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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달라진 대기업 채용, 현대차·한화에 이어 LG 등 대규모 공채 폐지… 수시·인턴 채용 대비하고 온라인 면접 준비해야
입력 : 2020.07.02 10: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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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신입 구직자에게 올 상반기는 정말 악몽과도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며 대기업 채용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감염확산 우려에 신입사원 선발을 진행하던 대기업들은 채용일정을 중단하거나 연기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대기업들의 채용이 재개됐지만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가 강조되다 보니 이전과는 면접 방식이 달라지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대기업들로서는 신입직원을 선발하는 것에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구직자에는 이전에도 좁았던 대기업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구직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도록 만든 소식 중 하나는 LG그룹의 64년 만에 상·하반기 정기 공채 폐지일 것이다. 지난달 9일 1956년 10월 처음으로 대졸 공채를 도입한 지 64년 만에 상·하반기 정기 공채를 폐지하는 대신 올해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LG그룹이 도입하기로 한 상시 채용 제도는 인사조직이 아닌 현업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 공고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방식이다. 현업 부서가 채용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인사조직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게 된다. 현장 중심 인재를 적시에 확보해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경영 환경과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특히 LG그룹은 전체 신입사원의 70%를 채용 연계형 인턴십으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입사원 선발 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될 채용 연계형 인턴십은 평균 4주 정도 진행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지원자들의 적합성을 미리 확인하고, 지원자들은 회사와 희망 직무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LG그룹은 향후 계열사별로 채용 연계형 인턴십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지원자들이 희망 직무에 지원하는 상시 채용 방식과 채용 연계형 인턴십이 자리 잡게 되면 지원자가 원하는 업무와 현업 부서 직무가 맞지 않는 문제가 해소되고, 1년 이내 퇴사하는 신입사원 비율을 낮추는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그룹은 인턴십 제도 외에 산학협력, 공모전 등 다양한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오프라인으로 실시해오던 인적성 검사도 9월부터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바뀐다. 인성검사 문항수도 절반으로 줄이고 적성검사 문제 유형은 온라인에 최적화해 응시 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1시간대로 대폭 단축시킨다는 방침이다. LG그룹의 상시 채용 연계형 인턴십 채용은 지난달 LG화학 전지사업본부와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채용 공고를 시작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LG그룹은 코로나19로 차질을 빚은 상반기 채용 인원을 포함해 하반기 채용에 나선다.
LG그룹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과 수요에 맞춰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현업 부서에서 필요한 인재를 즉시 뽑는 속도감 있는 채용 제도로 전환한 것”이라며 “인재 채용 방식의 전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의 공채를 기다리던 구직자들에게 신입직원을 선발한다는 것은 기쁜 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공채 방식이 아닌 상시 채용으로 전환된 것은 반갑지만은 않다. 대기업에서 직무 연관성 위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다보면 아무래도 순수 ‘대졸신입’보다는 중소 중견기업에서 몇 년의 경력을 갖추고 대기업 신입 채용에 지원하는 ‘중고신입’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LG그룹의 공채 폐지에 앞서 주요 그룹들은 이미 대규모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먼저 현대·기아차가 대규모 정기 공채를 폐지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1월 수시 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KT도 매년 두 차례 진행하던 정기 공채를 폐지하는 대신 인턴직을 거친 뒤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수시·인턴 채용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수시 채용 제도 도입에 구직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채용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수시 채용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은 외형적으로 채용 규모에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LG그룹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채용 규모를 예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의 작년 채용 규모는 1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용 시장 관련 전문가들은 대졸 신입 채용 규모가 기존보다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시 채용은 외부로 채용 절차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악화로 채용 여력이 줄어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사실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서 사정이 어려워도 매년 비슷한 규모의 공채 규모를 유지했지만 수시 채용 도입으로 각 부서에서 필요한 만큼 뽑게 되면 ‘블라인드 효과’ 때문에 전체 채용 규모는 줄어들 수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고졸인재 일자리 콘서트’에서 참가 학생이 비접촉 채용 면접을 보며 화상통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은 채용 전 과정에서 비대면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설명회, 언택트(비대면) 면접 등을 중심으로 물꼬를 튼 ‘온라인 채용’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SK·롯데·포스코는 상반기 채용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삼성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삼성 공채 직무적성검사(GSAT)를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 공채에 전격 도입하면서 ‘채용 실험’으로 불렸던 이번 온라인 공채 필기시험이 성공적으로 치러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채용 관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은 5월 30~31일 이틀간 4회에 걸쳐 온라인 GSAT를 진행했다. 30일 오전 9시와 오후 2시로 나눠 치러졌던 GSAT는 31일에도 같은 시간 두 차례 실시됐다. 1일 차에는 삼성전자 계열사와 바이오 계열사 등 지원자들이 응시했으며 2일 차에는 삼성전자 지원자들만 시험을 치렀다. 삼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GSAT는 첫 대규모 온라인 시험이었음에도 부정행위나 서버 과부하 등 시스템상 문제없이 진행됐다. 앞서 삼성은 지난 26~27일 온라인 예비소집을 통해 시스템을 점검하고, 시험 감독을 위한 스마트폰 거치대 등 응시에 필요한 준비물 키트를 응시자 전원에게 배송하는 등 사전 점검을 진행했다. 삼성은 가장 많은 우려가 제기됐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삼성SDS의 최신 영상회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감독관 한 명이 응시자의 스마트폰을 통해 응시자 9명을 감독하며 부정행위를 차단했다.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집에서 편하게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응시자는 “새벽부터 준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는데 일요일 아침부터 나오지 않아도 돼 좋았다”며 “첫 도입임에도 시스템이 잘 돌아갔고 감독관도 친절했다”는 후기를 썼다. 또한 “오프라인 시험장에서 느꼈던 공포증이 집에서 보게 되면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한 응시생은 일부 문제는 화면 스크롤을 계속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문제를 봐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큰 모니터를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는 팁을 주기도 했다.
