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가에 부는 친환경 바람… 친환경 포장재·테이프 없는 박스, 사회적 책임에 소비자 편익까지

    입력 : 2019.05.31 13:59:48

  • 유통가에 부는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인터넷 쇼핑 시장이 몸집을 불리면서 과도한 포장재에 따른 부작용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포장재를 줄이고 친환경 재질로 바꾸는 등의 ‘친환경’ 전략은 이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뿐 아니라 기업으로서 소비자 편익을 개선시키는 일에 다름 아니게 됐다.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펼쳐지고 있는 유통채널들의 친환경 행보를 살펴봤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명절부터 선보인 리싸이클박스
    롯데마트가 지난해 명절부터 선보인 리싸이클박스
    ▶친환경 해야 할 이유… ‘사회적 책임’에서 ‘소비자 불편’으로

    서울시 중구에서 혼자 자취를 하는 유가은(가명·27) 씨 는 최근 도심 지역의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하는 물건의 양을 줄였다. 매번 한 무더기씩, 일주일에 많게는 세 번까지 나오는 포장재 더미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유 씨는 생필품·옷·신선식품·영양제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품목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물건이 도착하는 족족 포장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가져다 버린다고는 하지만 하루, 이틀이라도 정리를 미루면 집안이 각종 상자와 비닐 등으로 가득 차버린다. “배송 오는 상자가 2개를 넘기라도 하면 5~6평 원룸에 발 디딜 틈도 없어진다”며 “포장재가 특히 많은 야채, 고기류는 근처 중소형 마트에서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 먹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씨처럼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지난해 110조원을 넘기면서 놀라움을 안겨준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조1953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6% 증가했다. 전월에 대비해서도 17.1% 늘어난 수치다.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대부분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이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럽게 포장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포장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나 새벽배송 등으로 늘어난 포장재의 양을 규제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는 유통업계에 부는 친환경 바람에 무게를 더했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 차원이 아니라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로 ‘친환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헬로네이처가 새롭게 선보인 더그린박스와 더그린팩
    헬로네이처가 새롭게 선보인 더그린박스와 더그린팩
    ▶상자는 재활용, 재질은 천연소재…

    가벼워지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이 제공하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는 보온, 완충 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포장을 필요로 한다. 배송 중 신선도가 떨어지면 위생상 문제가 생겨 고객들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신선식품’에 해당하는 고기·수산류의 경우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포장재를 활용한다. 신선식품 전문몰들은 이런 이유로 비닐백·은박파우치·보냉팩·종이상자 등 3~4중 포장을 유지해 왔다.

    포장 단계가 많은 만큼 신선식품 전문 업체들은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 상품을 한정으로 스티로폼 박스와 아이스팩 회수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재주문한 고객들이 이전에 받은 아이스팩과 스티로폼 박스를 문 밖에 내놓으면 회수해 가는 방식이다.

    스티로폼 박스는 전문업체에 전달돼 재활용되며 아이스팩은 폐기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아이스팩은 비닐 봉투에 싸서, 스티로폼 박스는 송장을 제거해 내놔야 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지난 3월 기준 포장재 회수율은 지난해 9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며 “통상 스티로폼 박스를 하루에 800~1600개 정도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포장 상자 ‘에코박스’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오고 있다. 지난 1월에는 100% 재생지로 제작해 재활용이 간편하면서 보냉 유지가 가능한 ‘에코박스V2’를 도입했으며 지난 4월에는 생산 공정 방식을 개선한 ‘에코박스V3’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부터는 사탕수수와 옥수수에서 추출한 천연 소재를 20% 이상 활용하고, 제조 시 탄소 소비량을 줄인 친환경 지퍼백을 도입했다. 물로만 이루어진 친환경 아이스팩과 재사용 가능한 박스 등은 내부 품질 테스트를 완료하고 상반기 중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지난 4월 도입한 친환경 지퍼백
    마켓컬리가 지난 4월 도입한 친환경 지퍼백
    또 다른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 업체 헬로네이처도 지난달 말부터 ‘더그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재사용이 가능한 ‘더그린박스’와 100% 자연성분으로 만든 ‘더그린팩’을 사용한 배송 시스템이다.

