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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중세부터 내려온 ‘슈퍼리치들의 전략’
입력 : 2025.09.24 17: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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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
귀도 알파니 지음/ 최정숙 옮김/ 미래의창1895년 벨 에포크 시대(문화·예술 번성기) 세기의 결혼식이 열렸다. 유럽 귀족의 대표적 인물로 세련미와 취향의 대가인 프랑스 후작 보니 드카스텔란과 뉴욕 철도 재벌 제이 굴드의 딸인 안나 굴드의 혼사가 성사된 것이다. 프랑스 귀족이 미국 상속녀와 결혼한 최초의 사례여서 대서양 양쪽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제이 굴드는 1880년대에 미국철도의 15%를 통제하고 있던 ‘철도왕’이었다.
당시 유럽 귀족들은 가세가 기울면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 부유한 평민과 결혼하는 선택을 했다.
19세기 유럽의 대표 금융 가문인 로스차일드 역시 부와 명성을 유지·확장하기 위해 전략적 결혼을 이어갔다. 가문을 일으킨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는 여러 유언을 남겼는데 이 중 하나가 다른 종교인과 결혼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유대인끼리 근친혼이 성행했다. 마이어 암셸의 손주들이 맺은 18건의 혼사 중 16건은 삼촌과 조카 또는 사촌 간의 결혼이었다.
신간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원제 As Gods Among Men)’는 귀도 알파니 밀라노 보코니대 경제사 전임교수가 중세부터 현대까지 슈퍼리치들이 부를 축적·전수한 방식을 탐구하며, 과거의 전략과 현대의 혁신이 어떻게 부의 지도를 바꿨는지 날카롭게 분석한다. 부자들을 적대시하는 책이 아니라 그들을 열렬하게 파헤친 본격 탐구서라 할 만하다.
위의 두 사례처럼 역사적으로 가문의 부를 키우기 위해서는 상속이나 결혼이 지렛대 역할을 했다. 산업혁명과 함께 금융업이 부상하면서 과거의 귀족 대신 기업가와 금융인이 새로운 슈퍼리치의 자리를 차지했다. 산업화 시대 부를 새롭게 정의한 것은 금융가 J P 모간이었다. J P 모간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를 설득해 1901년에 철강 자산을 매각하도록 해 US스틸의 탄생을 끌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부의 동력은 혁신과 기술이었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와 인터넷, 소셜미디어의 탄생으로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같은 테크 슈퍼리치들이 대거 탄생했다. 미국은 전 세계 슈퍼리치의 절반 이상을 배출했다. 이에 비해 유럽은 부진했다. 저자는 부유층에 더 부담을 지우는 유럽의 세제 시스템과 기존 대기업에 유리한 유럽의 혁신산업 지형이 새로운 슈퍼리치의 탄생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의 말미에는 오늘날 슈퍼리치들이 고민하는 문제, ‘부자에 대한 대중적 반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사회적 책임이다. 과거 슈퍼리치들은 ‘책임 있는 계급’이었다. 전염병, 전쟁, 흉작과 같은 사회적 위기가 닥쳤을 때, 부자들은 ‘구원자’의 역할을 맡았다. 기부, 세금 납부, 기반시설 건설, 대출 제공 등을 통해 그들은 공동체에 기여했고, 이를 통해 존재의 정당성과 사회적 신뢰를 획득했다. 저자는 사회에 기여하며 책임을 다할 때 진정한 부자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ETF 투자의 모든 것
문일호 지음/ 매일경제신문사ETF (상장지수펀드)를 막상 시작하려면 복잡한 이름과 쏟아지는 상품들 앞에서 손사래 치기 일쑤다. ‘ETF 투자의 모든 것‘은 ETF의 기초 개념부터 최신 트렌드, 그리고 실제 수익률이 입증된 투자 조합까지 아우른 실전형 재테크 안내서다.
이 책은 투자의 4단계를 단계별로 정리했다. 정석 지수 추종형 ETF에서 시작해, 월배당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JEPI, JEPQ, DIVO 같은 고배당 ETF,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DGRW 같은 성장형 월배당 ETF까지 빠짐없이 다룬다. 이뿐 아니라 ‘PLUS 고배당주 위클리 고정 커버드콜 ETF’, ‘KODEX 미국배당커버드콜액티브’처럼 국내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한국판 ETF 전략’도 충실히 소개한다.
집단본능
마이클 모리스 지음/ 전미영 옮김/ 부키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지만 ‘집단본능’의 저자 마이클 모리스는 이 문구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늑대, 펭귄, 벌, 개미, 흰개미 등 자연계의 생명체들도 각각의 유전적 프로그래밍과 페로몬에 따라 ‘사회적 패턴’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반면 우리 인간은 유전적으로 덜 엄격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기에 사회 패턴이 더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특히 인간은 ‘공동의 문화 지식’이라는 접착제로 연결된 대규모 공동체와 연대감을 느낀다. 단순히 무리(집단)가 아니라 ‘부족(tribe)’이라 칭하는 이유다. 저자는 “인간은 부족적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문화는 고정불변하지 않다. 리더의 역할은 기존 코드를 해체하고 동료·영웅·조상 본능을 결합한 새로운 공유 문화 코드를 창출하는 것이다. 조직과 국가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화 코드 재설계’의 원칙과 방향을 통찰력 있게 제시하는 책이다.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
애나 펀더 지음/ 서제인 옮김/ 생각의힘1944년 조지 오웰은 소비에트 연방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을 비판하는 글을 쓰려던 중이었다. 이를 들은 오웰의 아내 아일린 모드 오쇼네시 블레어는 그 이야기를 에세이가 아닌 장편 소설로, 동물이 나오는 우화 형식으로 써보라고 제안했다. 매일 저녁 오웰은 침실에 누워 아일린에게 그날 쓴 부분을 읽어주며 의견을 나눴고 그렇게 한 장면, 한 장면을 고쳐 나갔다. 세기의 고전으로 남은 오웰의 대표작 ‘동물농장’(1945년)의 이야기다.
신간 ‘조지 오웰 뒤에서’는 오웰이 위대한 소설가가 되기까지, 자신의 삶을 바쳤지만 단지 ‘내 아내’라는 짧은 언급으로만 세상에 남은 오웰의 첫 번째 아내 아일린에 관한 이야기다. 영국 최고의 논픽션상인 베일리 기포드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애나 펀더가 쓴 이 책은 오웰이 말년에 남긴 아일린에 관한 글과 아일린이 절친한 친구 노라 사임스 마일즈에게 남겼던 여섯 통의 편지를 토대로 아일린과 오웰의 이야기를 파헤친다.
클래식의 심장, 유럽을 걷다
이인현 지음/ 북오션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발걸음이 점차 늘고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 클래식은 ‘어렵고 따분한 음악’이라는 편견은 여전하다. 미국 보스턴 음대 박사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해설가·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이인현 작가가 신간 ‘클래식의 심장, 유럽을 걷다’를 펴냈다. 클래식 교양이 아닌 하나의 음악 장르임을 강조하는 전작 ‘클래식 클라스‘에 이은 4년 만의 신작이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고자 생각했고, 부담스럽고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의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고 한다.
책은 ▲배움 ▲감상 ▲경험 총 3장으로 구성, 저자가 직접 클래식을 대표하는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총 다섯 국가를 누빈 경험을 토대로 각국 음악 특징을 서술한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