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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미, 가빛섬서 한국 공략 새 출발 … ‘스마트홈 현지화’ 승부수
입력 : 2026.08.26 16: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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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반포한강공원 가빛섬에서 진행된 _드리미 인 서울(DREAME in SEOUL)_ 행사에서 매기 다이(Maggie Dai) 드리미 한국, 일본, 호주 총괄 이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 한강 위 가빛섬에 로봇청소기부터 헤어케어, 공기·펫 케어 제품까지 드리미의 생활가전이 한꺼번에 펼쳐졌다. 드리미 테크놀로지는 지난 20~21일 열린 ‘드리미 인 서울(DREAME in SEOUL)’에서 한국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제품과 현지화 전략을 공개했다.
202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해 로봇청소기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여온 드리미가 이번에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한국 가정 전체’를 겨냥한 청사진을 꺼내 든 것이다. 행사장에서 매기 다이(Maggie Dai) 드리미 한국·일본·호주 지역 총괄 이사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소비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워온 드리미가 이제 한국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기술력을 알리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이미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을 선점한 로보락과 삼성전자·LG전자 사이에서 어떤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인지가 다음 승부처다.
180℃ 스팀, 스펙 경쟁의 다음 수행사에서 가장 시선을 끈 제품은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아쿠아 스팀(Aqua20 Ultra Roller)’이었다. 드리미에 따르면 이 제품은 180℃로 가열한 스팀을 바닥에 직접 분사해 오염물을 불린 뒤 온수 롤러 물걸레로 제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동안 프리미엄 로봇청소기의 경쟁축이 흡입력에서 물걸레 자동 세척과 건조, 장애물 회피, 문턱 통과 능력으로 계속 이동해왔다면 드리미는 여기에 ‘고온 스팀’이라는 새 변수를 얹은 셈이다. 중요한 것은 최고 온도라는 숫자 자체보다 왜 지금 스팀을 전면에 내세웠느냐다.
로봇청소기의 기본적인 주행·흡입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제조사들이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기 쉬운 기능으로 차별화 지점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맨발 생활과 물걸레 청소 선호도가 높은 주거문화 때문에 물걸레 기능의 완성도가 제품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시장이다.
20일 저녁 반포한강공원 가빛섬에서 진행된 _드리미 인 서울(DREAME in SEOUL)_ 행사에서 매기 다이(Maggie Dai) 드리미 한국, 일본, 호주 총괄 이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드리미가 아쿠아 스팀을 한국에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단순히 글로벌 신제품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활방식을 제품 차별화에 반영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프리미엄 로봇청소기가 10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고가 가전으로 올라선 지금 소비자가 보는 것은 청소 성능만이 아니다.
앱 안정성, 소모품 비용, 부품 공급, 수리 편의성까지 구매 판단에 포함된다. 매장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180℃ 스팀일 수 있지만 몇 년 뒤 같은 브랜드를 다시 선택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제품을 산 이후의 경험이다.
로보락이 만든 프리미엄 시장, 드리미는 ‘옆방’으로 간다한국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드리미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은 로보락이다. 2019년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로보락은 고가 로봇청소기를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 뒤 백화점과 가전 양판점, A/S망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혀왔다. 로보락 측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로봇청소기 판매액 기준 점유율은 50%를 넘어섰다.
선두 업체가 제품 성능뿐 아니라 오프라인 체험과 서비스망까지 갖춰가는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비슷한 방식으로 정면승부를 걸기에는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든다. 드리미가 선택한 길은 조금 다르다. 로봇청소기 시장 안에서만 점유율을 빼앗기보다 로봇청소기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를 공기·계절가전, 펫 케어, 퍼스널 케어와 주방가전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올해 한국 시장에서도 날개 없는 선풍기 MF10, 제습기 DD20, 펫 공기청정기 AP10·FP10과 헤어케어 제품 등을 선보였고 이번 행사에서는 주방가전과 스마트리빙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로보락이 로봇청소기라는 카테고리의 프리미엄화를 통해 한국 시장을 깊게 파고들었다면 드리미는 로봇청소기를 현관문 삼아 거실과 침실, 주방까지 옆방으로 이동하려는 셈이다.