    더그린박스는 쌀포대를 만드는 소재로 알려진 ‘PE우븐’ 섬유로 제작된 보냉가방이다. 반복 사용이 가능해 고객이 다음 주문을 할 때 문 앞에 가방을 두면 헬로네이처가 수거해 세척 후 재사용한다. 아이스팩도 비닐과 합성수지, 물로 이루어졌던 기존 형태에서 재생지와 물, 전분으로 구성된 더그린팩으로 바뀌었다. 배송체제를 바꾸면서 테이프, 은박 보냉팩, 비닐 완충재 등 부자재도 대폭 줄어들었다.

    사진설명
    ▶분해 쉬운 포장재, 테이프 없앤 박스 도입하는 홈쇼핑

    홈쇼핑 업계 역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거나 자연분해가 어려운 테이프를 없애는 등 친환경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16일 ‘식물성 원료로 만든 친환경 비닐 포장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포장재는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100% 식물성 ‘바이오매스 합성수지’를 원료로 사용해 만들었다. 석유를 원료로 한 기존 일반 합성수지 재질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이 70% 적다. 새로운 비닐 포장재는 LBL, 라우렐, 아이젤 등 롯데홈쇼핑의 단독 패션 브랜드 상품 배송에 우선적으로 도입됐다. 연간 약 400만 장의 비닐 포장재가 롯데홈쇼핑 패션 상품 배송에 사용되는데 이중 단독 패션 상품에는 50만 장이 소비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조치로 약 32.9t의 탄소가 저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0년생 소나무 4984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이다. 향후 새 포장재를 전체 패션 상품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적용할 계획이며 하반기 중으로 환경부 친환경 인증 심사를 통해 ‘환경표지인증’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롯데홈쇼핑은 또 의류 상품 배송 시 사용하는 부직포 포장재를 친환경 종이상자로 대체해 매년 50%씩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아이스팩과 테이프, 완충재도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교체한 바 있다.

    현대홈쇼핑과 CJ오쇼핑은 배송 상자에서 테이프를 없앴다. 지난 4월 21일 현대홈쇼핑은 비닐 테이프가 필요 없는 친환경 ‘날개박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날개박스는 친환경 접착제가 부착된 날개가 박스 상·하단에 있어 날개만 접으면 포장이 끝난다. 기존에 사용되던 비닐 테이프는 ‘폴리염화비닐’로 만들어져,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 100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 박스에 부착되는 운송장 크기도 20% 줄였다. 화학물질로 코팅된 특수용지를 사용하는 운송장은 재활용이 안돼 사용량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날개박스는 현대홈쇼핑의 패션 PB브랜드 ‘라씨엔토’와 ‘밀라노스토리’에 우선 도입한다. 두 브랜드를 배송하는 데 쓰인 박스는 지난해 기준 약 50만 개다. 축소된 운송장 역시 자체물류센터에서 배송되는 박스에 우선 적용한다. 지난해 기준 자체물류센터에서 배송되는 물량은 1200만여 개로, “연간 축구장 5개를 덮을 수 있는 분량의 자원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설명했다.

    CJ오쇼핑도 같은 달 17일 100% 종이로 된 친환경 포장재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도입했다.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는 테이프는 물론 접착제도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또 종이테이프, 종이 완충재, 종이 행거박스 등 친환경 포장재 적용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홈쇼핑이 테이프를 없애고 선보인 날개박스
    현대홈쇼핑이 테이프를 없애고 선보인 날개박스
    ▶더 작고 더 적게…

    상자 사용 줄이는 오픈마켓

    오픈마켓 중에서는 전체 매출 중 90% 가량이 직매입 상품으로부터 나오는 쿠팡의 친환경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쿠팡은 최근 상품에 비해 과도하게 부피가 큰 상자에 물건이 배송되는 배송을 줄였다. 덕분에 기존에 트럭 2대로 배송해야 했던 물건을 1대로도 배송할 수 있게 됐다.

