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 “난 앱으로 중고명품 쇼핑해” ‘럭셔리 리셀’ 매년 30% 성장, 전용 앱도 등장… 손쉽게 위탁 거래

    입력 : 2020.08.28 15:58:27

  •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Z세대)의 명품 소비 확대에 힘입어 온라인 중고명품 시장이 따라 커지는 추세다. ‘되판다’는 뜻의 리셀(Re-sell)이 신종 재테크의 일환으로 각광받으면서 돈을 벌기 위해 거래에 뛰어드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가파른 시장 성장에 힘입어 중고명품 거래 플랫폼들도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전용 모바일 앱을 개발한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해 벤처캐피털(VC) 등으로부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도 받았다. 온라인 중고명품 시장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고명품 거래 시장은 2012년 1조원 규모에서 작년 말 기준 약 7조원 규모로 7배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성장률만 30%가 넘는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의 대중화로 중고거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명품도 중고로 거래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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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명품 구매자 절반 가까이 중고거래 경험 실제로 롯데멤버스가 최근 발표한 20대 명품 소비자료에 따르면, 전체 명품 구매자 중 44.5%가 중고거래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 절반가량이 거래 경험이 있는 셈이다. 거래 채널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51.6%로 가장 많았고, 중고거래 플랫폼 31.0%, 중고명품 매장 29.3%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명품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는 MZ세대의 명품 소비 욕구가 커진 것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은 물론 SNS 인플루언서들의 명품 착용을 보고 이를 따라하고 싶다는 심리와 더불어, ‘플렉스(Flex, 사치품 구매에 큰돈을 소비하며 부를 과시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들 MZ세대는 명품을 ‘소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때그때 유행과 패션 스타일에 맞춰 ‘착용’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 명품을 더 이상 단순한 사치품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 아직 구매력이 크지 않은 젊은 층들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명품을 소유하려고 중고명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고’를 바라보는 관점도 기성세대와 다르다. MZ세대는 중고명품을 더 이상 남이 쓰던 낡은 것인 ‘유즈드(Used)’의 개념이 아니라 오래되어 더 가치가 있는 ‘빈티지(Vintage)’로 인식한다. 중고명품을 통해서 자신만의 유니크한 매력을 뽐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니 MZ세대들은 필요에 따라 중고명품을 사고파는 것에 훨씬 적극적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명품가방을 처분하는 식으로 이뤄졌던 과거의 중고명품 거래와는 사뭇 다른 행태다.

    구구스 인천 송도점
    구구스 인천 송도점
    중고명품은 기존에는 구구스나 고이비토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거래가 주를 이뤘으나 요즘 대세는 ‘온라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 횟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한 데다 MZ세대들이 대체로 기존의 중고명품 거래 매장 방문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고명품을 매장을 드나드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심리적 요인도 적잖이 작용한다. 또한 매장마다 상품 수가 한정적이라는 점도 한계다. 여러 상품을 한눈에 보고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온라인을 보다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

    온라인으로 중고명품을 구매도 해보고 판매도 해봤다는 김 모 씨(27·여)는 “직거래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상대방과 시간과 장소를 맞춰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며 “온라인으로 중개업체를 끼고 거래하면 수수료가 좀 나가긴 해도 품이 적게 들고 사기 당할 위험도 없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따라가려 구구스는 모바일 앱을 출시했으며, 필웨이, 머스트잇 등의 명품 오픈 마켓들도 모바일 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카톡으로 간단히 중고명품 매입과 상품등록 대행을 신청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도 등장했다.

