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인 칼럼] ETF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입력 : 2026.04.08 14:13:30

  • 주가 6000포인트 시대
    ‘국민 재테크’로 거듭나려면
    상품·기관 투자 규제 풀고
    장기투자 세금 혜택 확 늘려야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주식 투자로 ‘머니무브’를 주도하고 있는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ETF’(상장지수펀드)다. 국내 증시에 도입된 지 23년 만에 상품 숫자가 무려 1000개를 돌파했고, 순자산 규모는 400조원대로 불어났다. 간판 장점인 리스크 분산 투자, 저렴한 운용 수수료를 앞세워 순자산 규모는 최근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개별 종목을 콕 집어 선택하는 데 자신이 없었던 일반 개미 투자자에게 미래 성장 산업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최적의 자본시장 툴이자,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국내 ETF 시장은 운용 자산이 15조 달러에 육박하는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6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장된 상품 숫자만해도 미국은 4600개를 넘는다. 시장 규모는 이렇게 큰 차이가 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도 얼마든지 더 성장할 여력이 있다. 전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다.

    미국의 경우 401K, IRA과 같은 개인연금의 보유 자금이 ETF로 자동 유입되면서 안정적인 유동성 실탄을 공급한다. 반면에 우리는 개인연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은 간접 ETF보다는 직접 투자나 대체 투자를 더 선호한다. 물론 국민연금의 경우 운용 자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막대한 수수료 부담과 기관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국민연금이 개별 종목 중심의 액티브 투자보다는 ETF 중심의 패시브 전략이 더 유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생상품이나 옵션 규제가 지나치게 경직된 점도 제약 요인이다. 공모 펀드에서 모은 자금을 ETF로 전환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파생상품 등 제각각 다른 차익, 배당소득 과세를 단순화해 장기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늘려주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역외 상장 ETF와 달리 국내 상장 상품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돼 역차별 논란도 제기됐는데 이 부분도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10개 종목 이상으로 묶여 있던 레버리지 상품 규제를 풀고 단일 종목 상품도 허용하는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놨다. 아울러 액티브 ETF를 대상으로 상관계수규제(70% 이상)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규제 완화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그리고 차질 없이 추진돼야 글로벌 ETF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판 블랙록이나 한국판 뱅가드가 나올 수 있다.

    햇볕이 많이 들면 그만큼 그림자도 커지기 마련이다. 필자 주변에선 코스피 6000시대 상대적 박탈감을 견디지 못하고 뒤늦게 ETF에 뛰어들었다가 원금 손실을 경험한 지인들이 적지 않았다. ‘월 100만원 따박따박 받는다’거나 ‘연 10% 안정적인 수익률’ 같은 미사여구 광고에 현혹돼 원금 손실이나 환차손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채 묻지마 뒷북 투자의 부메랑을 제대로 맞은 것이다. 실제로 레버리지나 리버스 상품에 이어, 기초자산에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상품까지 ETF 구조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묻지마 투자의 폐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 보호에 나서야 시장 전체 파이를 키워 나갈 수 있다. 말로만 부적절한 광고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라고 경고하지 말고 불완전 판매를 한 금융사를 대상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채수환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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