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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하반기 출시 예고된 첨단 제품들 모아보니 ‘AI 오븐·전자식 마스크’ 등 세상에 없던 ‘신가전’ 줄줄이
입력 : 2020.10.07 17: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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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가전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지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선두 업체들은 세상에 없던 ‘신가전’ 제품 개발과 출시에 몰두하고 있다. 가전 업체들은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가전 시장의 가장 큰 변화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서 있을 것으로 보고 라이프스타일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세상에 없던’ 가전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대형화’ ‘개인화’ ‘홈 이코노미’ ‘위생가전’ 등을 주요 트렌드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코로나19가 뉴노멀이 된 새로운 시대 ▲안심 ▲편리 ▲재미를 가전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로 꼽았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는 올해 온라인으로 열린 IFA 2020에서 “코로나19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는 집에 대한 새로운 잠재력을 확인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연결성’도 새로운 화두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7월 기자들과 만나 “모든 가전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할 수 있는 초연결성이 현실화한 시대가 2~3년 내에 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TV 시장의 경우 이제 TV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기를 통해 경험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고, 가전제품들도 서로 연결되면서 상호 작동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은 “와인·맥주 전용 냉장고, 신발관리기 등 기존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새로운 필요’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전을 지속 시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신발관리기(슈드레서), 정사각형 상자 형태의 냉장고인 ‘큐브 미니냉장고’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출시를 앞두고 제품 디테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두 제품은 당초 상반기 출시가 점쳐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대내외 요인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조기나 에어드레서처럼 소위 말해 ‘새로운 가전제품’이 대박이 나기 위해서는 제품이 얼마나 사용자 친화적으로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큐브 냉장고는 삼성전자의 공기청정기 무풍 큐브의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 맥주, 화장품 등에 최적화한 소형 냉장고로 만든 것이다. 슈드레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초 CES에서 공개해 해외 주목을 끌었던 제품이다. 삼성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의 신발관리기 버전이다. 신발을 넣어두기만 하면 탈취와 습기 제거가 가능하다. 로봇청소기 신제품도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점쳐진다. 로봇청소기의 경우 작년 4월 파워봇 출시 이후 아직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어 조만간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제품이 ‘제트’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제품들은 라이프스타일 라인업 가운데 하나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오븐도 출시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다. 다만 올해 안에 글로벌로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AI 오븐은 음식물을 인식해 스스로 최적의 조리 방법을 찾는 제품이다.
삼성전자, ‘와인큐브’ 냉장고
삼성전자의 음식물 처리기 시장 진출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더 제로’라는 상표권을 출허했는데, 음식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음식물 처리기 시장은 1조원 규모로 커졌기 때문에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 빌트인 가전 등과 시너지 여지가 많아서 삼성이 관련 분야 신가전을 출시할 경우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상반기에 더 많은 제품을 출시하는데, 상당수 제품들은 시장성을 점검하면서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면서 “특히 기존에 없는 제품을 출시할 경우에는 가격·시장성·제품성능·생산성 등 따져봐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신중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더 셰리프’ ‘더 테라스’ 등 라이프스타일 TV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TV 시장에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월 초 처음으로 프리미엄 프로젝터인 ‘더프리미어’를 내놓으면서 프로젝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특징을 설명하는 단어 앞에 ‘더’를 붙여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네이밍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소비자들을 겨냥해 집에서도 영화관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에서 아웃도어라이프스타일 TV ‘더테라스’를 내놓으면서 기존 TV 시장에서의 ‘틀’을 깨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신제품으로 ‘무버블TV(가칭)’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곳저곳 옮겨가며 TV를 시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작은 발광다이오드(LED)로 빛을 내는 미니 LED TV도 출시 가능성이 큰 제품이다. 앞서 CES에서는 중국 전자 기업들이 이 기술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외신 등에서는 삼성이 내년 300만 대 이상 출하를 목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송대현 LG전자 생활가전(H&A)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해 맥주를 커피처럼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는 수제맥주 제조기를 내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전통가전(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에도 적극 나서겠지만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LG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신가전(공기청정기·건조기·의류관리기·무선청소기 등)에서도 영향력을 더욱 높이고 신개념의 혁신 제품을 먼저 출시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가전 명가 ‘LG전자’는 신가전 개척의 원조로 꼽힌다. LG전자는 ▲신가전 ▲다양한 라인업 ▲프리미엄으로 설명되는 경영 방침이 주효하면서 ‘레드오션’으로 불렸던 가전업계에서 홀로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 없는 기발한 가전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프리미엄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다양한 제품군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건조기를 비롯해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의류 관리기 등 LG전자가 개척한 신(新)가전 시장은 실적 견인의 일등공신이다. 기존 제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콘셉트를 제안하는 신가전 제품은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건조기, 스타일러, 무선청소기 등 요즘 잘나가는 신가전 대부분은 LG전자가 개척했다. 이 시장을 꽉 잡으면서 매출과 수익을 모두 끌어올릴 수 있었다.