반면 처음 접한 온라인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까다로운 제약 사항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손이나 펜으로 모니터를 터치하며 문제를 보거나 감독 화면 밖으로 손이 나가는 행동이 금지된 탓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같은 환경 때문인지 응시자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시험 난도가 높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막고 시험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제약 사항을 도입했다”며 “온라인 방식의 생소함으로 일부 응시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아진 것이며 전체 응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므로 공정성 이슈는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첫 온라인 시험 도입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하반기 이후에도 채용 과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 채용 담당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그룹은 이번 온라인 GSAT의 부정행위나 문제점을 사후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합격자 발표와 면접 일정까지 예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취준생들의 면접 준비 기간이 그만큼 느는 셈이다. 최대 평가 요소는 직무 연관성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의 한 인사 담당자는 “면접에는 여러 사업부에서 팀장급 실무자와 임원들이 참여해 면접 대상자의 전공과 경험, 지식을 종합해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 평가할 것”이라며 “학사·석사 학위를 소지한 면접자는 자신의 전공·연구 커리큘럼을 지원 직군·직무와 연결해 ‘나는 입사해서 해당 업무를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 최대한 세밀하게 그려내야 좋은 점수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롯데도 코로나19 때문에 상반기에 채용 전형 운영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롯데 인적성 검사인 ‘엘탭(L-TAB)’ 중 인성검사인 조직적합도 진단을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대기업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 면접도 활발히 도입했다. 언택트 면접은 SK그룹이 가장 먼저 시도했다. 코로나19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은 서류-필기-면접 등 채용을 위한 전형의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당시 기업 10곳 중 7곳은 채용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분위기 속에서 채용의 전 과정을 ‘언택트’로 진행하면서 주목받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4월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진행된 신입사원 화상면접 현장에서 면접자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SK, 영상통화로 다자간 상호 면접
SK텔레콤도 그룹 영상통화를 통해 다자간 상호 면접을 진행하는 등 신입사원 대상 언택트 면접을 진행했다. 자체 개발한 ‘그룹 영상통화 솔루션’을 활용해 다자간 상호 의견을 주고받는 그룹면접 방식의 ‘인터랙티브 언택트(Interactive Untact, 이하 인택트)’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그룹 영상통화 솔루션은 풀(Full) HD급 화질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존 화상면접 방식을 넘어 지원자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지원했다. SK텔레콤은 면접자들에게 동일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영상통화용 태블릿, 면접 자료용 태블릿, 거치대, 가이드북 등의 면접 용품들로 구성된 ‘인택트 면접 키트’를 면접자의 집 주소로 배송했다. 지원자들은 약 일주일 전에 면접 키트를 받고, 면접 전에 접속 환경 등의 테스트를 2회 진행했다.
지난 6월 2020년 상반기 공채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는 CJ그룹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웹캠 등을 이용한 비대면 면접을 추진 중이다. 각 계열사는 일정에 따라 테스트와 1차 면접을 거쳐 7∼8월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하고 8월 2차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취업 전문가들은 언택트 채용이 앞으로 더 확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돌발 이슈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요 그룹들이 무작정 채용을 미루기보다 언택트 채용 등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인에 따르면 온라인 인적성 평가와 면접 같은 언택트 채용을 대비하기 위해선 꼼꼼한 통신망·프로그램 체크와 사전연습이 필수다. 온라인 인적성 평가와 면접은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운 만큼 혼자 2~3시간 정도 있을 실내 환경을 미리 만들어두는 일도 중요하다. 온라인 면접은 단정하거나 깔끔한 배경을 활용하고 적합한 앵글을 잡고 면접에 임하는 것이 좋다. 지원자들은 면접관과 ‘소통’하고 있음을 어필하기 위해 카메라를 보고 답변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서동철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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