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전략 리더십 재정비 AI 중심 ‘뉴삼성’ 본격 시동

    입력 : 2025.05.20 16: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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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삼성의 ‘미래형 리더십’을 상징하던 한종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유고 상황으로 조직의 방향성과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모바일과 TV·가전을 아우르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총괄해온 중심축이 무너지자, 삼성은 곧바로 조직 안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을 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며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했다. 노 사장은 기존 직책인 MX사업부장을 유지하면서도 DX 부문 전체를 총괄하게 됐다.

    노태문 사장
    노태문 사장

    DX부문은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모바일·디지털헬스·AI 기술 전략이 집결되는 핵심 조직이다. 삼성전자의 비전과 실행력을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작동해온 만큼, 이번 인사는 ‘조직을 멈추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 부회장은 DX조직 수장으로서 삼성 세트 사업의 전략 방향을 최전선에서 조율해온 인물이다. 특히 AI와 스마트홈, 로봇, TV·가전을 연결하는 플랫폼 통합 구상을 이끌며 ‘DX의 얼굴’로 자리잡았다.

    삼성 TV가 세계 시장에서 19년 연속 1위를 지켜낸 배경에도 그의 통찰과 리더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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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그의 리더십 공백은 조직 전체에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번 인사는 단순한 보직 교체를 넘어, 삼성전자의 미래 구도와 직결되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전자는 긴급 인사에서 최원준 DX부문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글로벌 운영팀장(사장)에게 기존 직책에 더해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도 맡겼다. DX부문장 직무대행 인사와 함께 김철기 전략마케팅실장을 DA사업부장에 앉혔고 성일경 부사장을 유럽총괄로 복귀시키며 핵심 보직에 대한 연쇄 조정도 단행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대응력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다. 이번 인사는 조직 안정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종희 체제’에서 추진되던 AI·스마트기기 통합 전략이 어떻게 계승될지, ‘노태문 체제’가 그리는 새로운 DX의 윤곽은 무엇인지가 삼성의 다음 행보를 가늠할 관전 요소다.

    ‘갤럭시 황태자’ 노태문, 삼성 DX의 미래
    노태문MX 사업부장이 2024년 7월 삼성 갤럭시 2024 언팩 행사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갤럭시 휴대전화와 기기를 공개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노태문MX 사업부장이 2024년 7월 삼성 갤럭시 2024 언팩 행사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갤럭시 휴대전화와 기기를 공개하며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수장 자리에 노태문 사장이 올라선 것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모바일 경험(MX) 사업부를 이끌어온 노 사장은 DX 전체를 총괄하는 중책까지 떠안게 된 셈이다. 무선 사업 출신 인사가 가전과 모바일, TV, 헬스케어를 아우르는 조직을 이끄는 것은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 내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이다. 갤럭시 브랜드 제품 철학과 소비자 경험을 중심에 두고 기획·개발·마케팅을 통합한 전략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기술 중심의 제품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가 지닌 감성과 사용자의 일상 속 연결 경험을 우선순위에 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DX부문을 이끌게 되면서, ‘기술’보다 ‘경험’을 앞세운 접근이 가전과 스마트홈,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직무대행을 넘어, DX부문 전체에 대한 재정비 구상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주목되는 건 AI 기반 서비스의 전면 배치다. 삼성전자는 MX사업부를 중심으로 ‘갤럭시 AI’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가전과 TV, B2B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노 사장은 AI 경험을 제품 단위가 아니라 플랫폼 단위로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DX를 이끌게 되면서, AI 중심 생태계 구성이 조직 전체의 우선순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금까지 DX통합 구상이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연결 경험’이었다면, 노 사장은 이를 소비자의 일상에 더 가까운 구조로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다듬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DX부문 내 각 조직의 경계가 더 옅어지고, 제품 중심이 아닌 사용자 경험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태문 사장은 최근 MX 신사업과 판매단 운영에 집중하겠다는 포부와 계획을 임직원에게 직접 밝히기도 했다. 노 사장은 내부 이메일에서 미래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사용자 경험(UX)과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최원준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에 대해서는 “개발실을 포함한 품질, 고객 경험(CX), 제조, 구매 등 제품 경쟁력 근간이 되는 공급단 조직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사장은 역할 구분을 통해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DX 전반을 책임지게 된 만큼, MX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AI·로봇·전장 미래 구상 재정비

    삼성전자는 이제 ‘뉴삼성’ 구상을 다시 꺼내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리더십 부재와 조직 변화가 잇따르면서 전사적 미래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AI·로봇·차량전장 등 차세대 사업 전반의 로드맵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와 DX로 이원화된 구조에서 DX의 역할을 단순한 소비자 제품 사업이 아닌 미래 사업 실험 무대로 확장해왔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AI 기반 플랫폼 통합, 스마트홈 생태계 고도화, 기업간거래(B2B) 가전 확대 전략을 병행했다면, 노태문 체제는 이 기조를 바탕으로 실행력 확보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최근 사내 메시지를 통해 “기존 방식을 벗어나 민첩하고 효율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로봇,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접목한 제품 혁신이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이라 보고 있다. MX사업부에서 축적한 ‘제품-서비스-사용자 경험’ 통합 전략도 DX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로봇 사업은 ‘뉴삼성’ 전략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전사 차원에서 로봇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협동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단계적으로 늘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사회 내 기술 자문 기능을 강화하고 로봇 하드웨어부터자율주행 알고리즘, 산업용 플랫폼까지 외연을 넓히는 구상이다.

    AI 기반 사업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갤럭시 AI’로 대표되는 기기 내 AI 기술을 넘어, 가전·TV·헬스케어 전반으로 생태계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차량 전장 부문도 주요 축으로 부상 중이다. 모바일과 스마트홈 기술을 연결해 로봇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차량용 인터페이스에도 AI 기반 사용자 경험을 접목하는 전략이다. 결국 노태문 체제는 ‘기술 중심 전략’에 ‘사용자 중심 설계’를 결합해 DX의 방향성을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로 요약된다. 한종희 부회장이 남긴 청사진을 계승하면서도, 실행 속도와 시장 반응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성도 분명하다는 평가다.

    관세 변수에 생산거점 다변화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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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갑작스러운 리더십 공백과 함께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서 빠르게 해법을 찾아야 하는 국면에 놓이기도 했다.

    도널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후 고율 관세 정책을 쏟아내면서 글로벌 생산기지 전략과 수출입 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한 것이다. ‘뉴삼성’ 구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터진 통상 변수는 향후 전략 설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가 스마트폰, 컴퓨터, 평판 디스플레이 등 세트 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이들 주요 품목을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스마트폰의 60%, TV·가전 상당량을 베트남에서 조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생산 체계를 개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관세 정책이 급변해 명확한 판단이 어려운 점은 여전히 변수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따른 세트 사업 영향과 대응 방안을 자세히 모니터링 중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관세 파고를 넘기 위한 이중 대응 전략이 필요해졌다. 지정학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를 병행하고, 품목별 통관 조건에 따라 공급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뉴삼성의 과제는 이제 기술이 아닌, 통상 전략에서도 시험대에 올랐다”라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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