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 자동차 산업 미래 바꾼다는데… 현대차, 엔비디아·구글 손잡고 미래 투자
입력 : 2026.03.18 15:45:18
-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 연합뉴스> 미래기술이라 불렸던 자율주행이 산업 트렌드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올라섰다. 전동화가 파워트레인을 바꿨다면,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의 중심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데이터·서비스로 이동시키며 경쟁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자율주행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먼저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업 구조 전환의 중심에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차량 제조 경쟁력만으로는 미래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과 인사를 재정비했다.
올해 1월 엔비디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부문 출신인 박민우 박사를 AVP(Advanced Vehicle Platform)본부장(사장) 겸 자율주행 개발 자회사 포티투닷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을 개별 기술 개발 과제가 아니라 차량 플랫폼과 데이터 구조를 바꾸는 핵심 사업으로 설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차, 내재화와 동맹 병행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모셔널 테크니컬센터 관제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차량을 관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현대차의 전략은 ‘내재화와 동맹’ 병행이다. 자체 소프트웨어 조직을 중심으로 차량 운영체제와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 컴퓨팅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플랫폼과 고성능 연산 환경은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고 검증하는 데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글로벌 판매를 통해 확보한 방대한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엔비디아의 AI 학습 플랫폼을 활용해 자율주행 모델을 고도화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협력은 단순히 자율주행 기능 개발을 넘어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뿐 아니라 로보틱스와 스마트팩토리, 물류 자동화 등 실물환경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합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 차량용 AI 플랫폼을 연계해 이동과 작업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최근 영국 원전 해체 현장 점검에 투입되는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과 로봇이 동일한 인식·판단 기술을 공유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구글과 협력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지도와 음성 인식, 차량 데이터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구글 생태계를 활용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차량 기능을 넘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 확장되는 만큼, 데이터 처리와 서비스 운영 역량을 외부 플랫폼과 연결하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현대차가 빅테크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자율주행 경쟁의 구조 변화가 있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차량 제조를 비롯해 반도체, 인공지능, 클라우드, 지도, 시뮬레이션, 그리고 실제 서비스 운영까지 연결된 복합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술 경쟁이 곧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면서, 완성차 업체도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모셔널 테크니컬센터 인근에서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가 취재진을 태우고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현대차의 고민은 데이터 구조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글로벌 판매 규모는 강점이지만, 미국의 빅테크처럼 서비스 운영을 통해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모델 성능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직 초기 단계다. 감독형 주행조 기능이나 제한 구역 자율주행 서비스 등 실제 도로 환경에서의 운영 경험을 얼마나 빠르게 늘리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과제와도 연결된다. 완성차 제조 경쟁력은 여전히 글로벌 상위권이지만, 자율주행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내에서도 연구개발 투자와 실증 사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실도로 데이터 규모와 서비스 운영 경험, 스타트업 생태계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에 비해 격차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내 도로 환경이 글로벌 자율주행 알고리즘 학습에 활용되는 반면, 데이터가 해외 플랫폼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산업 주도권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 판매만으로는 부가가치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국내에 축적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사, 통신, 지도,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을 아우르는 ‘국가 단위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과 함께 테스트베드 확대 등 규제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맹은 필수지만, 데이터와 플랫폼 경쟁력까지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제조 중심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완성차 제조 경쟁력은 여전히 글로벌 상위권이지만, 자율주행 시대의 승부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로 이동하면서 산업 구조 전반의 체질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단순한 기술 추격을 넘어 데이터 축적과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나서지 못할 경우,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에서 ‘제조 파트너’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운영과 사업 모델 구축 단계 접어 들어
자율주행기술이 가져오는 산업 지형도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자율주행 경쟁의 중심은 기술 개발 단계에서 실제 운영과 사업 모델 구축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이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상업 서비스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로보택시 운영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시장의 관심도 기술 성능보다 서비스 안정성과 운영 효율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웨이모는 2025년 한 해 약 1500만회의 유료 운행을 기록했고, 주간 운행 횟수도 40만회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지역 역시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오스틴 등에 이어 내슈빌까지 확대됐다. 운영 차량은 2500대 이상으로 늘어나며 상용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특징은 기술 경쟁보다 운영 규모 경쟁이 산업의 방향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서비스 안정성과 비용 구조 개선으로 연결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 자율주행이 차량 판매 중심 사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경쟁 구도도 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웨이모가 제한된 운행 구역에서 안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양산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해 대규모 차량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마존 계열의 죽스는 전용 로보택시 차량을 앞세워 서비스 최적화 모델을 구축하는 등 사업 구조 자체를 차별화하고 있다. 기술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경쟁의 핵심은 운행 데이터와 운영 효율로 수렴되는 구조다.
중국은 또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허용 구역을 단계적으로 넓히며 기업들이 실제 도심 환경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술 완성도를 충분히 확보한 뒤 상용화하기보다, 운영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성능을 개선하는 전략이다. 바이두의 자율주행 서비스는 이미 주간 수십만건 수준의 운행을 기록하며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포니에이아이와 위라이드 등 주요 기업들도 로보택시 차량을 빠르게 늘리며 상용 운영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완전 무인 운행 구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동 등 해외 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방대한 내수가 경쟁력
중국 시장의 경쟁력은 방대한 내수 기반에서 나온다. 도심 운행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주행 상황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는 곧 알고리즘 성능 개선으로 연결된다. 동시에 운영 규모 확대는 차량 단가와 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진다. 자율주행 성능과 원가 경쟁력이 동시에 개선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택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레벨3 상용화와 제한 구역 내 자율주행 실증이 진행되고 있지만, 속도보다 제도와 책임 체계 정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보험 적용 범위, 운전자 개입 조건 등 운영 기준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핵심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고속도로 구간을 중심으로 조건부 자율주행 기능이 상용화됐고, 영국과 프랑스도 도심 실증 사업과 법제 정비를 병행하고 있다. 유럽의 접근은 자율주행을 기술 문제가 아니라 법과 책임 구조가 결합된 산업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상용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성과 소비자 신뢰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미국은 운영 규모로 시장을 확대하고, 중국은 속도와 데이터로 기술 격차를 좁히며, 유럽은 제도와 책임 체계를 통해 상용화 기반을 다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지만 공통된 흐름은 분명하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한 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량 제조를 비롯해 반도체, 인공지능, 클라우드, 통신, 지도, 시뮬레이션, 그리고 실제 서비스 운영까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구조가 바뀌고 있다. 기술 경쟁이 곧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면서 기업 간 협력과 동맹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의 수익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첨단운전자보조 시스템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46억달러에서 2030년 665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12%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형 자율주행 기능이 양산차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실제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2026년 이후 자율주행 시장의 핵심 쟁점도 변화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의 도입 시점보다 어느 수준에서 상용화가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레벨3와 레벨4 차량이 늘어날수록 사고 책임 구조와 사이버보안, 데이터 소유권 등 비기술적 요소가 산업의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자율주행은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산업 재편의 핵심 변수다.
[추동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86호 (2026년 3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