프리미엄 로봇청소기에서 브랜드 존재감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업계 자료를 인용한 국내 보도에 따르면 130만원 이상 제품군에서 드리미의 판매 비중은 2024년 상반기 5%에서 2025년 상반기 12%로 높아졌다. 아직 로보락과의 격차는 크지만 고가 제품군에서 소비자 선택지가 조금씩 분산되고 있다는 점은 후발주자에게 의미 있는 신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로보락이 여전히 앞서 있지만 드리미 역시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한 상위권 업체로 성장했다. 한국은 두 기업 모두에게 단순한 판매시장 이상이다. 프리미엄 제품 수용도가 높고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강력한 토종 경쟁자가 버티는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다른 선진국 시장에서도 통할 브랜드 경쟁력을 검증받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서버와 A/S, 중국 가전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다드리미가 이번 행사에서 제품 기술만큼 강조한 단어는 ‘현지화’였다. 회사는 한국 소비자의 생활환경에 맞춘 제품 개발뿐 아니라 고객 서비스와 데이터 보호를 함께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하던 서버를 2025년 말 싱가포르에서 국내로 이전했고, 로봇청소기가 촬영하는 이미지와 영상의 클라우드 저장 방식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와 SK네트웍스 서비스 등 국내 파트너와 협력해 A/S 접점을 넓히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가 국내에서 꾸준히 마주해온 질문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초기 시장에서는 강력한 흡입력과 다양한 자동화 기능,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가격이 구매 이유였다면 시장이 성숙할수록 소비자는 ‘고장 나면 어디에서 수리하나’, ‘집 안을 돌아다니는 카메라의 데이터는 어디에 저장되나’를 묻기 시작한다.
21일 오전 반포한강공원 가빛섬에서 진행된 _드리미 인 서울(DREAME in SEOUL)_ 행사에서 진공 물걸레청소기 _T16 프로 스팀_을 시연하고 있다. 김명환 드리미코리아 한국 마케팅 총괄 이사가 행사에서 “한국 현지화는 단순한 시장 진출이 아니라 한국 소비자의 기대에 맞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장기적인 기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 부분에서는 드리미와 로보락의 전략이 오히려 닮아가고 있다.
로보락 역시 국내에서 백화점과 대형 유통망을 늘리는 동시에 전국 단위 A/S 접점을 확충하며 중국 가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줄이는 데 공을 들였다. 앞으로의 경쟁은 어느 회사의 흡입력이 더 강한지를 넘어 어느 회사가 수리 기간을 줄이고,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앱과 개인정보를 꾸준히 관리하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가전이 한국 시장에서 ‘가성비 제품’이라는 초기 이미지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도 바로 이 구매 이후의 품질에서 결정될 공산이 크다.
로봇청소기 밖의 승부, ‘종합 스마트홈’은 통할까
20일 저녁 반포한강공원 가빛섬에서 진행된 _드리미 인 서울(DREAME in SEOUL)_ 행사장 전경. 드리미가 이번 ‘드리미 인 서울’에서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신제품보다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더 이상 로봇청소기 업체라는 틀에 머무르지 않고 퍼스널 케어, 공기·계절가전, 펫 케어, 주방과 스마트리빙까지 아우르는 종합 생활가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장점은 분명하다.
로봇청소기를 통해 처음 확보한 고객에게 공기청정기와 제습기, 헤어케어, 펫 가전 등을 잇달아 판매할 수 있고 여러 기기를 하나의 앱과 서비스 체계로 묶으면 고객당 매출과 브랜드 충성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한 번의 제품 판매’보다 여러 기기를 연결한 생태계를 중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확장은 성장 기회인 동시에 운영 난도를 끌어올리는 선택이다. 제품군이 많아질수록 관리해야 할 부품과 재고가 늘고 A/S 기사 교육, 앱 연동, 품질관리와 유통 비용까지 복잡해진다.
로봇청소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기술력이 헤어드라이어나 펫 공기청정기, 주방가전에서도 곧바로 브랜드 신뢰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TV, 스마트홈 플랫폼과 전국 서비스망을 이미 갖추고 있다.
드리미가 이들과 같은 ‘종합가전’ 문법으로 경쟁하려면 단순히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제품이 하나의 사용자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한국 소비자가 체감할 수준의 A/S와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빛섬에 등장한 180℃ 스팀 로봇청소기는 드리미 한국 전략의 출발점이지 결승점은 아니다. 앞으로 더 중요한 숫자는 신제품 개수나 순간적인 판매량보다 로봇청소기를 구입한 소비자가 두 번째 드리미 제품을 선택하는 비율, 그리고 그 소비자가 몇 년 뒤에도 같은 브랜드를 다시 찾는지에 가까울 것이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