별한다. 쉽게 말하면, 세금을 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생기는 것과, 실제로 얼마를 내야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정해지는 것을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구체화 과정은 납세자의 신고, 과세관청의 결정·경정 같은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를 확정행위라고 한다. 조세채무가 확정행위에 의해 확정되어야 과세관청은 납세자에게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납 처분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증액경정처분 있으면 무엇을 어떻게 다퉈야 할까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현행법은 조세불복을 원칙적으로 조세채무를 확정시키는 확정행위를 대상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례처럼 하나의 조세채무에 여러 확정행위(당초처분과 증액경정처분)가 있을 수 있다. 그 때문에 당초처분사유와 증액경정처분사유를 모두 다투고자 하는 납세자의 불복방법에 관해 논의가 있다.
대법원은 증액경정처분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당초처분이 증액경정처분에 흡수되기 때문에 당초처분을 다툴 수 없고 증액경정처분을 대상으로 불복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증액경정처분사유 외에 당초처분사유까지 다툴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정부는 불가쟁력이 발생한 당초처분을 다투지 못하게 할 의도로 2002년 “당초 확정된 세액을 증가시키는 경정은 당초 확정된 세액에 관한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의 규정을 신설했고, 그에 따라 논의가 상당히 복잡해졌다.
사례를 보자. 과세관청은 대전 아파트만 철수의 상속재산으로 보고(‘➊사유’) 1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하였다가 서울 아파트 또한 철수의 상속재산이라며(‘➋사유’) 2억원의 상속세를 더 부과하였다. 대법원은 증액경정처분을 ‘당초처분의 취소’와 ‘➊, ➋ 사유를 근거로 한 3억원의 새로운 과세처분’의 결합처럼 취급하므로 증액경정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➊, ➋ 사유를 모두 다툴 수 있다. 다만 위 신설 규정에 의해 당초처분에 불가쟁력이 발생하였다면, 그 취소의 범위는 2억원으로 제한된다.
상속세 신고와 경정청구의 관계다만 상속세는 다소 특수성이 있다. 상속세는 부과과세방식의 세금으로 상속세 신고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신고와 달리 확정력이 없다. 그런데 국세기본법은 확정력 없는 상속세 신고에 대해 경정청구를 인정하고, 그 경정청구기간은 5년이다.
논란이 있지만, 당초처분에 대한 90일의 불복기간은 지났어도 증액경정처분이 있은 때에 당초신고에 대한 5년의 경정청구기간이 남아 있었으므로, 아들은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➊, ➋ 사유를 모두 다툴 수 있고, 그 취소범위도 제한 없이 3억원이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즉 아들은 증액경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절차에서 ➊, ➋ 사유를 모두 다투고, 자신이 낸 세금을 포함한 3억원의 상속세에 대해 다툴 수 있다.
※ 본 칼럼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저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입장과는 관련이 없음
허승 변호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등을 거쳐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쓴 책으로 <세금, 판결로 보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