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원의 주얼리 인사이트] (38) 2026년 주목할 만한 컬러스톤 | 투르말린·스피넬·가닛…‘빅4’ 아성 흔든다

    입력 : 2026.01.30 10:50:22

  • 지난 9월 방콕 젬쇼는 역대 최고 거래액을 기록했다. 컬러스톤 시장의 열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로 대표되는 빅4는 여전히 중심에 있지만 그 외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최고급 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의 가격이 지난 10여 년 사이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탓도 있고, 브랜드와 컬렉터 모두 빅4를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컬렉터들 사이에선 투자용 대형 다이아몬드 한 점에만 예산을 묶어 두기보다 색과 개성이 분명한 컬러스톤으로 예산의 일부를 나누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하이 주얼리 하우스도 이 흐름에 맞춰 빅4 이외의 컬러스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빅4를 벗어나 어디에 눈을 돌려야 할까? 2026년에 주목해 볼 만한 컬러스톤을 몇 가지 짚어본다.

    빅4를 넘어서
    사진 Pomellato
    사진 Pomellato

    가장 눈에 띄는 건 ‘파라이바 투르말린’이다. 1980년대 후반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이 스톤이 에메랄드나 사파이어를 위협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브라질 생산이 크게 줄고 모잠비크와 나이지리아가 주된 공급원으로 자리잡은 지금, 파라이바는 강렬한 네온 블루컬러로 컬러스톤 시장의 뜨거운 화두가 됐다. 파라이바를 필두로 투르말린 전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투르말린 그룹이 주목받는 이유는 색채의 다양성에 있다. 루벨라이트는 레드에서 라즈베리까지 이어지는 색조로 루비와는 결이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최근 하이 주얼리에서 루벨라이트를 대담하게 활용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그린 투르말린도 새롭게 주목받는 보석이다. 짙은 포레스트 그린에서 노란 기가 살짝 도는 올리브 그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비교적 높은 경도와 선명한 색조 덕분에 하이 주얼리에서 에메랄드를 대신해 센터 스톤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색이 너무 어둡지 않으면서 한눈에 그린으로 인지될 만큼 채도가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파라이바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네온 블루나 청록 계열의 강한 채도다. 색이 균일하고 투명도가 충분한지, 육안으로 내포물이 거슬리지 않는지, 커팅이 네온감을 제대로 살리는지까지 두루 따져야 한다. 감별서에서는 구리와 망간을 함유한 ‘파라이바 타입 투르말린’으로 명기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스피넬의 재발견
    사진 Pomell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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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넬’은 보석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재평가를 받은 스톤 가운데 하나다. 오랫동안 루비와 혼동되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루비에 견줄 만큼 강렬한 컬러와 우수한 내구성을 갖췄고, 상급 스톤은 뛰어난 투명성을 자랑한다. 루비나 사파이어와 달리 열처리 없이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최근 하이 주얼리에서 40캐럿이 넘는 핑크 스피넬이 메인 스톤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이다. 미얀마산 레드 스피넬은 여전히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탄자니아 마헹게 지역의 비비드 핑크와 핑크·레드 스피넬 역시 강렬한 컬러와 희소성 덕분에 독자적인 블루칩으로 자리잡았다. 베트남 룩옌이 대표 산지로 알려진 코발트 블루 스피넬도 컬렉터 사이에서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최근 탄자니아 마헹게 인근 지역도 코발트 함유 산지로 보고되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상급 스톤은 2010년대 후반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오르며 투자용 젬스톤으로도 자주 거론되는 모양새다. 최근 젬쇼에서는 비비드 핑크와 레드뿐 아니라 실키한 광택을 띠거나 라벤더, 그레이가 섞인 핑크 스피넬도 관심을 모았다. 스피넬은 네온기 유무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코발트 스피넬이라면 감별서에 원산지와 코발트 함량이 명시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라벤더나 밀키한 핑크 계열은 탁하지 않은 투명도가 핵심이다.

    가닛, 오렌지와 그린에 주목
    사진 Pomellato
    사진 Pomellato

    ‘가닛’ 또한 한 가지 색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룹이다. 레드, 그린, 오렌지, 옐로, 퍼플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하이 주얼리에서는 그린(차보라이트)과 오렌지(만다린 가닛)의 수요가 꾸준하다. 차보라이트는 에메랄드를 찾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1967년 탄자니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 스톤은 에메랄드와 비슷한 색을 띠면서도 내포물이 적고 투명도는 높다. 열처리 없이 천연 상태로 유통되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유통되는 평균 사이즈는 0.5캐럿에서 3캐럿 사이이고, 5캐럿 이상은 만나기 쉽지 않다. 케냐와 탄자니아에서만 채굴되는 탓에 공급이 제한적이고, 대형 스톤은 희소성이 높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 마련이다. 최근 몇 년간 선명한 오렌지 빛 만다린 가닛이 하이 주얼리에 자주 등장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굴절률이 높아 휘광성이 뛰어나고, 열처리 없이 천연의 색 그대로 유통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이지리아와 나미비아, 탄자니아가 주요 산지인데, 나미비아 쿠네네 광산은 이미 폐쇄됐고 나이지리아의 고품질 산출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5캐럿 이상 깨끗한 스톤은 구하기 어려워졌고, 딜러들 사이에서는 과거에 확보해둔 재고를 조금씩 푸는 형편이다. 비비드 오렌지 만다린 가닛은 크기가 커질수록, 특히 2~3캐럿 이상에서 투명도가 높고 커팅이 좋은 스톤을 찾기 쉽지 않다. 공급이 제한적인 반면 수요가 꾸준해 최근 몇 년 사이 가격대가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이지만, 빅4에 비하면 아직은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가닛은 여전히 저평가된 영역이 많다. 빅4를 벗어나 컬렉션을 시작해 보고 싶다면 우선순위에 올려둘 만한 후보다. 차보라이트는 무엇보다 선명한 그린 톤인지가 우선이지만, 톤이 약간 옅더라도 투명도가 높고 커팅이 잘 받쳐주면 실제 착용했을 때 충분히 매력적인 보석이 된다. 만다린 가닛은 채도가 선명한 오렌지인지부터 확인한 뒤 내포물의 정도와 투명도를 점검하는 편이 좋다.

    선별의 시대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

    주얼리의 역사, 보석학적 정보,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다. 저서로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잇 주얼리>가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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