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수책위, 고려아연 의결권 ‘미행사’ 결정…기술 안보·ESG 우려 제기

    입력 : 2026.03.22 11:34:45

  •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한주형 기자>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한주형 기자>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가 고려아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결권 미행사’ 등의 결정을 내렸다.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취지이나, 시장과 산업계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의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질적 측면이 간과된 판단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부 지침 우선한 ‘기계적 중립’…“경영안정성 가치 간과”

    수책위는 지난 회의를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등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며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수책위 측은 내부 의결권 행사 지침과 절차적 정당성을 근거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과 헤마타이트(Hematite) 공법 등 국가핵심기술의 전략적 가치는 물론 분쟁기업에서의 경영안정성이 훼손될 경우 불러온 파장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자원 공급망 경쟁이 심화된 2026년 현재, 기업의 경영권 향방이 국가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지엽적인 가이드라인에 매몰되어 사안의 본질을 놓쳤다는 분석이다.

    MBK·영풍 연합 경영 능력 및 ESG 리스크는 배제?

    이번 수책위의 결정은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적격성 논란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문제와 중대재해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 시장의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사태로 수사를 받는 등 과거 주요 기업 인수 후 운영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시장의 한 전문가는 “경영 능력과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한 제대로된 감안 없이 국민연금이 판단을 한 것은 장기적 기업 가치 보존이라는 수탁자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방관적 태도 따른 시장 혼란 우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미행사’ 결정이 시장에 미칠 나비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경영권 안정과 기술 보안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주주 환원 정책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질적인 기업의 경쟁력 강화보다 절차적 중립성에 치중한 이번 결정이 향후 고려아연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책임 있는 수탁자’로서 보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김병수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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