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맘대로 바꿔 타는 자동차 구독 시대… 완성차·스타트업, 공유 서비스 내놓아

    입력 : 2020.04.06 10:52:35

  •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자동차 업계에도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바람이 불고 있다.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구독경제는 이미 우리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등이 대표적이다. 차량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공유’로 옮겨가는 가운데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양한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소비재 가운데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자동차는 유달리 소비자들의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다. 정기 점검부터 소모품 교체·관리까지 신경 써야 하고, 구매한 순간부터 감가상각으로 인해 차량 가치가 떨어진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이 모든 과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월 구독료에 세금부터 보험, 점검 등 모든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차량을 마음대로 바꿔 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테크내비오는 세계 자동차 구독 시장이 2019년에서 2023년까지 78억8000만달러(약 9조6000억여원) 규모로 커지며, 연평균 63%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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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셀렉션, 올 상반기 정식 서비스 론칭

    국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 1월 구독형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Hyundai Selection)’을 출시했다. 현대 셀렉션은 월 단위로 이용 요금 72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을 지불하고 기간 내 주행거리 제한 없이 신형 쏘나타와 투싼, 벨로스터 중 월 최대 3개 차종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전기차(EV) 코나 일렉트릭 중 하나를 매월 한 차례 48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현대차 측은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별도 수수료가 없고, 장기 렌트와 리스 상품과 달리 주행거리 제한이 없어, 비교적 장기간 한 가지 모델만 이용해야 하는 상품들이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다가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셀렉션 프로그램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으로 ‘계약-결제-차량교체-반납’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만 26세 이상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넘었고 개인 혹은 법인 신용카드를 소지했다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차량 탁송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배송 전문 매니저가 방문해 차량을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전달한다. 전문가가 철저하게 점검한 차량을 제공해 정비나 소모품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보험료와 자동차세 등 차량 관련 비용을 월 1회 결제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해 번거로움을 줄였다. 또한 가입 고객에게는 블루멤버스 포인트(0.5%)를 추가로 제공해 향후 차량을 구매할 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현대 셀렉션은 현대자동차-현대캐피탈 ‘딜카’-중소 렌터카 회사의 3사 간 제휴를 통해 운영된다. 렌터카 회사가 고객에게 차량을 제공하면, 현대캐피탈의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 ‘딜카’는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고 현대자동차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맡는다.

    현대 셀렉션은 현재 파일럿 서비스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정식 서비스가 론칭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4월부터 서비스 차종과 지역을 확대한 2차 파일럿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파일럿 서비스 론칭 당시에는 50명 규모로 운영했지만, 고객 반응이 좋아 60여 명 수준으로 늘렸고 현재도 200여 명이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령대별 가입자 현황을 살펴보면 30대가 39%로 가장 많고 40대 32%, 50대 이상 15%, 20대 13% 순으로 집계되는 등 3040세대의 관심이 높았다. 성별로는 남성 89%, 여성 11%로 남성들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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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스펙트럼… 오는 5월까지 연장 운영

    현대차는 현대 셀렉션과 더불어 G70에서부터 G90까지 제네시스 브랜드 라인업을 이용할 수 있는 ‘제네시스 스펙트럼’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구조와 이용혜택 등은 현대 셀렉션과 비슷하다. 현대캐피탈 ‘딜카’와 중소 렌터카 회사들과 손잡고 운영하는 월 구독형 프로그램으로,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월 149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G70과 G80, G80 스포츠 3개 모델 중에서 매월 최대 2회씩 바꿔 탈 수 있다. 또한 3개 모델 외에도 매월 1회 72시간 동안 제네시스 플래그십 모델인 G90까지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제공된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에서 제공하는 차량은 모두 누적 주행거리가 1만㎞ 미만의 모델로, 사륜구동 시스템 ‘HTRAC’가 장착됐다. 모델에 따라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와이드 선루프,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 등 안전·편의사양이 추가됐다. 앱을 통해 프로그램 가입에서부터 차량선택, 교체, 결제, 해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전담 배송기사가 차량 픽업과 탁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지난 2018년 12월 시범 서비스 형태로 시작해 10개월간 운영됐다.

    초기에는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이용자를 50명 한정 모집했고, 만 26세 이상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경과한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추가 운전자도 1명 더 등록할 수 있고, 첫 달 이후에는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최초 시범 서비스 당시 고객 반응이 좋았다는 점을 감안해 제네시스 스펙트럼의 운영기간을 5월 초까지 한 차례 연장했다. 서비스 론칭 두 달 만에 프로그램 정원(50명)을 달성하고 누적 가입회원이 1300여 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이용 고객들 가운데 80%가량은 구독형 프로그램을 2개월 이상 연장 신청하는 등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서비스 품질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확인됐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차량에 대한 충분한 경험 ▲선수금과 해약금 부담이 없는 자유로운 계약 ▲국내 시장에 새롭게 도입된 구독형 프로그램에 대한 호기심 등이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스펙트럼의 가입자 또한 3040세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30대 비중이 43%로 가장 많고 40대 33%, 50대 이상 12%, 20대 12% 순으로 집계됐다. 성별 비중도 남성 89%, 여성 11%로 남성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현대 셀렉션
    현대 셀렉션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 교환형·단독형 구독 서비스

