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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초지능 출현 이후의 시대를 묻다
입력 : 2026.09.01 10: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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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유토피아
닉 보스트롬 지음/ 김의석 옮김/ 까치글방
인공지능(AI)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유토피아가 도래한다면,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가 쓴 <딥 유토피아>는 인간의 지능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지능 AI 개발 이후 펼쳐질 ‘노동 없는 세상’을 가정하고, 유토피아와 같은 미래 사회에서 살아갈 포스트휴먼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책은 인간이 마주하게 될 현실을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보고 모두가 평등한 완전 평등 상태가 가능한지 묻는다. 또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서 모두가 일을 하지 않는 유토피아에서 인간은 무슨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인간의 지루함을 달래줄 쾌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취감 등 유토피아에서도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것들과 삶의 의미를 전망한다.
책에 따르면 ‘딥 유토피아’는 대체로 초지능 AI에 힘입은 기술 발전으로 노동할 필요가 없이 안전하고 풍요로운 상태에 놓인 인류의 모습을 전제로 한다. 공학, 의학 등 과학기술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발달된 ‘기술적 성숙 단계’이며, 따라서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AI 로봇을 능가하지 못한다.
노동을 할 필요가 없으니 인간은 다른 의미 있는 일을 하면 될까. 이 문제도 간단치 않다. 책은 쇼핑, 운동, 학습, 육아를 예시로 든다. AI가 쇼핑을 자동화하고, 뇌과학과 의학을 통해 실제 행위 없이도 운동과 학습의 효과를 누리며, 부모의 모습과 똑같은 AI 로봇이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완벽히 육아를 수행해낸다. 그렇다면 인류는 무엇을 의미와 목적으로 삼아야 할까. 저자는 스스로 노력해 만족을 얻고, 로봇보다 사람의 관심을 받길 원하는 인류의 본성을 제시하며 딥 유토피아에서도 인류가 삶의 의미와 목적 문제에 대해서 견딜 수 있다고 내다본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이유로 딥 유토피아의 지속가능성에도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호승심을 갖고 권력욕을 추구하는 인간 앞에서 기술은 취약하다. 가령 치안에 필요한 폭동 진압 기술, 범죄를 예방하는 감시·통신 기술은 부패한 정치권력과 범죄조직에 악용될 수 있다. 이는 일국의 문제를 넘어 전 지구적 이슈로 커질 수도 있다. 국가 간 기술 역량이 균질하지 않다고 가정하면, 패권국이 압도적 군사 기술을 동원해 다른 국가를 침략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우리 문명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식에 발전이 없다면, 물질적인 힘이 증가했을 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악화될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적 조건이 달성되었다고 해도 상황은 불안정하고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책을 펼친 독자들은 강의실 한복판으로 초대된다. 저자인 보스트롬이 ‘유토피아의 문제’를 주제로 한 강연을 일주일간 대학에서 진행하는 형식으로 책이 구성됐다. 저자의 강의는 물론 수강생들의 질문과 감상, 각종 잡담까지 엿볼 수 있다.
마틴 츠바이크의 위대한 투자 원칙
마틴 츠바이크 지음/ 송미리 옮김/ 이레미디어
마틴 츠바이크는 1987년 ‘블랙 먼데이’ 발생 일주일 전 시장 붕괴를 예측해 명성을 얻은 월가의 전설적 투자자다. 자신의 이름을 딴 ‘츠바이크 펀드’를 운용하며 15년 이상 연속으로 S&P500 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책은 저자가 수십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고안한 종목 선별 기법과 시장 예측 시스템을 소개한다. 핵심은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을 결합한 독자적 지표들이다. 금리, 연방준비제도(Fed) 통화 정책, 투자자 심리, 계절적 주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해 시장 방향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통화 지표와 모멘텀 지표를 결합한 모형을 ‘투자자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투자 모형’으로 제안한다. 그는 “시장과 연준, 추세와 싸우지 말고 그들을 추종하라”고 강조한다.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이 곧 시장의 유동성과 자금 흐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현금경영
김성호 지음/ 퍼블리온
기업은 왜 무너질까. 대부분은 시장 변화나 경쟁 심화, 기술 혁신 실패를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김성호 저자의 <현금경영>은 이 모든 이유를 하나의 본질로 압축한다.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단 하나, 현금이 바닥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3년간 기업 현장에서 CFO와 CEO를 지낸 저자는 회계 이론이 아니라 실제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금’이야말로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절대 변수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손익계산서 중심의 익숙한 경영 사고를 뒤집는 데 있다. 저자는 “이익은 의견이고, 현금은 사실”이라는 문장을 반복하며 장부상의 흑자와 실제 기업의 생존 능력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한다.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해도 현금이 돌지 않으면 기업은 언제든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와 발란의 법정관리, 반대로 컬리와 무신사의 흑자 전환 사례 등을 통해 현금 흐름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갈랐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한나 아렌트: 사유하는 인간
린지 스톤브리지 지음/ 손성화 옮김/ 사람in
<한나 아렌트: 사유하는 인간>은 한나 아렌트의 삶을 보여주며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렌트에게 사유란 단순히 지식을 떠올리는 일이 아니었다.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책임지는 일이었다.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말한 이유다. 아렌트는 악을 ‘특별한 괴물’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평범한 사람도 판단을 남에게 맡기고, 사유를 멈추면 악이 작동한다고 봤다. 아렌트가 주목한 인물인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도 마찬가지다.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강제 이송한 핵심 관료였다. 그러나 1961년 예루살렘 재판정에 선 그는 잔혹한 악마처럼 보이지 않았다. 명령을 따랐고 맡은 일을 처리했을 뿐이다. 아렌트는 그의 태도에서 악의 섬뜩함을 봤다. 악은 특별한 광기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사유가 사라진 자리에서 악은 일상이 된다. 저자는 아렌트의 삶을 추적하며 사유의 진짜 의미도 발견한다.
서른의 불안을 다루는 법
김용하 지음/ 헤이북스
불안을 다루는 책은 많다. 취업과 주거, 자산과 소득이 불안한 30대 청년 세대에게 불안은 하나의 공기를 이룬다. 경제학자 김용하의 신간 <서른의 불안을 다루는 법>은 이 불안을 없애주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불안에 끌려가지 않는 법’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연금, 복지를 연구해온 경제학자인 저자가 호명하는 이름은 뜻밖에도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좋은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다, 고통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네 가지 철학으로 요약되는데, 그에 따르면 쾌락은 더 강한 자극의 쾌락이 아니라 ‘불안에 끌려 다니지 않는 삶’을 뜻한다. 저자는 위험과 두려움이 삶 전체를 집어삼키도록 내버려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