신가전 시장은 앞으로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LG전자의 전성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LG전자로서는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품군의 파이가 커질수록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신가전 시장이 유사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가전은 현재까지도 LG가전의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신가전 가운데서도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스타일러,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스팀가전이 확실한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LG전자는 신가전의 매출·영업이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지속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신가전 제품과 거의 겹치는 ‘건강관리 가전(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정수기, 건조기 등)’ 매출 증가율은 2017년 57%, 2018년 41% 등으로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등 국내에서 큰 인기를 거두며 새로운 가전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LG신가전은 공고한 위치를 지켜가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을 이어가면서 시장 지배력을 글로벌로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업계 등에 따르면 LG 스타일러는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각각 50% 이상 늘었다. LG전자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인 스타일러는 이 회사의 스팀 가전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2011년 LG 스타일러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최근까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등 20여 국가에 출시했다.
‘잘 만든’ 신가전 효과를 10년 이상 보고 있는 셈이다. LG 스타일러는 특허 받은 트루스팀(TrueSteam) 기술을 갖춘 스팀 가전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곽도영 LG전자 H&A해외영업그룹장(상무)는 “해외에서도 건강과 위생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트롬 스타일러 트루스팀
LG전자가 연내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가정용 탈모치료기’는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LG전자가 뷰티 분야에서 새롭게 내놓는 ‘신가전’으로 연간 4조원 규모의 국내 탈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가 개발한 탈모치료용 의료기기(모델명 HGM1 등)는 9월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레이저조사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헬멧 모양의 탈모치료기는 발광다이오드(LED)와 레이저 광선을 활용해 탈모증 치료에 사용되는 제품이다. 탈모 부위에 따라 집중적인 관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탈모치료기 관련) 최근에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고, 가격이나 구체적인 출시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 신제품을 프라엘 라인업에 포함시켜 연내 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가 정부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탈모치료기를 출시하면 해외 진출과 렌털 등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하고, 관련 시장도 가발과 복용약, 탈모치료기 등의 분야에서 매출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탈모 인구가 약 2억5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제품의 수출 가능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LG전자 전자식 마스크
LG전자가 만든 ‘전자식 마스크’에는 LG전자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의 특허 기술 및 노하우가 집약됐다. 마스크 앞면에는 교체 가능한 헤파필터(H13등급)가 2개 있다. 사용자는 헤파필터를 통과한 공기를 들이마시게 된다. 마스크로 유입되는 공기의 양은 각각의 헤파필터 아래에 장착된 초소형 팬이 조절한다. 마스크에는 호흡 시 발생하는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와 호흡 인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사용자가 숨을 들이마실 때는 팬의 속도를 높여 마스크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량을 늘리고 숨을 내쉴 때는 속도를 줄인다.
LG전자는 얼굴 형태에 잘 맞는 마스크를 설계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인간공학연구실과 공동으로 안면 유형을 분석했다. 이 제품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으로부터 전기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일정 수준 이하로 방출됨을 인증하는 전자기장 환경인증(EMF)을 받았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의료진들이 이 마스크를 가장 먼저 사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전달식을 열고 전자식 마스크 2000개를 기부했다.
[황순민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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