    지난해 6월에는 기아자동차가 구독형 프로그램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을 론칭하면서 현대차그룹의 3개 브랜드 전부를 구독 서비스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은 교환형과 단독형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됐다. 교환형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월 129만원을 지불하면 K9, 스팅어, 모하비를 대상으로 매월 1회씩 교체해 이용할 수 있다. 단독형은 월 159만원을 내면 K9 3.8 그랜드플래티넘 모델(풀옵션)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두 개 서비스 이용고객 모두 월 1회 72시간 동안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추가로 대여할 수 있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은 3개월 묶음 요금제 이용 시 월 5만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서비스 이용 후 60일 이내에 K9과 스팅어 신차를 출고하는 고객들은 30만원 추가 할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기아차는 고급차 라인업으로 구성된 ‘기아차 플렉스 프리미엄’ 외에도 향후 서비스 차종을 확대하고 가격대를 차별화하는 등 다양한 구성의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는 지난 2017년 위블(Wible)을 시작으로 혁신적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론칭하며 시장의 리딩 컴퍼니로서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며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은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로서, 기아차는 향후 신규 차량 투입 등을 통해 고객의 선택권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 이용고객의 60% 이상이 K9을 이용했고 모하비와 스팅어가 그 뒤를 따랐다. 연령대별로는 40대 50%, 30대 35%, 50대 이상 13%, 20대 2% 등으로 경제력을 갖춘 3040세대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성별 또한 남성의 비중이 9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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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계도 자동차 구독 열풍

    차량 구독 서비스는 완성차업계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 전문기업인 비마이카는 9대 수입차종을 바꿔 탈 수 있는 구독형 상품 ‘카로’를 공개했다. 테슬라X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E300, 마세라티 르반떼, 렉서스 NX300H, BMW 520d 럭셔리 라인 등 억대를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를 4개월 주기로 총 36개월간 이용하는 서비스다. 50명 한정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월 구독료는 모델에 따라 100만~200만원대로 책정됐다.

    또 다른 스타트업 기업인 더 트라이브는 이색적으로 중고차 구독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이용료에 맞춰서 차량, 연식, 주행거리 등을 감안해 중고차를 제공한다. 기존 자동차 구독 서비스보다 저렴한 이용료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현대차는 더 트라이브 설립 극 초기에 1억원을 투자했고, 최근 하나카드는 트라이브 서비스 전용 신용카드 ‘트라이브 애니 플러스’를 출시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는 지난해 11월 취향 맞춤형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 페어링’을 선보였다. 쏘카 페어링은 원하는 차량을 장기대여한 후 평소에는 자차처럼 이용하고, 이용하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게스트)에게 공유해 대여료를 받는 차량 공유 서비스다. 이 덕분에 게스트들은 본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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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시범 서비스는 실패… 해외선 수년 전부터 활성화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자동차를 다른 사람과 함께 탄다는 데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많아 일부 서비스는 파일럿 형태로 끝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터카는 차종과 브랜드, 가격까지 마음껏 골라 타는 월 구독형 프로그램 ‘오토체인지’를 선보였다. 당시 롯데렌터카는 차급에 따라 준중형(아반떼·K3·크루즈·SM3 등), 중형(쏘나타·K5·말리부·SM6 등), 대형(그랜저·K7·임팔라·SM7 등) 국산차 서비스와 수입차 서비스(아우디 A6·BMW 520D·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 총 네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선착순 50명을 시작으로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지만 정식 서비스 론칭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 미니(MINI)는 지난 2018년 11월 커넥티드 카 플랫폼 서비스 기업 ‘에피카’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실시했다. 서비스 종류는 3개월간 2주 간격으로 모든 미니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트라이얼’, 1년 중 최대 6개월간 원하는 미니 차량을 골라 탈 수 있는 ‘레귤러’, 1년 내내 원하는 차량을 자유롭게 바꿔 탈 수 있는 ‘에픽’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획기적인 프로그램도 현재 양사의 내부 사정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한 완성차 브랜드 관계자는 “자동차는 소비재 가운데 워낙 고가인 데다 남과 함께 탄다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서 국내에서는 구독형 서비스가 자리 잡기 어려웠다”며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용 구독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볼보는 지난 2017년 9월 미국에서 ‘케어 바이 볼보(Care by Volvo)’라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자동차 구독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형 SUV 모델인 XC40를 비롯한 4개 차종을 월 750~850달러로 이용할 수 있다. 별도의 계약금이나 등록비를 요구하지 않아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볼보는 오는 2025년까지 생산 차량의 50%를 구독 서비스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포르쉐, 캐딜락 등도 해외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컬렉션(Mercedes-Benz Collection)’, ‘액세스 바이 BMW(Access by BMW)’, ‘포르쉐 패스포트(Porsche Passport)’, ‘북 바이 캐딜락(Book by Caddilac)’ 등 각사만의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수준의 월 구독료를 책정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채희근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와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 업체들의 니즈에 힘입어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나, 효용 대비 가격 적정성과 업체 수익성의 적절한 조화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박윤구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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