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오늘과 똑 닮은 100여 년 전… 역사의 경고
입력 : 2026.06.12 11:29:51
-
폭풍이 온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 지음/ 최준영 옮김/ 21세기북스
세계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패권국의 힘은 기울었고, 급부상한 신흥국은 경제성장과 군비확장을 앞세워 기존 질서의 재편을 요구했다. 오래된 제국들은 주변부에서 세력을 다퉜고, 패전국은 빼앗긴 영토를 되찾겠다는 열망을 키웠다.
지정학적 긴장 이면에선 경제적 불안과 대중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각국은 관세 장벽을 높이며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었고, 불만은 외국인과 이민자에게 향했다. 반외국 정서는 극단적 민족주의와 결합해 지도자들의 판단마저 흐렸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맞서는 현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19세기 말부터 1914년까지 100여 년 전 풍경이다. 국제사 연구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 예일대 석좌교수의 <폭풍이 온다>는 오늘날의 국제정세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14년 이전의 세계와 섬뜩할 정도로 흡사하다고 논증하는 책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전쟁이 터진 1914년까지 세계도 서로 충돌하고, 불신하고, 이웃 나라를 지배하려는 여러 강대국이 존재했다.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이 부상했으며, 보호무역주의와 관세가 증가했다. 그 안에서 강대국들은 정치적 불안을 겪고 경제적 쇠퇴, 국제적 위상 하락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의 유사성을 언급하는 데서 나아가 오늘날에도 강대국 간 전쟁이 가능하다고 경고한다. 강대국들 사이에는 전쟁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만들기에 충분한 구조적이고 정치적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914년 이전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강대국 간 전쟁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안일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쟁의 잠재적 원인은 수없이 많고, 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그중 일부는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의 다극체제가 더욱 위험한 이유는 기술 발전으로 정치 지도자들이 외교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강대국 간 전쟁이 발발하면 통제 불능 상태로 확대되어 인류의 발전을 한 세대 이상 후퇴시키는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히 한반도는 복잡한 동맹 관계와 지정학적 중요성, 대량살상무기로 인해 전쟁 발발 시 세계대전으로 격화할 위험이 높은 곳이다.
저자는 한반도의 경우 미국, 중국, 러시아가 얽힌 복잡한 동맹 관계, 지정학적 중요성,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등으로 전쟁이 발발하면 쉽게 강대국 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강대국 간 선택적 타협과 효과적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간 강대국 간 평화가 존재했지만, 19세기 유럽도 대체로 평화로웠는데도 파괴적 전쟁을 낳았다고 말한다.
“전략 문제도 금융과 마찬가지여서,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전쟁을 피하고 싶다면, 우리는 그것을 피할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명화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
윌리엄 케인·안나 가브리엘르 지음/ 서경의 옮김/ 더퀘스트
미술사가 안나 가브리엘르와 윌리엄 케인 보스턴칼리지 영문학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신간 <명화는 당신을 속이고 있다>는 도발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오직 신만이 창조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가톨릭 교회의 위세 속에서도 진정한 창조의 원천은 ‘인간의 지성’에 있다는 메시지를 일부러 그림 속에 표현했다는 것이다.
책은 ‘아담의 창조’를 도발적으로 해석한 방법과 유사하게 르네상스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표했던 화가 22명의 걸작 89점에 깃든 비밀을 파헤친다.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역이용하거나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 자신의 의도와 욕망을 ‘비밀 메시지’처럼 드러냈던 당대 화가들의 일화가 촘촘히 담겼다.
쪼개기 법칙
허규형 지음/ 오리지널스
삶이 버겁다는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저자는 그 원인을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찾는다. 문제를 너무 큰 덩어리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공해야 한다’ ‘행복해져야 한다’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이런 말들은 듣는 순간 막막함부터 불러온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그 막막함의 정체를 “쪼개지지 않은 덩어리”라고 진단한다. 책은 이 주제를 내면, 목표, 감정, 관계, 일상과 습관이라는 다섯 단계에 걸쳐 촘촘하게 풀어낸다.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경험과 심리학·뇌과학 연구를 근거로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다. 책의 첫 번째 축은 자기 이해다. 저자는 “나를 여러 가지 이름으로 정의하라”고 권한다. “직장에서의 정체성만을 강조하면 삶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친구들과 어울릴 때, 혼자 있을 때의 다양한 모습들이 모여 진짜 나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실패가 전체 자아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삶의 무게를 여러 정체성에 나눠 실어야 한다는 논리다.
성공으로 가는 11시 45분
조은우 지음/ 나비의 활주로
성공은 빠른 도약이 아니라 끝까지 버틴 시간에서 태어난다.
책은 냉동 김밥으로 세계 20개국 수출길을 연 조은우 복을만드는사람들 대표의 창업 여정을 따라간다.
고깃집, 죽 전문점, 이유식, 간식 사업까지 일곱 번의 창업과 실패를 거친 저자는 빈손으로 고향 하동에 돌아와 다시 출발했다. 책은 이 과정을 흔한 성공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시장을 읽지 못한 판단, 조급함이 부른 실수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 실패가 쌓여 국내 최초 냉동 김밥 개발이라는 전환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원칙은 ‘초조해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포기하지말자’라는 뜻의 ‘초·서·포’다.제목 속 ‘11시 45분’은 가장 허기지지만 완성에 가까운 시간이다.
마지막 15분을 견디는 사람이 끝까지 간다는 뜻이다.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김진하 지음/ 21세기북스
전 세계에서 1억4000만 부가 팔리고 300여 개 언어로 번역된 <어린 왕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다. 어릴 적에 읽어 기억이 희미한 독자들조차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여우의 말 정도는 기억한다. 하지만 그 문장도 동화 속 아름다운 말쯤으로 지나치기 쉽다.
법정 스님에게는 달랐다. 그는 수필집 <무소유>에서 1965년 <어린 왕자>를 처음 읽고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게 됐다고 고백했다. 종이와 먹으로 된 책 한두 권을 고르라면 <화엄경>과 함께 <어린 왕자>를 택하겠다고도 했다. 이 얇은 동화의 무엇이 젊은 수도승에게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까. 김진하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의 신간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는 그 물음에서 시작한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