    자정까지 주문할 경우 익일 배송이 보장되는 ‘로켓배송’ 상품에는 분해가 쉬운 친환경 비닐봉투와 에어캡을 사용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젤 형태의 아이스팩 대신 내장재를 하수구에 부어 버릴 수 있는 팩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테스트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쿠팡 회원들은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와 실로 만들어진 테이프를 사용한 상품을 받아보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정 모씨(24)는 “최근 쿠팡에서 물건을 주문했더니 황색 종이에 실이 들어간 테이프로 포장되어 왔다”며 “손으로 뜯기에는 기존 플라스틱 테이프에 비해 어려웠지만 환경에는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오후 6시 이전 주문하면 익일 배송되는 ‘스마일배송’에 2017년 묶음 배송서비스를 도입했다. 2개 이상 카테고리에서 상품을 구매할 경우 판매자가 달라도 상품들을 하나의 박스에 넣어 자원 낭비를 줄이는 원리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IT 기술을 접목한 합배송으로 배송에 필요한 택배 상자를 절반 이상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지난 4월부터 전통시장과 공유하고 있는 대여용 부직포 장바구니
    이마트가 지난 4월부터 전통시장과 공유하고 있는 대여용 부직포 장바구니


    ▶장바구니 사용 장려하고

    명절 선물세트 포장 줄이는 마트

    마트,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는 비닐봉투, 영수증 등이 환경오염을 야기하는 주요 요소로 지목된다. 온라인 쇼핑에 비해 배송이 적으니 포장 자재 사용량은 적지만, 명절마다 과대포장 논란을 부르는 선물세트가 판매되는 채널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러한 요소들도 줄이되, 장바구니를 공유하거나 플라스틱 재활용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친환경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플라스틱 봉투를 대체할 수 있는 장바구니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초에는 온라인 쇼핑으로 쌓인 택배박스·아이스팩을 특별 제작한 장바구니와 교환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재활용 가능한 ‘타이벡’ 소재로 장바구니 15만 개를 자체 제작해 전국 이마트 점포를 방문한 고객들에게 제공했다.

    지난 4월 13일부터는 전국 1480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이마트 대여용 장바구니’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부터 50평 이상 슈퍼마켓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돼 전통시장에서도 장바구니 사용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높은 단가로 자체 장바구니를 제작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전통시장들을 돕기 위한 조치다. 전국 전통시장의 상인회장이나 시장 매니저는 이마트 매장과 홈페이지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으며, 장바구니는 500장부터 개당 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2017년 1월부터 종이 절감을 위해 시행한 ‘모바일 영수증’ 캠페인을 통해서는 신세계그룹 5개 계열사 통합 총 2억2000만여 건의 종이영수증을 절감했다. 그간 모바일 영수증을 장려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 경품 행사 등을 진행한 결과다.

    롯데마트는 지난 설부터 선물세트에 도입한 재활용 패키지를 앞으로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초 설 선물세트를 판매하면서 기존에 판매하던 보냉백의 실용도를 높이고 재활용이 쉽도록 재질을 개선했다. 어깨끈을 달아 평소에도 가지고 다니며 쿨링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내부 스티로폼 단열재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나 흰색 스티로폼으로 바꿨다. 지난해 명절에 첫 선을 보인 과일 선물세트의 ‘리사이클 박스’를 일부 고급 과일 선물세트를 제외한 전 과일 선물세트로 확대하기도 했다. 리사이클 박스는 과일 선물세트 박스를 간단하게 리폼해 고급 수납박스로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올해 설 선물세트에서 줄인 쓰레기의 양이 보냉백, 스티로폼, 과일 선물세트 등을 합해 총 25만 개에 달했다”며 “다가오는 명절에도 이러한 친환경 기조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선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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