    구구스의 경우 ‘간편한 명품팔기’라는 서비스가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구구스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간편한 명품팔기’를 신청하면 가방과 시계, 주얼리와 의류 등 다양한 품목들을 매장 방문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낼 필요 없이 집에서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욱이 명품감정사의 감정 결과도 문자나 전화로 즉시 안내 받을 수 있고, 픽업 서비스를 통해 판매하려는 중고명품을 원하는 장소로 찾아올 수 있어 판매자가 시간이나 장소에 제약 없이 거래할 수 있다. 거래 완료 후 즉시 현금 지급(매입 기준)을 실시해 빠른 거래를 이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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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구스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해 타인이 사용하던 물건에 거부감을 적게 느끼는 현상,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방식의 영향이 더해지며 중고거래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간편한 명품팔기 서비스 이용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웨이의 경우에는 가격대와 브랜드별로 다양한 중고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각종 기획전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진품과 모조품 구별법 등 다양한 명품 지식을 교류하는 커뮤니티 등 중고명품 관련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필웨이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중고명품의 인기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필웨이는 18년 중고명품 거래 노하우를 바탕으로 럭셔리의 가치 순환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쿠돈’이라는 중고명품 거래 전용 앱을 론칭한 스타트업이 등장해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쿠돈의 경우에는 중고명품 거래 시 가장 문제되는 ‘정품 인증’에 대해 확실한 인증을 제공한다는 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경표 쿠돈 대표는 “중고명품 시장은 기존의 중고차 시장과 비슷하다. 지역별·매장별로 보유 상품이 다르고 가격도 달라 매물을 찾아서 여기저기 가야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장이 다 온라인으로 옮겨지지 않았나. 온라인을 통해 매물과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편리성에 힘입어 시장 자체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돈은 조만간 앱을 통해 중고명품 가격 표준화 서비스를 시행하려 한다. 이용자들이 특정 모델과 연식을 고르면 표준화된 가격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경표 대표는 “중고명품의 경우 가격이 표준화되어 있질 않아 판매자도 얼마에 팔아야 할지, 구매자도 얼마에 구매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점이 있다”며 “모바일 앱을 리뉴얼한 다음에 중고명품 가격에 대한 표준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돈은 인기 브랜드와 인기 모델들에 한해서 베타서비스를 론칭한 다음 점차 가격 표준화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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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웨이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중고명품의 인기는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필웨이는 18년 중고명품 거래 노하우를 바탕으로 럭셔리의 가치 순환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쿠돈’이라는 중고명품 거래 전용 앱을 론칭한 스타트업이 등장해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수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쿠돈의 경우에는 중고명품 거래 시 가장 문제되는 ‘정품 인증’에 대해 확실한 인증을 제공한다는 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경표 쿠돈 대표는 “중고명품 시장은 기존의 중고차 시장과 비슷하다. 지역별·매장별로 보유 상품이 다르고 가격도 달라 매물을 찾아서 여기저기 가야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장이 다 온라인으로 옮겨지지 않았나. 온라인을 통해 매물과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편리성에 힘입어 시장 자체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돈은 조만간 앱을 통해 중고명품 가격 표준화 서비스를 시행하려 한다. 이용자들이 특정 모델과 연식을 고르면 표준화된 가격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경표 대표는 “중고명품의 경우 가격이 표준화되어 있질 않아 판매자도 얼마에 팔아야 할지, 구매자도 얼마에 구매해야 할지 모르는 문제점이 있다”며 “모바일 앱을 리뉴얼한 다음에 중고명품 가격에 대한 표준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돈은 인기 브랜드와 인기 모델들에 한해서 베타서비스를 론칭한 다음 점차 가격 표준화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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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백이 가장 인기 각종 중고명품 가운데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품목은 역시 핸드백이다. 여러 브랜드들 중에서도 ‘샤넬’의 인기가 독보적이다. 중고명품 시장에서도 워낙 수요가 많아 리셀 가격이 터무니 없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신제품 구매가보다 리셀가가 더 올라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본가치가 점점 소모되는 감가상각 이론과는 반대다. 그래서 ‘샤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한 것이다.

    중고명품 판매업체 핸드백클리닉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고 명품백 판매가 1년 전보다 500% 늘었다. 럭셔리브랜드 전문 리셀러인 위러브샤넬에스지 측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 3월 이후 매출이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꼽히는 샤넬 빈티지 플랩백의 문의 및 구매 건수는 5배 늘었다고 전했다.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뷔통을 중심으로 한 명품 핸드백 시장은 최근 급성장했다. 2004∼2016년 명품핸드백 가격은 연평균 8%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13% 급등했다. 이는 예술품(5.2%), 우표(6.4%), 진귀한 위스키(5.0%), 고급 포도주(0.7%), 보석(-6.7%) 등 다른 수집 자산의 수익률을 압도적으로 상회한다. 샬롯 슈태르크 핸드백클리닉 공동창업자는 “영국에서 자산투자 수익률이 5%라면 평균을 한참 상회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핸드백은 수익률 명단에서 첫 번째”라고 설명했다.

    샤넬의 인기 모델인 클래식 플랩백
    샤넬의 인기 모델인 클래식 플랩백
    지난 10년간 런던증시의 FTSE지수와 금의 수익률은 각각 39%였는데, 버킨백 가격은 같은 기간 108% 뛰었다. 중고 명품핸드백 가격은 신상품의 가격, 색깔이나 구조물의 희귀성, 영화나 텔레비전 쇼에 비치는 등 뉴스거리가 되는지 등에 따라 조정된다.

    접근성 등도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이를테면 에르메스는 1년에 버킨백을 1만2000개만 만든다. 버킨백 판매는 전용 고객들에게만 한다. ‘부자들도 못 사는 핸드백’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이는 버킨백의 중고시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리셀 명품 시장의 가격 방어에 한몫하고 있다. 리셀 명품이 많이 나오는 일본에서의 공급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리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에서는 아예 ‘돈 벌이’를 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드는 MZ세대들도 급증하고 있다. 한정적이고 희소성 높은 제품이 2차 시장을 통해 거래되면서 일종의 재테크 형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명품업체들이 관례처럼 매년 핸드백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샤넬은 얼마 전 핸드백 중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클래식백과 보이백, 가브리엘백의 가격을 17% 올렸다. 매년 봄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고 사람들은 가격 인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핸드백 가격의 평가절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
    리셀을 목적으로 명품 가방에 투자한다는 안 모 씨(25·여)는 “얼마 전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르기 직전에 인기 품목 몇 개를 무리해서 질렀다”며 “브랜드들이 가격을 인상하기를 기다렸다가 나중에 구입가보다 가격을 조금 올려 되팔면 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명품 리셀은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중고의류업체 스레드업은 올해 세계 리셀 시장 규모를 약 400억달러(약 48조원)로 추정한다. 에르메스와 샤넬을 주로 리셀하는 BJ럭셔리의 총책임자 제나 라타는 “고급 자동차와 다이아몬드 보석과 달리 샤넬과 에르메스 가방은 자산으로서 감가상각이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김효혜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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